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초입, 절기상 완연한 봄이라지만 바깥공기는 아직 옷깃을 여미게 한다. 여행하기 애매한 시절, 어디를 찾아야 오는 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까.
부드러운 봄바람 속에 산과 바다가 쏟아내는 상큼한 기운을 느낄 만한 곳으로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가 으뜸이다.
다도해를 징검다리 삼아 불어오는 해풍이 노란 복수초를 피워 봄을 알리고, 아름드리 울창한 삼나무 숲은 폐부를 찌를 듯한 맑은 공기를 쉼 없이 뿜어댄다. 이즈음 반도의 남쪽끝 외나로도 가는 길은 봄빛이 완연하다. 보기에도 싱그러운 초록의 마늘밭 사이로 들불이 피어오르고, 바람에 실린 매캐한 연기는 향수를 자극하는 기분 좋은 이끌림이다.
연육교로 이어져 더 이상 섬이 아닌 관계로 한달음에 달려 갈 수 있지만 차창밖에 펼쳐지는 봄날의 정경에 차를 멈춰 세우기 일쑤다.
팔영산 아래 보리밭에서 김을 매는 아낙네의 부지런한 손놀림이며, 덕양 마을 앞 쪽빛바다에 동심원을 그려대는 스무 척 남짓 바지락채취 어선들의 분주한 움직임…. 봄날의 경쾌한 춤사위를 화폭에 옮겨 놓은 수채화에 다름없다.
해안선을 몇 굽이 돌아서면 우주센터 공사가 한창인 예내리. 해돋이 명소로 여수 금오도와 안도, 연도를 붉게 물들이며 솟아나는 다도해의 일출이 장관이다.
예내리를 지나 외나로도 서쪽으로 향하면 해넘이의 명소 염포해수욕장이 나선다. 들고 나는 파도에 울어대는 검은 자갈과 해송 숲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신비감을 자아내는 곳이다.
외나로도가 숨겨놓은 명소는 해발 410m의 봉래산 동쪽자락에 둥지를 튼 삼나무 숲. 수령 80년 이상 된 삼나무와 편백나무 3만여 그루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갯바람과 숲내음이 어우러진 남해안 최고의 삼림욕장으로 통하는 곳이다.
일제때 시험림으로 조성된 삼나무 숲은 산행 기점인 무선국에서 왼쪽길로 접어들면 나타난다. 나뭇잎과 무른 흙이 적당히 섞여 발끝으로부터 전해 오는 느낌이 부드럽다. 오솔길을 타박타박 걸어 오르면 돌담에 둘러싸인 외딴집 한 채가 나타나고, 이를 지나자마자 삼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80년생 삼나무와 편백나무 3만여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길 도중에는 곳곳에 벤치도 만들어 놓았다. 다리쉼을 하면서 그야말로 편안한 숲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짙은 숲속으로 간간히 파고드는 햇살은 가히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봉래산은 산세가 완만한데다 다도해를 굽어보며 산을 오르내릴 수 있어 산행이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정상의 봉화대에 오르면 다도해에 점점이 박힌 올망졸망 175개의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른 봄 봉래산 트레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복수초(福壽草) 와의 만남. 겨울의 끝자락 눈 속에서 꽃이 핀다고 해서 '설련화'라는 별칭을 얻은 복수초는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느 봄꽃들과는 달리 가시덤불이나 풀 섶에서 피어나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복수초의 꽃말은 '슬픈 추억'. 하지만 가슴속에 기분 좋은 봄기운을 가득 채워서 일까? 고운 자태가 결코 슬퍼 보이지 만은 않다. 그저 생기발랄하고 어여쁜 봄꽃으로 다가올 뿐이다.
여행메모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광주IC~벌교~고흥~15번 국도~외나로도/ 대전-통영고속도로 진주IC~남해안고속도로 순천IC~2번 국도~고흥~나로도항
▶먹을거리=나로도해수욕장 입구 봉래초등학교에서 왼쪽으로 직진하면 봉래면 신금리의 나로도항 수협위판장(061-834-8102)에서는 산낙지, 조개, 활어 등 나로도 근해에서 갓잡아 올린 해산물을 싼가격에 맛볼 수 있다. 이즈음에는 낙지, 서대, 양태, 돔, 꽃게가 많이 난다. 봉래면 신금리 나로도선착장옆 '서울식당'(061-835-5111)은 자연산회 전문점.
▶잠잘곳=내나로도에서 제2나로대교 건너기 직전 동일면 봉영리 바닷가에 멋진 펜션풍 모텔 '하얀노을'(061-833- 8311)이 명소로 통한다.
▶외나로도 해상관광=나로도항에서 유람선을 타야 한다. 금어호(061-833-6905) 등 두 척의 유람선이 운항중이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어른 1만4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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