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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제주 하논오름] 국내 유일, 귀한 ‘제주쌀’ 나오는 분화구

by 白馬 2024. 7. 13.
 

한반도 유일 마르형 분화구…생태 가치 높으나 복원사업 지지부진

 

 

 

 

초여름,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댄 하논굼부리 논배미. 왼쪽 멀리 서귀포항과 문섬이 보인다.
 

제주도는 땅 전체가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으로 뒤덮인 화산지대다. 그 때문에 벼농사가 어려워 옛날엔 쌀이 귀했다. 제주 사람들은 어떻게든 쌀농사를 짓고자 물을 끌어오고, 가두려 애썼다. 그 흔적은 제주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런데 지금도 벼농사를 짓고 있는 땅이 있다. 한반도 유일의 마르Maar형 굼부리(분화구의 제주 방언)를 가진 하논오름이다. 

 

생태계의 타임캡슐, 마르 퇴적층

폭발로 마그마가 지상으로 솟구치면서 용암이 흘러나와 만들어진 일반적인 화산과 달리 마르형 굼부리는 마그마가 지하수와 만나면서 갑자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생긴 화산체다. 굼부리는 동서 1.8km, 남북 1.3km의 규모로, 한반도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한다. 백두산 천지와 울릉도 나리분지가 훨씬 크지만, 이들은 굼부리가 아니라 화산이 분출한 뒤 지하 마그마 방의 붕괴로 만들어진 ‘칼데라Caldera’다. 

 

하논굼부리와 한라산.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논배미다.

 

하논굼부리 아래는 고대 생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쌓인 마르 퇴적층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하논굼부리의 마르 퇴적층은 매년 한 층씩, 그 두께가 1,000년에 30~40cm씩 쌓이며 형성된 것으로, 수만 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 생태계 타임캡슐을 구성하고 있단다. 

이 퇴적층엔 고기후와 고생물의 정보가 잘 보존되어 있다. 이를 통해 빙하기를 포함한 지난 시간 동안의 지구 환경 변화를 읽어낼 수 있어, 세계적으로 아주 귀한 자산이라는 것. 그런데 이곳에 논밭이 생기고 사람들이 들어와 촌락을 이루면서 훼손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하논굼부리는 지름이 1.2km가 넘고, 둘레는 3.8km에 달한다. 굼부리의 가장 낮은 곳은 해발 53m, 화구벽 정상은 143m로 90m의 고도차가 난다. 특히 하논오름은 이중화산분출로 화구 안에 작은 섬인 분석구(보름이)를 가지고 있다. 

 

하논굼부리의 논과 습지대. 아프리카의 사바나지대 같다.

 

 

제주 유일의 벼농사 지역

원래 하논굼부리는 물이 넘실대는 호수였다고 한다. 굼부리 바닥에서 엄청난 양의 용천수가 솟아나기 때문이다. 이곳이 논으로 바뀐 것은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쯤의 일. 밭농사만 지으며 늘 식량 부족에 허덕이던 제주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이 부근을 지나던 한 지관이 “화구벽 동쪽을 파서 물꼬를 내라”고 한 말에 따라 화구벽 낮은 곳에 인공 수로를 만들어 호수의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고 농경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하논’은 제주어로 ‘큰 논’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호수의 물을 빼고 논을 만들면서 붙은 이름인 셈이다. 굼부리 안에는 하논마을과 한라산 남쪽 지역에서 최초로 세워진 하논성당도 있었다. 그런데 성당은 터를 옮겨갔고, 하논마을은 4·3사건에 휘말리며 사라지고 말았다. 

 

논두렁 사이를 지난다. 초여름,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댄 모습이다.

 

지금은 일제강점기 때 용주사라는 이름으로 들어섰서다가 4·3사건 때 사라지고 다시 지은 절인 봉림사와  4·3사건 이후 새로 형성된 마을이 있다. 굼부리 안의 마을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낭만 가득할 듯한데,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워낙 습한 곳이라서 연중 집안 곳곳에 곰팡이 피해가 심하단다. 

하논굼부리에서는 지금도 많은 양의 물이 솟아난다. 굼부리 북동쪽의 ‘몰망수’를 중심으로 열 곳이 넘는, 크고 작은 샘에서 터져 나온 용천수가 격자형의 수로를 따라 굼부리 곳곳으로 공급된다. 이 물은 다시 굼부리 남쪽의 가장 낮은 곳을 통해 천지연폭포로 흘러든다. 용천수가 끊이지 않다 보니 수로는 늘 물이 찰랑대고, 굼부리 바닥의 절반쯤은 습지다. 나머지는 벼농사가 중심이고, 화구 내벽을 따라서는 귤밭이 빼곡하다. 

