- 조경동계곡은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 숨어 있는 오지 계곡이다. 이곳은 이미 여러 차례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어 제법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로가 나지 않은 하류부는 계곡트레킹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어 나름대로 보존이 잘 되고 있다. 과히 천혜의 비경이라는 표현이 부족함이 없는 곳. 이 여름 폭염을 피할 수 있는 계곡으로 조경동을 추천한다.
- ▲ 조경동 계곡의 장딴지를 적시는 시원한 계류를 따라 걷는 등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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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동은 구룡덕봉, 응복산, 가칠봉, 갈전곡봉 등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20km 길이의 깊고 긴 계곡이다. 70년대 초반, 이 계곡에 서쪽 방동리에서 넘어 오는 산길이 뚫렸다. 고개 아래 방동약수터로 이어진 찻길이 산을 넘어 계곡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길은 현재 거의 중간의 고개까지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조경동 곡 하류는 포장되지 않은 원시의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당분간 도로가 날 계획도 없고 가능성도 매우 낮다. 덕분에 조경동의 핵심 비경지대인 하류부는 고스란히 원형을 간직하게 됐다.
조경동계곡은 원래 이름은 아침가리다. 아침나절이면 밭갈이가 모두 끝날 정도로 농사지을 땅이 작다는 이야기다. 이를 한자로 써서 아침 조(朝), 밭갈 경(耕) 자를 사용한 조경동이 됐다. 조경동은 정감록에서 언급한 피장처 20곳 가운데 하나로, 인근의 결가리, 적가리, 연가리와 함께 4가리라 불린다. 이곳은 지금도 굵직한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맑고 청정한 계곡이다.
한때 조경동 안에는 수백 명의 화전민이 살기도 했다. 대부분 정감록을 믿고 모여든 평안도나 함경도 사람들이었는데,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이후 모두 소개되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됐다. 조경동의 물이 맑은 이유는 이렇게 상류에 민가가 없기 때문이다.
- ▲ 조경동 계곡은 수심이 깊지 않아 트레킹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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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동계곡은 트레커들의 발길이 비교적 잦은 곳이라 골짜기 양쪽으로 길이 잘 나 있다. 하지만 폭염이 쏟아지는 계절에는 길보다 물이 매력적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시원한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산행을 즐겨도 좋다. 전체적으로 폭이 넓은 편이라 분위기가 상쾌하다. 잠시 폭이 좁아지며 깊은 소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 구간이다. 하상의 경사가 완만하여 폭우가 쏟아지고 물이 빠지면 허벅지 이상 들어가는 깊은 곳이 드물다.
조경동계곡을 탐사하려면 인제군 방동리 갈터 마을에서 방태천 건너편에 보이는 깊은 계곡으로 진입한다. 아니만 갈터 마을에서 현리쪽으로 진행하다 첫 번째 건너게 되는 진동2교 너머 왼쪽에 보이는 농수로를 따라 들어가도 된다.
조경동은 구절양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심한 물굽이를 자랑한다. 그리고 물줄기가 굽이치는 코너마다 자갈밭이나 모래톱이 형성돼 있다. 도심에서는 감히 즐기기 어려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다. 계곡물도 맑고 깨끗해 깊은 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다. 간간히 나타나는 암반도 형태가 다양하고 화려하다.
방태천 합수지점인 조경동 최하류에서 찻길과 만나는 지점까지는 약 7km 거리. 인공구조물을 전혀 볼 수 없는 환상적인 계곡 구간이다. 계곡 속에서 온몸에 물을 적시며 트레킹을 즐기다보면 한여름 무더위도 저만치 물러간다.
조경동 계곡 입구에서 4km 정도 상류로 올라가면 뚝발소가 있다. 계곡을 막은 바위절벽 아래 섬뜩한 검은 물빛의 웅덩이가 내려다보인다. 이후 계곡은 펑퍼짐하게 넓어지다가 완전히 하늘이 보이는 평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고개를 넘어 온 찻길을 만난다. 왼쪽 산자락에는 민가도 한 채 보인다. 이 지점이 실질적인 조경동의 비경이 끝나는 곳이다. 보통 여기서 발길을 되돌려 내려간다. 아니면 고개 넘어 방동약수터쪽으로 돌아간다. 양쪽 코스 모두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도로를 따라 계곡 상류로 오르면 좀더 더 긴 계곡 탐승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간에 야영하거나 산을 넘을 생각이 아니라면 돌아서는 것이 낫다. 조경동분교(폐교)를 지나 왼쪽으로 네 번째 지계곡을 통해 삼봉약수터로 산행을 이을 수도 있다. 이렇게 가칠봉 동릉을 넘어 삼봉약수 하류의 명개리까지는 가려면 당일산행으로는 무리다. 여름철에는 조경동 하류부 7km 구경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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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일단 인제군 현리까지 가서 진동리행 버스를 탄다.
서울→현리 상봉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5회 직행버스 운행. 3시간50분 소요. 요금 15,600원.
현리→진동리 시외버스정류장(033-461-5364)에서 오전 7시부터 1시간30분 간격으로 방동약수 입구 경유 갈터까지 군내버스 운행.
숙박
방태산 자연휴양림(033-463-8590)의 산림휴양관을 이용할 수 있으나 휴가철에는 추첨으로 이용객을 선정한다. 휴양림의 산막 이용은 어렵기 때문에 피서철에는 야영장에서 막영하는 것이 좋다. 이 역시 선착순이니 계획을 잘 세우도록 한다. 휴양림 인근의 민박집이 산재해 있다. 진동리 버스종점인 갈터 마을 일대에도 펜션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갈터 종점의 갈터쉼터(033-463-5082)에서도 민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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