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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도덕산

by 白馬 2007. 3. 2.

[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도덕산

702.6m·경북 경주
이언적의 발자취 더듬으며 안강벌 조망

겨울산은 눈이 없으면 삭막하고 황량하다. 더군다나 낙엽교목 사이로 살을 에는 삭풍이라도 몰아칠 때면 스산함만 느낄 따름이다. 그렇지만 푸르고 무성한 숲으로 가려 있던 주변 조망을 잎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 특히 해가 짧은 겨울철 산행에는 이동거리와 소요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도상거리 351.2km의 낙동정맥 마루금이 지나면서 경북 경주시 안강읍과 영천시 고경면을 가르는 배티재 옆에 비켜앉은 도덕산(道德山·702.6m)은 결국 그 지맥이 북쪽으로 낙동정맥에 이어진다. 아직까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관계로 지역 등산객들과 낙동정맥 종주꾼들만이 간간이 찾을 뿐이다.

두덕산(斗德山)이라 불리기도 했던 이 산은 산세야 그리 빼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아담하고 조망이 시원한 정겨운 산이다. 남쪽의 자옥산(紫玉山·569.9m)과는 능선을 맞대고 이웃해 있으며, 산기슭에는 볼 만한 문화유적도 많다. 동쪽 산자락을 따라 흐르는 옥산천(玉山川)의 자연과 어우러진 독락당과 옥산서원을 비롯해 주변에 산재한 문화유적을 둘러보는 여유를 부리더라도 겨울철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 자계(紫溪) 계류변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독락당.
산행 들머리가 되는 시내버스 종점인 옥산1리 계정 마을에는 보물 제413호인 독락당(獨樂堂)이 있다. 조선시대 대유학자요, 영남 오현(五賢)의 한 분이신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42세 때(1532년) 고향으로 돌아와 약 6년간 별당과 서재로 쓰면서 거처한 곳이다. 회재 선생은 수많은 문헌을 저술하여 성리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을 뿐만 아니라 퇴계 이황 등에게 학문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독락(獨樂)은 성리학을 강구하며 천진본체(天眞本體)를 홀로 즐긴다는 뜻으로, 이곳에서 자연을 관조하며 주변의 산과 계류의 특이한 바위를 골라 사산오대(四山五臺)라 명명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도덕산 역시 그가 생명을 불어넣은 사산의 하나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겠다.

독락당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는 인간의 오감(五感)을 통해 자연을 체험하도록 조성한 살창을 들 수 있다. 독락당 동쪽 대청마루에 있는 판문을 열면 바로 이 살창 사이로 계류가 흐르는 모습과 함께 계류 건너편에 형성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독락당에서 되돌아나와 북쪽으로 난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얼마 못가면 왼편에 국보 제40호인 정혜사지 13층석탑을 만난다.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13층의 몸돌을 올린 탑은 불국사의 다보탑 등과 함께 우리나라 이형(異形) 석탑의 걸작이다.

신라 때 창건된 정혜사는 1834년 큰 화재로 폐찰이 되었다는데, 지금은 과수원과 논밭으로 바뀐 황량한 절터에 통일신라 때의 석탑 하나만 덩그러니 서서 옛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특히 회재 선생은 독락당에 은거하고 있는 동안 이 절의 스님과 신분이나 종교를 초월해 깊은 교분을 나누었다고 한다.

▲ 도덕산 전망바위에 서면 남쪽의 자옥산과 왼편으로 안강벌이 펼쳐진다.

독락당 둘러보고 산행 시작

포장도로는 왼편 계곡쪽으로 20분 정도 가다가 비포장길로 바뀌고, 곧이어 왼편에 ‘도덕암 1.2km’ 표지판을 보게 된다. 비포장길을 계속 따르면 채석장을 만나게 되는데, 채석장 못미처에 도덕암으로 오르는 도로도 있다.

