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5년이 지났다. 올림픽 경기 후 유전자원보호림 원형복원을 전제로 설치한 가리왕산케이블카는 강원도의 약속 파기로 아직 철거되지 않고 있다.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은 가리왕산 유전자원보호림의 핵심구역인 하봉 정상부 표고를 낮추는 방식으로 건설됐다. 완만한 언덕을 이루었던 하봉 정상은 중장비로 평탄화됐고, 여기에 탐방용 철골데크까지 설치됐다.
‘2024년 말까지 케이블카 한시적 운영’이라는 사회적 약속조차 지켜질지 불투명하다. 올해 말까지 운영해 보고 성과에 따라 정부가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산림청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치열하다.
현재 산림청은 가리왕산 케이블카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 결과는 이르면 올해 7월경 나올 예정이다. 이 용역을 앞두고 정선군은 가리왕산 인근 관광지 조성 계획과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친환경 케이블카’라고 주장한다.
스키장 건설로 훼손된 가리왕산 전경.
가장 울창했던 원시림을 베어낸 그들
‘친환경’이 무엇인가? 우리나라(남한)에서 가장 크고 울창한 원시림이었던 가리왕산 하봉 일대 수목 15만 그루를 보름도 안 되는 스키 경기를 위해 베어낸 게 친환경인가? ‘유전자원보호림 원상복구’라는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친환경인가?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유전자원보호림 꼭대기에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관광객들을 올려 보내는 게 친환경인가?
지난 5년 동안 가리왕산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강원도는 원상복구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경기장 슬로프를 그냥 방치했다. 2018년 여름부터 산사태가 발생했고, 슬로프 구간의 소중한 표토(겉흙)는 모두 유실돼 온통 자갈사막으로 변했다.
세번의 산사태는 모두 원래 숙암계곡이었던 연습슬로프에서 발생했다. 강원도는 ‘응급복구’라는 이름으로 산사태가 난 계곡을 세번 모두 슬로프로 복원했다. 계곡으로 복원해야 할 곳에 중장비를 동원해 토석을 다시 채웠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쓰는 게 친환경인가?
스키장 건설예정지에 수목조사를 하는 장면, 성인남자5~6명이 손을 맞잡고 있어도 부족할 정도로 큰 나무들이 무참히 잘려 나감.
원상회복 약속 안 지키고 웬 케이블카?
가리왕산 스키장이 건설된 지역은 장구목이계곡과 함께 가리왕산 원시림에 풍성한 습기를 공급하던 숙암계곡이다. 울창한 숲과 큰 바위들로 이루어진 숙암계곡을 대형 콘크리트 배수로로 만들어버린 게 친환경인가? 가리왕산에서 ‘친환경’을 이야기하려면 원래의 숲을 되살리고 숙암계곡을 계곡으로 되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5년 전 동계올림픽 때 썼던 일회용 케이블카를 철거하지 않고는 그 어떤 것도 친환경이 될 수 없다.
최근 정선군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정선군이 케이블카에 투자한 돈은 42억1,712만1,000원인데 수익은 20억8,116만4,000원에 그쳤다. 케이블카 가동 후 초기 1년 운영비가 적자라면 이후 계속될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 이런데도 정선군은 케이블카 존치를 염두에 두고 가리왕산 일원 80만㎡ 부지에 8개 테마정원을 조성하는 복원 계획을 내놓았다. 강원도도 “산림복원과 케이블카 이용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원래의 가리왕산을 올림픽경기 이전 상태로 복구하겠다던 사회적 약속을 폐기하려 하고 있다.
스키장 예정지 사진.
가리왕산은 강원도·정선군 소유 아닌 국민의 것
가리왕산은 강원도나 정선군 소유가 아니다. 국가가 소유한 국유림이고 유전자원보호림이다. 아이 돌잔치 앞두고 “우리 집은 좁으니 아파트 좀 빌려 달라”며 옆집 빌려서 돌잔치를 하더니 “시설비 아까우니 계속 잔치용 아파트로 쓰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꼴이다. 가리왕산은 국가가 지정한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케이블카와 제설기, 급수용 파이프라인과 같은 인공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이다. 산림청과 환경부는 이런 기본 원칙 아래 법률이 정한 산림유전자보호림 복원계획을 집행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합의한 공적인 약속을 계속 억지와 생떼로 뒤집는다면 국가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 ‘강원도 올림픽경기장 부지 원상 복원’ 약속을 파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산림청은 가리왕산 유전자원보호림 복원계획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스키장 건설로 잘려나간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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