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벌판 조망과 우금산성 암릉미 일품
- ▲ 우금산 정상부를 이루는 우금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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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사의 병풍 역할을 하는 변산 우금산은 변한과 백제 멸망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또 우금산성은 삼국시대 석축산성으로, 개암사 뒷산의 우금암에서 개암재 능선 밑으로 다듬은 돌과 자연석으로 쌓은 성터가 3km 넘는다. 이규보의 시에는 신라 장군 위금(位金)이 성을 쌓아 위금산성, 문헌비고에는 삼한시대에 우(愚)와 진(陳) 두 장군이 성을 쌓고 주둔해 우진산성으로 불린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러나 이 성은 백제 의자왕 20년(660년) 무렵 백제 부흥을 위해 복신 장군이 유민을 규합하고 군비를 정돈하여 항전하다 나당연합군 김유신 장군과 소정방에게 패한 유적지로 보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석성을 놓고 주류성, 백제산성, 위금산성, 우진산성, 우금산성 등 혼선을 가져오고 있는데, 부안군에서 표기한 우금산성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한 정상의 바위는 우금바위, 울금바위, 우진암, 우금암 등 이름이 많으나 일곱 봉우리 전체를 부를 때는 우금산, 정상의 바위는 우금암으로 부르기로 하자.
- ▲ 원효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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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사에서 북동쪽으로 올려다보면 높이 40m쯤 되는 두 개의 우금암이 육중하게 솟아있는데, 때로는 금슬 좋은 부부 같고, 한편으로는 혹처럼 불거져 보인다. 1979년 개암사에 도둑이 들어 부처님 내장에 있는 물건을 훔쳐가면서 다라니경과 별기라고 쓰인 종이 한 장을 남겼는데, 주류성을 고찰하는 데 귀중한 사료가 되었다고 한다.
주류성은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멸망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비극의 역사 현장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개암사 입구에는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 김유신 장군의 사당이 버티고 있다. 아무튼 그 사당은 백제의 마지막 저항군을 우금산성에서 섬멸하고 소정방과 김유신이 축배의 술잔을 나눴다는 역사적인 사실보다 전쟁의 승자적인 전설에 의해 후손들이 지었다는 게 정설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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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교리 봉은 마을 원점회귀산행
- ▲ 산행 출발점인 감교리 봉은 마을의 개암산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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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산 줄기는 호남정맥 내장산 까치봉을 지나 백암산을 가기 전 순창새재 부근 530m봉에서 가지 친 영산기맥이 입암산을 지나 방등산 못미처에서 북쪽으로 변산지맥을 살며시 내려놓는다. 이 지맥은 또 다시 북쪽 방향에 정읍 두승산 줄기를 나누고 북서쪽으로 달리며 배풍산을 지나면 또 다시 북쪽으로 주산 줄기와 헤어져 서쪽으로 가다 곧바로 쌍선봉 줄기와 두 갈래를 친 뒤, 옥녀봉을 지나면 의상봉 방향으로 산줄기 하나를 보내고, 우금암을 솟구친 뒤 주산 들녘으로 숨어든다.
물줄기는 서쪽은 부안댐에 합류되어 서해에 살을 섞고, 동쪽은 개암제, 서산제에 합류되어 서해로 골인한다. 행정구역은 부안군 상서면과 주산면, 보안면을 경계한다.
이번 산행은 부안 신형문, 김기웅 선생의 고증과 안내를 받아 전북산사랑회와 호남지리탐사회 박영근, 최병옥, 양흥식, 김진호, 안성희, 김덕영, 강정렬씨 등과 제1코스를 답사했다. 23번 국도에서 개암사 방향으로 조금 진입하면 개암저수지 못미처 봉은 마을 앞 개암산천(식당) 표지판 앞에서 북쪽 송림으로 오른다.
- ▲ 능선길 내내 들판 건너로 보이는 사산저수지와 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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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가 싱그러운 춘란이 반겨 맞고 청도김씨 묘소를 지난다. 남서로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개암저수지가 다가오고, 서로는 우금바위가 나뭇가지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소쿠리처럼 생긴 능선에 우금암까지 일곱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고, 악어 형상의 바위를 지나면 솔향기 그윽한 송림이 펼쳐진다.
진양강씨 묘소를 지나 전망 좋은 제1봉에 올라서면 동으로 시산저수지와 원숭이학교가 있는 감교리, 그 너머로 옛적에 배를 매었다는 배멘산과 두승산, 그리고 닭벼슬 모양의 내장산 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북동으로는 모악산이 아스라하다.