도덕암 표지판이 가리키는 숲속 등산로로 접어든다. 오르막이지만 여유를 갖고 발걸음을 옮기면 숲은 짙어지고 산새들 지저귐 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와 선선한 느낌을 갖는다. 산비탈을 오르면 오른편에 잘 단장된 여강이씨 묘를 만나고, 다시 10분쯤이면 산등성이 갈림길(도덕산 1.5km, 도덕암 0.4km)이다.

산등성이를 곧바로 오르면 도덕산으로 이어지지만, 오른편 숲 사이로 보이는 도덕암으로 향한다. 비탈길을 내려서면 산속 비포장길을 만나면서 곧바로 도덕암에 닿게 된다. 신라 35대 경덕왕(재위 742-765) 때 세워져 1,200여 년이 넘었다는 도덕암은 볼품없이 초라하지만, 입구의 고목이 세월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또 깎아지른 암벽이 병풍을 두른 듯하고, 절벽 위의 널찍한 반석에 앉힌 아담한 당우는 애초부터 명당터에 잡은 천년고찰임을 읽을 수 있다. 회재 선생이 자주 찾기도 했다는 이곳에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시원한 석간수 한 잔으로 모든 번뇌를 잊는다.

 
암자에서 도덕산 상봉까지는 0.9km로 35분 정도면 넉넉하다. 돌탑이 선 암자 입구에서 절벽 위 산신각 옆을 지나 5분이면 무덤을 지난다. 울창한 숲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갑갑한 느낌을 주지만 경사가 가파른 된비알을 오르다보면 주변 조망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요소요소에 로프를 설치하여 까다로운 곳은 없지만, 등산로가 얼어붙으면 안전에 신경 써야할 구간이다.

▲ 암봉으로 이뤄진 도덕산 정상에 서면 주변 조망은 일망무제다.
제법 많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릴 즈음이면 주능선 상에 이정표(자옥산 1.9km, 도덕암 0.9km)가 있는 갈림길을 만나고, 오른편으로 곧장 올라서면 도덕산 정상이다. 산정에는 정상표석이 서있고, 삼각점(기계 26, 1979.8 재설)은 정상석 위쪽 암봉으로 올라 북쪽으로 약 50m 지점에 있다. 삼각점 옆에는 전망대 바위가 있어 주변 조망을 즐기기에 좋다.

도덕산은 경주시 북쪽 경계를 가르는 가장 높은 봉우리로, 시원하고 탁 트인 주변 조망은 일망무제다. 남쪽의 자옥산이 능선으로 연결되고, 인근에 삼성산, 천장산, 봉좌산, 어래산 등이 있어 도덕산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북쪽으로는 보현산, 침곡산, 비학산이, 남으로는 낙동정맥을 따라 단석산을 넘어 영남알프스의 연봉들도 아련하다. 동쪽에는 포항 시가지와 호미곶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동해바다가 눈부시다.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이으면 천장산 또는 봉좌산 어래산을 연결하는 산행이 가능하지만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무리다. 곧바로 남쪽의 주능선을 타고 자옥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도덕암 갈림길을 지나자 오른편에 널찍한 묘지가 있고, 곧이어 도덕산~자옥산 간 주능선에서 최고의 전망을 제공해주는 바위전망대를 만난다. 자옥산 자락에 파묻힌 옥산리와 그 외곽에 펼쳐지는 안강의 너른 들판이 시원하고, 서쪽 아래로는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와 삼포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15분 가량 내려서면 풍산산악회가 세운 이정표(도덕산 1.16km, 자옥산 0.76km, 정혜사지 13층석탑 1.65km, 오배마을 1.43km)가 있는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자옥산은 이 안부에서 가파른 능선을 15분 정도 치올라야 하는데, 중간에 묘를 지나 정상에 선다.

산정에는 옥산산수회라는 검은 표석이 박힌 돌탑과 세아제강산악회(2004.5.30)에서 세운 정상석이 자리한다. 옆에는 널따란 반석이 있어 쉼터를 제공하지만, 정작 숲속에 파묻힌 정상에서는 주변 조망을 즐길 수 없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빠져나오면 갈림길 이정표(하곡저수지 4.24km, 도덕산 1.9km, 계정마을 1.74km)가 서있고, 동쪽으로 약간만 이동하면 전망이 시원한 바위가 나온다. 발아래 계정 마을로 길을 잡고 바위틈 사이로 내려선다. 묘지가 있는 곳까지 20분쯤은 경사가 가파르고 자갈길이라 제법 미끄러운 편이다. 이후 산장식당이 있는 도로변까지는 소나무가 우거진 숲속을 지나 15분이면 닿는다.

