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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주말산행코스] 오지의 산 십자봉

by 白馬 2007. 8. 17.

[주말산행코스] 오지의 산 십자봉

 

650m·강원 평창-영월
입술 퍼렇게 오디 따먹으며 오르는 거친 능선길
▲ 십자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감자골.
水水山山處處奇(수수산산처처기). 松松栢栢岩岩廻(송송백백암암회)하여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한탄리 버스승강장(N 37°18′54.7″  E 128°51′06.4″)에 도착하니 매미들의 노랫소리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산으로 병풍을 에두른 하늘은 콧구멍처럼 빠꼼한데 산행을 밥 먹듯 즐기는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 산삼도 몇 뿌리 캐고 산야초에 아주 눈이 밝은 이영숙 회원은 재치천을 끼고 가르마 같은 수렛길이 뚫려있는 재치 마을쪽으로 앞장을 선다.

▲ [좌]재치천 수렛길가에서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따먹고 있다.[우]원점회귀산행 기점이 되는 한탄 버스정류장.

지형도에는 ‘물골’로 표기되어 있는데 계곡에는 물이 없다. 소나무 나뭇가지 늘어진 모퉁이를 한 구비 돌아들자 파란 조립식 건물 한 동 뒤 골짜구니에 끼어 있는 농가. 여전히 매미들은 극성스럽게 귀청을 찢는다. 남서쪽으로 가던 계곡이 남으로 방향을 틀자 근동에서는 제일 크게 보이는 농가 한 채가 그림처럼 산을 등지고 앉았다. 뽕나무에 까맣게 알알이 맺힌 오디를 입술이 퍼렇도록 따먹고 있는데 경운기 한 대 씩씩거리며 올라오고 있다.


“이곳 지명이 물골이라고 되어있는데 어째서 물은 보이지 않습니까?”


“이 고라뎅이는 아무 곳에나 물이 없고 저기 보이는 저 골짜구니에만 물이 나기 때문에 저곳을 물골이라 합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저 밑에 있는 집들의 식수는요?”


“물골에 식수탱크를 설치하고 파이프로 각자 집까지 연결해 놨습니다. 여기 한탄리 3반에는 다섯 집이 물골 물을 먹습니다.”


윤덕준씨(61)는 이야기를 끝내고 담배밭에 약치기에 바쁘다. ‘한탄지 27R31' 전봇대 서쪽으로 보이는 계곡이 물골이고 왼쪽이 700m봉이다. 하산지점으로 삼았던 곳이니 눈여겨 보아두고 더덕밭, 담배밭, 은사시나무, 뽕나무, 줄딸기, 산딸기나무, 수리딸기들이 진을 친 수렛길로 오디와 딸기에 입이 팔려 어느새 분교 폐교터가 있는 첩첩산중 재치 마을 삼거리다(좌표 N 37°17′49.3″ E 128°30′27.0"·해발 456m).

       한탄분교 폐교터에서 재치골로 들어서

▲ 감자골재로 오르는 길에 중나리가 반긴다.

교실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이 유리 창문으로 까치발을 하고 손짓하는 물 속 같은 영상이 추억처럼 남아있는 학교터다. 1969년 3월1일 기화초교 한탄분실로 인가 받아 개교하여 150명의 학생을 배출하고 24회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1994년 3월1일 폐교되었다. 미탄면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살던 마을이라고 하여 재치(財峙)라는 이름을 얻어 한때 떵떵거리던 동네였다. 현재 한탄리 4반에는 5호에 15명 정도가 산다.


삼거리 오른쪽에 기우뚱한 담배건조장 건물이 보이는 마을길로 든다. 제초기 소리와 뻐꾸기가 합창을 하는 마을길을 지나 재치골 마지막 농가에 이르자 마침 빨간 오토바이를 탄 집배원이 월간山 책을 배달하고 되돌아나간다. 농가를 뒤로하고 오목하게 생긴 감자골재를 올려다보며 재치골 도랑 따라 올라간다. 산짐승들의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밭가로 그물막을 설치해 놓은 곳을 돌아가기도 한다. 붉은 립스틱 짙게 바른 중나리꽃이 기다리는 숲길을 20분쯤 오르자 쉬어가기 안성맞춤인 공터 감자골재다.