곧이어 감교리 원숭이학교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를 지나 개암저수지에서 오는 넓은 길을 만난다. 양지바른 곳마다 묘소가 산객을 반겨 맞고 20분쯤 이면 탁 트인 제2봉 전망대에 닿는다. 남쪽엔 옛적에 묘적암이 있던 묘적암골에 주류성과 잘 지어진 별장이 보인다. 제3봉에 올라서면 동북쪽으로 상서면과 부안읍이 다가오고, 서쪽엔 우금암이 위용을 자랑한다. 제4봉을 지나 제5봉에 닿으면 신형문 선생이 개척한 상서중학교에서 오는 등산로를 만난다. 동림서원이 있는 상서면과 부안읍이 더욱 뚜렷하고, 북쪽의 내동 마을 뒤에는 기차처럼 기다란 바위가 눈에 잡히고, 서해바다와 명덕산이 손짓한다.
곳곳에 소나무가 빨갛게 죽어가고 있어 서부지방산림청에 신고하고 걸음을 서두른다. 재넘이 리본을 만나고 석축으로 쌓은 우금산성에 닿으면 전망이 훌륭하다(봉은에서 1시간10분 소요). 남동쪽은 장성갈재, 입암산, 방등산, 동쪽은 배멘산과 두승산이 조망된다. 북쪽은 우슬재, 청호제, 계화도 간척지, 새만금 간척지, 심포, 남쪽은 개암저수지와 감교리가 한눈에 잡힌다. 그 옆 유정자에는 코무덤이 있다.
- ▲ 무너진 우금산성터. 막돌과 다듬은 돌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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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쌓은 우금산성을 오르면 곧이어 제6봉(310m봉) 삼각점(부안 331)이 반겨 맞는다. 광주 문규현씨 리본이 악수를 청하고, 서쪽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소가 누어있는 형상의 와우능선, 임금이 물을 마셨다는 어수대가 멋지게 다가온다. 의상봉 능선을 바라보며 걸으면 마이산처럼 우금암이 눈앞에 우뚝 서있다.
옛적에 묘적암이 있었다는 묘적암골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나고, 제7봉인 우금암을 남쪽으로 우회하면 지금까지는 한 개로 보였던 바위가 두개로 나누어져 있다(봉은에서 1시간40분 소요). 석축으로 쌓은 우금산성 너럭바위에 닿는다. 남쪽은 고즈넉한 개암사가 내려다보이고, 북쪽은 우뚝 솟은 우금암에 올라선 사람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서쪽은 삼예봉과 쌍선봉이 눈인사한다.
우금암을 남서쪽으로 돌아 내려가다 바위 중간쯤에 매달려 있는 원효방을 향해 아슬아슬한 바위벼랑길을 곡예하는 어릿광대처럼 두 발을 포개고 암벽에 몸을 의지해서 조심스럽게 오르면 두 개의 석굴이 있다. 석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리고 현기증이 난다. 원효와 의상은 이곳에서 중생구제를 위해 수행했으리라.
원효방을 내려오면 우금산성(禹金山城) 안내판을 지나 넓은 공터에 돌탑과 몇 그루의 나무, 그리고 바위틈에 자라는 나무 한 그루가 백제군의 최후 격전지였던 거대한 원효굴을 알려준다. 그 석굴 안에는 이규보가 구슬처럼 고인 샘물을 마셨다는 다천(茶泉)이 있다.
- ▲ 우금암~삼예봉 사이 능선에서 본 내변산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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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암 뒤편으로 가면 한 번에 하루 먹을 양식만 나왔다는 전설을 가진 금광굴처럼 긴 석굴을 둘러보고 뒤돌아나와 서쪽의 송림을 걷는다. 와우능선과 의상봉으로 가는 북쪽 방향의 길을 지나 남쪽의 전망대에 서면 의상봉이 우뚝 섰다.
곧이어 서쪽(좌측) 삼예봉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옛적에 의상봉에서 나무를 해오다 운반하기가 힘들어 이곳에서 개암사쪽으로 나무단을 굴려서 궁글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신형문 선생이 귀뜸한다. 남쪽은 개암사, 서쪽은 삼예봉 갈림길에서 우뚝 선 선바위가 인사한다. 선바위는 한국동란 때 빨치산이 양민을 개암사 부근에서 사살했는데, 두 사람이 도망쳐 나와 선바위에 엎드려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솔향기 그윽한 개암사와 학치 갈림길에서 오찬을 즐기고, 남릉을 빙 돌아 내려가면 임도가 있는 학치에 닿는다(우금바위에서 1시간20분 소요). 동쪽은 월정약수, 서쪽은 거석리로 가는 길이고, 산줄기는 임도를 건너 남쪽으로 이어진다.
