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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섬진강 따라 매화마을 까지'

by 白馬 2007. 3. 2.

섬진강 따라 매화마을까지

농군의 손이 일군 봄·봄·봄
주말 1박2일 짬을 내서 다녀오는 섬진강 기행

▲ 아이가 엄마 사진을 찍는다. 마음에 찍히는 건 엄마 얼굴 하나 그리고 꽃밭!
 
 
때맞춰 이달 말까지 광양매화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축제기간 동안 차량이 통제되고 대신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주말이면 교통통제를 하는 경찰들도 짜증이 날 대로 나 있는 상태. 약간의 불친절은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거기에 봄이 있다! 매화마을의 중심은 홍쌍리씨가 일군 매화밭 청매실농원이다. 시아버지(김오천옹·작고)와 함께 만든 어마어마하게 큰 농원. 젊은 시절, “꽃이 예뻐서” 몰래 밤마다 밤나무를 뽑아내고 심었던 그 매화가 지금은 웬만한 TV드라마와 영화를 찍어가는 꽃밭이 되었다. 지금도 임권택 감독이 100번째 작품을 찍기 위해 고택 한 채를 세우고 있는 중이다.

 

주차장에서 장독대로 오르는 길 양편에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늙은 나무들이 새하얀 매화꽃을 피워놓았다. 지금부터 설명은 구차해진다. 그저 매화 타고 온 봄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 그 대강은 이러하다.

 

장독 3000개가 진을 친 장독대 양편으로 매화밭이, 정면에는 영화에나 나옴직한 대숲이 울창하다. 오른편 언덕길로 올라가 모퉁이를 돌면 ‘진짜’ 꽃밭이 기다리고 있다. 골짜기를 가득 메운 봄! 매화는 발 아래 골짜기를 흘러 넘친 뒤 산등성 위까지 뒤덮었다. 그 한가운데에 임권택 감독 세트장이 들어서고 있다. 길섶을 잘 보면 각종 영화, 드라마 촬영지 소개 명판이 붙어 있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장소마다 꽃들 생김이 조금씩 다르다. 눈부시게 흰 청매, 그리고 붉디붉은 홍매. 어떤 나무는 젊고 어떤 나무는 근 100년은 살았을 성싶다. 그 나무들 아래엔 홍쌍리씨가 “농부도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뿌려놓은 보리들이 새파랗게 싹을 틔웠으니, 맑은 날 그 꽃밭에 서면 푸른 하늘, 흰 꽃, 그리고 진녹빛 땅으로 세상이 세 등분 된다. 사진찍기 딱 좋은 곳 두 군데. 오솔길 모퉁이에 있는 낡은 정자 부근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한 컷. 그리고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 청매밭 가운데에서 한 컷.

축제기간 동안 앞마당은 어지럽다. 공연도 있고, 여러 매실제품을 파는 매대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다. 허나 꽃을 즐기는데 그 대가는 치러야 하는 법.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매화마을 사람들이 어디 자선사업가들인가. 매실은 피를 맑게 하고 몸의 기운을 정화하는 음식이니, 반드시 그 매대에 들러 지갑을 열어보도록 한다. 간단하나마, 농원 안에서 매실비빔밥과 부침개로 요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다 농원 밖으로 나와 섬진강을 본다. 눈부신 백사장 위로 새들이 난다. 그 뒤로 시퍼런 대나무숲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야산에는 흰눈처럼 매화가 피어 있다. 강에는 역사가 있고, 봄이 있고, 민초들의 사랑과 분노와 울분이 있으니, 매화가 실어온 봄, 이어 산수유를 터뜨리고 배꽃을 터뜨리고 마침내 황홀한 벚꽃이 바다를 이루며 강물을 거슬러 북상한다. 시인 김용택이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모두모두 산으로 갑니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모두모두 바다로 갑니다(…) /산과 바다와 강을 뜯어먹으러 가는 벌레 같습니다” 시인이시여, 어찌하란 말이신가. 그리도 그리웠던 산과 바다와 강이 저기 봄볕을 맞고 있는데! 마침내 봄이 왔다!