 

방문자센터 앞 전망대에 선 탐방객들. 거대한 굼부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풍광, 색다른 탐방

이 너른 굼부리에 물이 가득 차 있었을 옛 모습을 상상하니 대단한 절경이었을 것 같다. 최근엔 야구 전지훈련장이나 공원, 예술과 스포츠, 쇼핑시설로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던 공간이다. 그러나 국내외의 저명한 지질·생태학자들이 연구와 논문을 잇달아 발표하고, 뜻 있는 시민단체의 노력도 뒷받침되며 하논굼부리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도 하논굼부리의 복원과 보전을 주제로 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여러 번 개최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3,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지 매입비용 등 여러 문제에 부닥치며 지금은 복원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논굼부리 탐방은 굼부리 안의 물이 빠져나가는 남동쪽이나 북쪽의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하면 된다. 세계조가비박물관 건너편의 하논로를 따라 200m쯤 들어서면 하논굼부리 마을이다. 제주올레 7-1코스를 따라 걷는 방법도 있다. 

 

하논마을에서 봉림사로 이어지는 길. 울창한 숲터널을 지난다.

 

서귀포시 서귀동의 제주올레사무국(올레스테이) 앞에서 올레 7코스와 갈라지는 7-1코스가 하논굼부리와 봉림사를 지난다. 하논오름은 따로 탐방코스가 마련된 곳이 아니어서 논두렁이나 수로, 농로를 따라 둘러보는 게 일반적이다. 방문자센터나 세계조가비박물관을 기점으로 마을과 봉림사, 몰망수를 잇는 동선이 무난하다. 

하논오름은 사철 언제 찾아도 독특한 모습을 보여 준다. 연초록 모가 빼곡한 못자리, 모내기를 앞둔 무논, 뙤약볕 아래서 검푸르게 자라는 벼,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 들판, 벼 그루터기만 남은 논배미 같은, 제주에서는 희귀하고 낯선 풍광이 이 굼부리 안에 가득하다. 

하논굼부리 관련 자료가 전시된 하논분화구방문자센터는 꼭 올라 보아야 한다. 상근 중인 해설사로부터 전문적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방문자센터 바로 앞 전망대서 조망하는 풍광도 빼어나다. 논과 습지, 분석구인 보름이로 이뤄진 하논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Info

교통 하논분화구방문자센터 바로 앞에 295번(서귀포버스터미널↔성산항), 520번(제주국제컨벤션센터↔중앙로터리), 611번(천지연폭포↔돈내코), 622번(서귀포여고↔하례리), 182번(제주버스터미널-제주공항-동광리-중문-중앙로터리) 등 여러 버스가 선다. 

세계조가비박물관으로 가려면 201, 202, 281, 282, 510, 521, 530, 531, 690, 5004, 5005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주변 여행지

천지연폭포.

 

천지연폭포 서귀포항 안쪽 깊은 곳에 있는 높이 22m, 폭 12m, 수심 20m의 아름다운 폭포다. 

폭포 주변은 천연기념물인 난대림이 울창하다. 담팔수와 원앙 무리, 이곳에서만 사는 무태장어까지 천지연 주변은 온통 자연의 보고로 가득하다. 하논굼부리의 용천수도 이곳으로 떨어져 내린다.

 

외돌개.

 

외돌개 거대한 용암을 파도와 바람이 조각해 완성한 돌기둥. 높이 20m가 넘는 거대한 바위가 바닷가에 우뚝 서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짙푸른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선녀탕과 폭풍의 언덕, 외돌개 등이 어우러지며 해안 절경을 펼쳐놓았다. 이 일대는 제주올레 7코스를 따라 걸으며 둘러보는 게 가장 좋다.

 

네거리식당 갈치조림.

 

맛집(지역번호 064)

서귀포 중심의 네거리식당(762-5513)은 20년 넘게 명성을 이어오며 도민은 물론,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갈치요리 전문점이다. 신선한 갈치에 호박을 넣고 끓인 갈칫국과 갈치구이, 갈치조림이 대표 메뉴. 

갈치구이 소(2인) 5만5,000원, 갈치조림 대(3인) 6만5,000원, 갈칫국 1만6,000원.

 

하논분화구방문자센터. 이 앞에 서면 하논굼부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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