키 작은 소나무가 있는 남쪽 절개지를 오르면 헬기장에 닿는다. 강풍이 불어대 발걸음을 재촉하자 일명 백학봉으로 불리는 350m봉에 삼각점(부안 305)이 반겨 맞는다. 동으로 모악산이 아스라하고, 북쪽은 우금암과 배멘바위가 보인다. 동쪽은 월정약수로 가는 임도, 서쪽 묘소 방향은 삼예봉 가는 길이다.
남쪽으로 걸으면 전망바위에서 성벽 모양의 상여봉과 그 너머로 입암산과 방등산이 고개를 내민다. 동쪽 개암사 가는 길을 지나 고스락에 올라서면 암석이 많아 만석리란 이름을 얻은 뒷산인 만석봉에 닿는다. 북으로 지나온 능선길과 우금암이 다가온다. 동쪽으로 빙 돌아 내려가면 남쪽으로 상여봉 가는 임도가 있는 사창재다(우금바위에서 2시간20분 소요).
갑자기 돌풍과 소나기가 쏟아져 동쪽 능선길을 지나 개암죽염 옆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접고 임도를 거쳐 월정약수에 닿는다(우금바위에서 2시간35분 소요), 개암사 일주문을 지나 23번 도로에 닿는다.
신형문, 김기웅 선생의 초청으로 고사포 해수욕장에 있는 고사포별장횟집에서 쭈꾸미와 곁들이는 뽕술 하산주가 일미다.
/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사랑회 회장·호남지리탐사회 회장
개암사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전쟁기록
- ▲ ‘능가산개암사’라 쓰인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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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선운사의 말사로 백제 무왕(634년) 때 묘련왕사가 창건했다. 개암의 유래는 변한의 문왕이 진한과 마한의 난을 피하여 성을 쌓을 때 우(禹). 진(陳) 두 장군에게 왕궁의 전각을 짓게 하고, 동쪽은 묘암(妙巖), 서쪽을 개암(開巖)으로 불렀다.
원효와 의상대사가 우금암 밑 우금굴에서 수도하며 중수했다.
1314년(고려 충숙왕) 원감국사가 조계산 송광사에서 와서 중창하여 30여 동의 건물을 세우고 부처가 능가산에서 대혜보살을 위해 가르침을 모은 대승불교의 경전인 능가경을 가르쳤기에 능가산으로 부르고 있다.
조선 중기의 건물인 대웅전(보물 제292호)과 동종, 그리고 중건사적기가 있는데, 백제 부흥군이 주류성에서 왜병과 나당연합군의 전쟁을 기록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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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 ○제1코스 봉은~(3km)~제5봉~(2.5km)~우금암·원효굴~(3km)~삼예봉 분기점~(1.3km)~학치~(1.3km)~사창재~(1km)~월정약수~(1km)~개암사 일주문 <13.1km, 4시간40분 소요>
○제2코스 상서중학교~기차바위~(4.3km)~제5봉~(2.5km)~우금암~(3km)~삼예봉 분기점~(1.3km)~학치~(1.3km)~사창재~동릉~(2.5km)~개암죽염 <14.9km, 5시간20분 소요>
○제3코스 봉은~(3km)~제5봉~(2.5km)~우금암~(3km)~삼예봉 분기점~(1.8km)~삼예봉~(1.5km)~노적 <11.8km, 4시간20분 소요>
- 교통
드라이브 코스 호남고속도로 태인 나들목~30번 국도~23번 국도~상서~개암사 /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나들목~710번 지방도~줄포~23번 국도~보안~개암사(상서)
부안~상서~감교리~봉은(부안에서 10km) 군내버스 30분 간격 운행.
맛집(지역번호 063)고사포별장횟집(대표 오병윤·581-1600) 고사포 해수욕장 내에 있으며, 고깃배로 직접 잡은 신선한 자연산 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생선매운탕 40,000원, 꽃게장 45,000원, 낙지복음 25,000원, 소라무침 25,000원, 광어 80,000원, 감성돔 90,000원, 농어 80,000원. 민박은 15인 10만 원, 32평 25만~30만원.
부안뽕술(대표 정태식·582-0027) 동진주장에서 생산하는 뽕술과 곁들이는 싱싱한 회가 일품이다.
뽕잎절임고등어(부안수협·581-4812) 부안수협 수산물종합가공공장에서는 뽕잎절임 고등어, 맛김, 액젓, 국수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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