 


▲ 매화 꽃밭을 일군 여인 홍쌍리와 그녀의 '아름다운' 손.
●섬진강 기행

섬진강변. 너무나도 아름다운, 강답게 생긴 강. 그리고 뭍에서 처음 봄을 맞는 곳. 게다가 온천과 차 한 잔, 그리고 역사교육과 맛있는 음식까지 다 있는 ‘봄철 종합선물세트’다. 주말 1박2일 짬을 내서 다녀오는 섬진강 기행!

 

●교통수단 - 자가운전 강추

섬진강으로 가는 방법은 손수운전, 기차와 버스, 혹은 항공편 이렇게 세 가지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손수운전은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서는 가장 추천. 기차와 버스는 하동에서 내리는 편을 이용하면 된다. 비행기는 진주 사천공항에서 내린다. 둘 모두 미리 인터넷이나 전화로 렌터카를 예약해두거나 하동까지 간 뒤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비행기는 대한항공이 편수가 많고 아시아나가 적다.

손수운전은 호남고속도로 전주IC→26번국도→17번국도→임실, 오수, 남원을 지나 19번국도→구례에서 ‘하동’ 이정표 따라 19번국도→하동→섬진교→861번도로 매화마을순. 구례에서 나오면 곧바로 섬진강을 만나는데, 오른편에 보이는 양일교를 건너 이정표 따라 좌회전해도 861번도로와 만난다.

   


 

 

●추천코스 - 청매실농원·관향다원·운조루

이렇게 여행을 해보자.

청매실농원→농원 내 매실비빔밥 식사(5000원)→혹은 농원 옆 해돋이식당(061-772-4450) 재첩국정식(6000원·축제 동안 5000원·재첩국을 비롯해 대여섯 가지 찬이 나온다. 맛이 훌륭하다.) →화개 쌍계사→ 화개계곡 찻집에서 차 한잔. 쌍계사에서 칠불암 쪽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관향다원(055-883-2538) 강력 추천!→ 칠불암 아자방 → 구례 쪽으로 가면서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 들판과 최참판 고택 → 운조루 → 구례 지리산온천 → 화엄사 앞 지리각식당(061-782-2066) 산채정식(9000원) → 1박 → 다음 날 아쉬웠던 곳 한번 더! 이날 청매실농원으로 가서 매실제품을 구입하면 짐도 덜 수 있다. 반드시 매화마을에 먼저 들를 것. 이곳저곳 다 보고 마지막에 매화마을로 가면 시간이 늦어진다.

 


▲ 섬진강 위쪽 쌍계사 너머 나오는 찻집 관향다원 방안 가득 꽃이 활짝 피었으니!

 

 

자, 이번에는 그 코스에서 보이는 명소들 이야기.

 

우선 화개 쌍계사와 다원들. 논란은 있지만, 이곳은 이 땅에 차가 처음 재배된 곳이다. 그래서 화개장터를 지나면 곳곳에 찻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 찻집에나 들어가 볼 일이다. 차문화 전파라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다인들이 차를 가르쳐준다. 위 사진에 나오는 관향다원(觀香茶苑)도 그 가운데 하나. 지난해에 롯데칠성의 ‘지리산 생녹차’ 광고 모델로 나왔던 다인 이호영씨가 주인이다. 늘상 “차는 산이 키우지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녀에게서 듣는 차 이야기, 그러니까 “마음 내키는대로 마시면 되는데, 이 차가 자기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한다”는 철학을 들을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겐 따로 마련돼 있는 황토찜질방과 다락방을 내주기도 하니, 전화들 해보시길. 관향다원의 연꽃방은 천하일품이다.

 

관향 아래 편에 칠불암 가는 길이 있다. 가야시대, 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절이다. 성불한 연대가 서기 103년이니, ‘불교 전파는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년)’이라는 국사책 기록보다 260년이 이르다. 눈여겨 볼 곳은 이곳의 아자방(亞字房). 한 번 불 지피는 데 일주일이 걸리고, 불 한번 붙으면 21일 동안 뜨겁게 있는다는 방이다.