도로 건너편에는 사적 제154호인 옥산서원이 옥산천변의 고목숲 아래에 터를 잡고 있다. 경주부윤 이제민이 도내 유림들과 더불어 회재 이언적 선생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선생 사후 19년만인 선조 5년(1572)에 지은 것이다. 조선조 말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에도 훼손되지 않은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옥산서원은 당대 명필들의 글씨를 감상할 수 있어 좋다. 강의실인 구인당 바깥의 옥산서원 현판은 추사 김정희가, 안쪽에 걸린 또 다른 서체의 옥산서원 현판은 아계 이산해가, 그리고 구인당 제호 현판은 한석봉이 쓴 글이라 한다. 또 보물 제524호인 정덕계유사마방목, 제525호인 삼국사기, 제526호인 해동명적을 비롯해 약230종 2,197권의 책이 보관되어 있다.

산행과 함께 도덕산 자락에 깃들어 있는 회재 선생의 예사롭지 않은 발자취와 고풍의 문화유산을 더듬다보면 어느덧 해는 서산으로 기운다.

# 산행길잡이

○독락당~정혜사지 13층석탑~도덕암~도덕산 정상~안부 갈림길(푯말)~자옥산 정상~옥산서원 <4시간 소요>
○옥산리(산장식당)~자옥산 정상~도덕산 정상~봉좌산~갈림길~동자 마을~봉계1리 치동 마을 <6시간30분 소요>
○오룡리 성산저수지~자옥산~도덕산~미룡 마을~오룡리 성산저수지 <4시간 소요>
○독락당~정혜사지 13층석탑~자옥산·도덕산 안부 갈림길~도덕산 정상~독락당~옥산서원 <3시간 소요>

# 교통

경주는 포항과 대구에서 가깝다. 그런 관계로 포항행 일반직행버스는 대부분 경주 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을 경유하는 편이다. 경주는 관광지답게 교통이 좋은 편이나 도덕산 산행 들머리나 날머리가 되는 옥산리 교통편은 그다지 좋은 편이 못된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제일교통(054-776-8905) 203번 좌석버스가 1일 6회 왕복 운행한다. 만약 좌석버스 시간이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안강읍까지 간 다음 택시를 이용(10,000원 안팎)하면 된다.

서울→경주 동서울터미널(02-446-8000 ARS)에서 1일 18회(07:00~19:00), 심야 2회(23:10, 24:00) 운행 / 강남고속버스터미널(02-535-4151)에서 30분 간격(06:00~18:30), 심야 2회(23:40, 24:20) 운행.

부산→경주 노포동 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10분 간격(05:30~ 21:00), 심야 2회(22:30, 23:30) 운행.

대구→경주 동부터미널(053-756-0017~9)에서 8분 간격(04:30~22:00) 운행.
포항→경주 시외버스터미널(054-274-2313~5)에서 5~10분 간격(05:30~24:00) 운행.

경주→옥산서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3번 좌석버스가 오전에 3회(06:20, 08:40, 11:50) 운행.
옥산서원→경주 203번 좌석버스가 오후에 3회(15:20, 17:35, 19:50) 운행.
 
# 숙식

산행들머리인 옥산리에는 숙박시설로 옥산모텔과 자옥산모텔이 있고, 산장식당, 솔밭식당, 초원식당, 기와집식당 등 다수의 음식점이 있다. 인근의 안강읍내에도 숙박시설과 식당이 많이 있으나 경주시내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경주는 국제적인 관광지로 이름난 곳이라 호텔을 비롯해 장급 여관은 물론 콘도까지 다양하게 있어 숙박에 큰 불편이 없으며, 음식점도 곳곳에 다양하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