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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입춘도 지났건만 대관령 고원은 지금?

by 白馬 2007. 2. 14.

입춘도 지났건만 대관령 고원은 지금?

봄처녀 출입금지… 해발 832m '양들의 천국'

2월 중순, 남녘의 대지는 봄을 노래하지만 대관령 고원은 아직 한겨울이다. 특히 동해에서 넘나드는 습한 바람이 눈꽃으로 바뀌는 대관령의 2월은 유독 눈이 많은 때로 평창 일대 백두대간 자락은 설국(雪國)의 풍치가 장관이다. 가는 겨울이 아쉽거든 겨울이 겨울답게 남아 있어 더 낭만적인 한국의 알프스, 대관령을 찾을 법하다. 알프스의 한가로운 풍광을 떠올리게 하는 양떼목장의 설경과 하얀 눈을 이고 늘어선 횡계리 황태덕장의 목가적 정취, 그리고 천년고찰 월정사 등. 운치 있는 겨울 풍경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양떼목장=대관령 양떼목장은 '이땅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싶을만큼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로 다가온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3리. 해발 832m 대관령 정상부 백두대간 서사면에는 양들의 보금자리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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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초지는 양떼들의 천국. 하지만 겨울이면 키높이까지 쌓이는 하얀눈이 목장의 주인이다. 흰눈이 초지에 내려앉아 그려낸 부드러운 능선 군데군데 박힌 키다리 낙엽송과 나목의 자태는 마치 코트깃 세운 나그네의 뒷모습처럼 한껏 분위기가 살아 있다.

 

요즘 양떼목장을 찾으면 설경 말고도 즐길거리가 적지 않다. 양들에게 '건초 주기 체험', 추억의 '비료 포대 썰매', 그리고 '목장길 산책' 등이 대표적. 양떼목장은 6만2000평 면적에 둘레가 2.5㎞ 규모의 아담한 규모로 초지에는 200여마리의 양들이 뛰논다. 주변 대규모 소 목장에 비해 스케일은 작지만 이국적 분위기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上] 양들에게 건초주기 체험은 아이들이 곧잘 좋아한다.
[中] 비료포대 눈썰매장은 최고의 인기 코스. 눈밭을 뒹구는데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下] 눈덮인 산책 코스를 오르면 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으로 가슴 속이 후련하다.

옛 대관령길, 지금은 문닫은 상행선 대관령휴게소 뒤쪽 선자령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오프로드길을 400m 가량 오르면 아담한 목장이 나선다. '양떼 목장'의 본래 이름은 '풍전목장'. 수년전 부터 관광객들이 편하게 부르며 오늘의 이름이 굳어졌다.

 

작은 알프스 동산과도 같은 목장을 일궈낸 주인 전영대씨(53)는 "이만큼 만드느라 그간 '대관령 산짐승'처럼 살아왔다"며 거친 손을 내민다. 목가적 풍광뒤에 감춰진 지난한 현실은 멋스러운 울타리에도 배어 있다. 그간 강원도 일대 고물상을 뒤져 사들인 1만2000여개의 철지주를 80cm 깊이로 박아 철책을 치는데만 꼬박 4년이 걸렸다. 이곳 양들은 뉴질랜드 원산의 코리데일 종. 털과 고기 생산용으로 암수 모두 뿔이 없고 하얀 양털이 탐스럽기만하다. 십수년전 전북 남원시 운봉면양종축장이 문을 닫으며 이곳에 새보금자리를 튼 녀석들의 후예다.

 

양떼목장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건 '건초주기'와 '비료포대 눈썰매타기'. 입장료 대신 받는 건초(어른 2500원, 학생 2000원)를 축사에 있는 양들에게 먹이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다.