 


▲ 운조루에서 꼭 볼 것 두 가지. 호랑이뼈와 '덕을 베푼 뒤주.

그리고 악양과 토지 들판이다. 소설 토지의 실제 무대였다. 너른 들판에 소나무 두 그루 서 있는 악양 들판, 그리고 최참판 고택 기타 등등. 꼭 가본다. 이어 운조루. 풍수학자들이 조선 땅 3대 명당의 하나로 꼽는 집이다. 한반도를 절색 미녀로 치면 구례땅은 그녀가 무릎을 꿇고 앉으려는 자세에서 옥문(玉門)에 해당하고, 그녀가 신랑과 잠자리를 하기 직전에 풀어놓은 금가락지가 바로 이곳 운조루 자리라 한다.

 

18세기 중반 유이주라는 인물이 7년 만에 지은 집이다. 유씨 집안에서는 숱한 입신양명과 발복이 잇따랐고 이현상의 남부군부대와 지리산 토벌대가 싸우는 와중에도 무사했다고 한다. 대문 위에 걸린 호랑이뼈를 눈여겨 볼 것. 유이주가 한양으로 가던 중 잡은 호랑이인데, 호피를 임금에게 진상하니 ‘백호장군’이라는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뒤주 하나. 밑동에 ‘他人能解(타인능해)’, 즉 ‘오직 바깥 사람만이 이 뒤주를 열 수 있다’고 팻말이 붙어 있다. 재물을 나눔으로써 그 복을 유지한 것이니, 세상 험한 이 시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물건이다.

 

이제 구례 지리산온천으로 향한다. 원탕 이용료 6000원. 수영복을 가지고 가거나 빌리면 남녀 공용의 수영장도 들어갈 수 있다. 노곤한 몸, 산해진미로 채운다. 화엄사지역 식당가 초입 지리각식당의 산채정식. 몇 년 전에 비해 가짓수가 약간은 줄었지만, 줄어들었다는 게 스물 아홉가지다. 맛있는, 강력 추천 식당.

 

●숙소 - 강변쪽이 전망 탁 트여

1.매화마을:광양시 홈페이지 숙박정보(gwangtang.jeonnam.kr/korean/04tourism)의 민박집 명단 참고. 해돋이식당에서도 민박을 한다. 하루 2, 3만원선.

2.하동·구례방면:하동 섬진강변에 있는 미리내호텔(055-884-7297) 추천. 따뜻하고 전망도 좋다.

3.지리산온천(061-783-2900):객실도 있다. 또 온천타운 내에 장급 숙소 다수. 구례군청 홈페이지 숙박정보(www.gurye.go.kr/culture/infor/in_loading.htm) 참고할 것.

 

●쇼핑 - 매실제품·고로쇠약수

1.매실제품:청매실농원에서 매실원액, 매실장아찌, 매실고추장 기타 등등 ‘몸에 좋은’ 매실제품을 판다. 매실원액은 작은병 하나에 2만6000원. 홍쌍리씨는 “건강식품을 파는 사람은 본인이 건강해야 한다”고 했는데, 홍쌍리씨 얼굴을 한번 보시고 판단하시길. 나이 60에 그렇게 맑은 피부는 처음 보았다. 농원 홈페이지(www.maesil.co.kr)에서도 구입 가능.

2.고로쇠물:날이 추워서 가격이 세다. 지리산온천지역, 화개장터 부근에서 판다.

 

●단체여행상품 - 용산서 타는 KTX레저

1.답사모임 우리테마투어가 20일과 23일 매화축제로 떠난다. 3만5000원.(02)733-0882. 국학연구소도 19일 매화마을과 평사리 토지 촬영장과 운조루로 떠난다. 4만3000원. (02)434-3030.

2.KTX로 떠나는 상품도 있다. KTX관광레저의 ‘매화마을(4만5000원)’과 ‘매화마을과 산수유(6만7000원)’상품.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해 KTX로 광주역에 내린 후 버스로 매화마을과 구례 산수유마을을 돌아보는 상품들이다. 주말은 가격이 오른다. (02)393-3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