▲ 왕둥굴레가 군락을 이룬 북릉.
왼쪽은 붉은봉(724.8m)으로 가는 능선이고, 십자봉(650m)은 오른쪽(서쪽) 능선으로 오른다. 산짐승들만 다닌 길이다. 오소리굴, 노간주나무, 난티잎개암나무, 참나무 종류들 사이를 비집고 간다. 왼편은 절벽이다. 감자골재를 떠난 지 10여 분 소요에 묘처럼 봉긋한 십자봉 정상이다. 인간들이 짓거리해 놓은 표시는 없다. 남쪽 절벽 아래로 감자골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동강의 산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멋진 조망을 선사한다.

▲ 1.박달재. 이끼 낀 돌무더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오소리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권영희씨. 3.감자골재. 4.등에 집을 이고 dkaqurmed반을 하고 있는 달팽이 종류.

하산은 원점회귀 산행계획에 의해 복릉을 타고 박달재~700m봉~물골~한탄 버스승강장으로 택했다. 정상에서 능선이 열십자로 뻗어있어 십자봉이라 했는데,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하산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 짐승들이나 다녔음직한 좁은 능선으로 나아가자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옛길 박달재다. 숲이 짙어 어두컴컴한 박달재로 뒤로하고 계속 북릉을 이어간다.


줄딸기 덤불이 바지가랑이를 쥐어 물고 뜯고 할퀴어 바지를 못 쓰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길도 없는 암릉이다. 지난밤 비에 젖어 바위가 미끄럽다. 비온 직후에 뱀이 몸을 말리려고 바위로 나오기 때문에 바위에 손도 짚지 못하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는데 큼지막한 뱀이 발을 치고 돌 틈으로 숨는다.


약 20여 분 동안 암릉 구간을 지나자 다시 줄딸기 덩굴지대다. 700m봉을 올라서서 지금까지 능선산행을 접고 물골로 내려서 수렛길을 따르니 한탄 버스승강장(창리←한탄→기화)이다.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태백여성산악회 자문위원

 

 

산행길잡이

한탄 버스승강장~(25분)~물골~(30분)~재치~(35분)~감자골재~(10분)~십자봉~(1시간)~700m봉~(30분)~물골~(25분)~한탄 버스승강장 <3시간30분~4시간 소요


교통
평창군 미탄면 창리에서 정선 방면 42번 국도로 2.6km 지점, 정선에서는 미탄 방면 42번 국도 따라 17.6km 지점에서 동강 이정표(문희마을, 동강나루, 문희, 기화, 마하) 방향으로 가면 한탄 버스정류소가 나온다.
미탄에서 마하리 왕복 버스 이용, 한탄에서 하차. 하루 4회(06:00, 10:20, 14:40, 19:00) 운행.
미탄 창리에서 택시요금 한탄 4,000원, 재치 8,000원, 미탄 콜택시(김정진) 전화 017-377-9899.
영월 버스터미널(033-374-1231~3)에서 미탄행 버스 1일 11회(10:15~22:00) 운행.
평창 버스터미널(033-332-2407)에서 미탄행 버스 1일 4회(06:30, 10:00, 15:30, 18:20) 운행.


숙식(지역번호 033)
재치 마을의 신윤재씨(033-332-5515), 한탄 버스승강장 앞 수하빌민박(334-2176), 미탄의 순흥여관(332-3864), 백운쉼터 (333-3441) 등 이용.
평창시장의 옛날음식 전문 가고파분식(333-5841)의 올챙이국수, 메밀전병, 메밀부침, 메밀칼국수, 만둣국 등이 저렴하고 맛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