 

 축사에서 눈덮인 능선을 감상하며 비탈진 눈길을 잠시 걸어오르면 가파른 언덕배기에 펼쳐진 무료 눈썰매장이 나선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세트장으로 활용됐던 작은 귀틀집에 비료포대 수백장이 마련돼 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비료 포대 한장을 깔고 언덕을 미끄러져 내리며 질러대는 환호는 마치 삶의 묵은 때를 씻어 내는듯 후련하게만 들린다. 누구나 동심이 되어 눈밭을 뒹구는 사람들, 그리고 혹여 연인이 다칠세라 걱정 가득한 총각들의 눈초리 까지도 모두가 행복 가득한 모습이다.

 

눈썰매로 한바탕 땀을 뺐다면 능선길 트레킹에 나설 차례. 눈덮인 목장길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 1.3㎞ 산책 코스는 산정에서 불어오는 매콤 청량한 겨울바람이 있어 더 통쾌 시원하다. 목장 정상부(해발 950m)에서는 가슴 후련한 설경이 펼쳐진다. 겹겹이 쌓인 대관령 주변의 눈덮인 산줄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두어시간 겨울의 진수를 만끽하고 내려오면 난로가 절절 끓는 휴게실에서 언 몸을 녹일 수 있다. 찐옥수수(2개 3000원)와 호박죽(2000원), 솔잎차(2000원) 등 산촌의 미각을 맛볼 수 있다.

 

양떼목장의 최고 장점은 철마다 또다른 아름다움을 담아낸다는 것. 특히 봄이면 파릇파릇 새순 사이 노란 민들레가 만발하고, 5월이면 탐스런 민들레 홀씨가 바람결에 흩날린다. 그 사이를 어린 양떼와 아이들이 뒤섞여 한편의 천진난만한 산골동화를 엮어 나간다.

 

◆ 그밖의 볼거리

 


◇황태덕장=양떼목장 인근 횡계리 일대 광활한 황태덕장에서는 수백만마리의 황태가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익어가고 있다. 횡계는 일교차가 심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으로 천혜의 황태덕장 입지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인제 용대리와 함께 국내 대표적 황태 산지로 통한다. 하얀 눈을 이고 있는 황태덕장의 풍경이 장관.

 

12월 크리스마스 무렵에 널기 시작한 황태는 2월말까지 대관령의 눈보라와 햇살을 번갈아 맞으며 시나브로 맛을 더해간다. 얼고 녹기를 되풀이한 끝에 이윽고 노릇노릇 보푸라기처럼 속살이 잘게 찢어지는 맛난 황태로 태어난다. 덕장에서 만난 이 마을 박영숙씨(63)는 "올해 황태 작황이 아주 좋다"며 희색이다. 예년에 비해 춥고, 눈도 적당이 내려 유독 황태가 잘 마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대산 월정사=횡계리에서 오대산 방면으로 30분 가량 차를 몰면 신라고찰 월정사에 이른다.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수백m 아름드리 전나무숲길이 압권. 특히 눈 내린 직후 설경속 숲길 산책은 마치 꿈길을 걷는 듯 황홀감에 젖게 한다. 경내 적광전 앞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이 대표적 유물.

 

◆ 여행 메모

 


▶먹을 곳-묵을 곳=양떼목장에서는 제대로된 식사를 할 수 없다. 인근 횡계리는 용평스키장을 찾는 스키어들이 붐비는 곳으로 식당들이 많다. 송천회관(033-335-5942), 황태회관(033-335-5795) 등은 황태해장국-찜-구이 등 황태요리 전문집. 오대산 월정사 초입에는 오대산가마솥식당(033-333-5355ㆍ사진) 등 산나물 백반 집들도 많다. 횡계리와 영동고속도로 진부IC를 나서면 진부면소재지에 여관들이 많다. 대관령 양떼목장(033-335-1966)에서도 단체 40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횡계IC~456번 지방도 따라 우회전, 횡계리 못미쳐 좌회전, 직진~대관령 옛 휴게소 주차장~안내 입간판 따라 400m~양떼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