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3대 유격훈련장 있는 옹암, 짜릿한 손맛 느낄 수 있어
전남 화순의 옹성산甕城山(574m)은 두 얼굴의 색다른 비경을 품고 있다. 서쪽엔 육당 최남선이 조선 10경이라고 극찬한 화순적벽, 남쪽엔 육군 3대 유격장인 동복유격대 산악훈련장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호수의 절경과 암릉의 짜릿한 손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옹성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화순적벽이다. 옹성산 서쪽에는 S자 모양으로 굽이치는 동복호가 있는데, 이 물길을 따라 장항(노루목)적벽,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 등이 7km가량 늘어서 있다. 사람들은 이를 묶어 ‘화순적벽’이라 부른다.
옹성산 아래의 장항적벽은 규모와 높이에 있어 단연 으뜸으로 손꼽힌다. 웅장한 기암절벽은 산수화 그려진 여덟 폭짜리 붉은 병풍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 과거 절벽 안쪽엔 한산사라는 암자가 있어, 쪽배를 타고 오가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조선 중기의 저명한 시인이었던 석천 임억령은 화순적벽을 ‘적벽동천赤壁洞天’이라 불렀다. 신선들이 살 만한 수려한 경치가 있다는 의미다. 당대의 명사들은 앞 다투어 화순적벽을 소재로 한 찬사의 글을 남겼다. 편액, 현판, 시, 유람록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화순적벽은 문인들에게 영감을 마구 불어넣어 준 문화의 산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쌍문바위 갈림길, 뒤로 오른쪽은 옹암, 왼쪽은 쌍두봉
30년간 숨겨져 있던 곳
화순적벽의 모습은 1971년, 1985년 두 차례에 걸친 댐 건설로 상당 부분 바뀌었다. 동복댐이 생긴 이후 장항적벽도 30m가량 물에 잠겼고, 인근 15개 마을의 5,700여 명의 수몰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장항적벽은 한동안 상수원 보호를 위해 사람의 발길이 제한됐다. 그러다 2014년, 일정 부분 개방됐다. 30년 만에 빗장을 푼 장항적벽과 보산적벽은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오랜 시간 숨겨져 있던 비밀의 공간은 원시림 같은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었고, 호수에 비친 거대한 적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했다.
옹성산의 진가는 보산적벽 전망대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장항적벽을 품은 옹성산의 모습은 김삿갓이 반했다는 선경仙境의 의미를 실감하게 해준다.
옹암 산악레펠 교육장, 철계단으로 직등할 수 있다.
옹성산은 노천 지질박물관이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억겁의 세월이 만든 층리가 발달해 있다. 산줄기엔 석회암이 땅 위로 솟아오른 듯한 기암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옹암, 쌍문바위, 협곡지대, 백련암 터 등에서 화산활동 중 형성된 다양한 표본을 볼 수 있다.
옹성산 산행은 동복유격대 입구인, 1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이정표에는 동복 출신으로 한국 근대 서양 화단의 거목 오지호(1905~1982) 화백의 묘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나란히 있다. ‘동복유격대’ 입구 조형물엔 유격대의 상징인 검은박쥐 그림이 새겨져 있다.
참고로, ‘화순 동복유격장’은 대구 화산유격장, 완주 고산유격장과 함께 훈련이 빡세기로 악명 높다. 육군 초급장교가 되려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교육생들은 옹성산의 암벽과 동복댐 아래 만경대萬頃臺에서 산악 레펠강하, 도하훈련, FTX(야외전술) 훈련, 하천장애물극복 훈련을 거쳐 강인한 지휘관으로 거듭난다고 한다.
정상 옆, 동복호 전망대, 한반도 지형이 보인다.
옹성산의 하이라이트, 옹암 직등 코스
옹성산의 상징은 커다란 잿빛 항아리를 닮은 옹암瓮巖(395m)이다. 옹암은 안성제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꺾어 10분 거리에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산악레펠 훈련하는 교육장으로 쓰이고, 토·일요일엔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옹암은 수십 미터 높이의 수직 단일 암봉이다. 페이스Face 등반에 가까운 75~80도 경사도를 자랑한다. 바위 한가운데 克己극기라고 씌어 있을 만큼 담력이 필요한 곳이다. 예전엔 일반인들도 로프를 타고 올라갔지만, 지금은 수직계단을 타고 오를 수 있다. 대둔산 삼선 계단보다 더 짜릿한 전율과 성취감이 뒤따른다.
바위 표면은 자갈과 시멘트를 버무린 듯한 역암 지질이라 미끄럽지 않다. 물론 안전한 우회 등산로도 있다. 옹암 정상부에 올라갈수록 안전시설이 부족해, 거의 기어가다시피 올라야 한다. 옹암 정상은 완전히 열려 있다. 모후산을 비롯한 봉두산, 조계산이 시원하게 보인다.
쌍두봉 하산길에서 바라본 옹암.
쌍문바위로 가려면 독립가옥 위쪽의 갈림길을 통해야 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50m 지점에 쌍문바위가 있고, 왼쪽으로 가면 백련암터가 나온다. 쌍문바위는 노년기 응회암이 퇴적되고 깎이면서 만들어졌다. 우주 영화에서 보일 법한 독특한 모양이 인상적이다.
쌍문바위 뒤로 그랜드캐니언의 축소판 같은 협곡이 펼쳐진다. 옹성산 정상은 넓은 분지 형태로, 제대로 된 조망을 보려면 왼쪽 둔덕에 올라야 한다. 이곳에선 동복호 중앙부에 위치한 보산적벽이 보인다. 마치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동복호 너머로는 호남정맥인 무등산과 안양산, 풍력발전기 바람개비가 돌고 있는 별산鼈山(690m)이 조망된다. 참고로, 별산 전망대는 옹성산과 장항적벽 전체를 볼 수 있는 숨은 조망 포인트다.
옹성산 정상에서는 바로 아래 있는 장항적벽 비경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변화가 생겼다. 바로 출렁다리다. 옹성산 출렁다리는 2023년 11월경 세워졌다. 동복호 경관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76m 길이의 무주탑 다리다. 출렁다리에서도 여전히 장항적벽을 볼 순 없지만, 대신 옹성산 정상부의 암봉과 동복호의 전경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두 개의 바위문이 열린 것 같은 쌍문바위.
하산길에는 담양 금성산성, 장성 입암산성과 함께 전남의 3대 산성으로 불리는 철옹산성을 지난다. 이 산성은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산줄기를 따라 5.4km 길이로 쌓인 포곡식 산성이었지만, 지금은 100m 정도만 남아 있다. 산성 터에는 곡식을 빻던 디딜방아 석물石物도 볼 수 있다.
쌍두봉은 데크계단 입구에서 100m 거리에 있다. 조망이나 안내문도 없지만 이곳에서 흘러내린 수직 절벽은 산 아래로 거대한 암벽을 이루고 있다. 데크계단 방향으로 20분 정도 내려가면 2주차장, 여기서 15분 더 내려가면 1주차장이 나온다.
산행길잡이
▶동복유격대 1주차장 - 안성제 - 갈림길 - 옹암 유격훈련장 - 옹암 정상 - 가옥 터 - 갈림길 - 쌍문바위 - 협곡 - 정상 - 출렁다리 - 정상 - 철옹산성 - 쌍두봉 - 데크계단 - 2주차장 - 안성제 - 동복유격대 1주차장(8.8km 4시간)
교통(지역번호 061)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까지 고속버스가 하루 2회(09:50, 16:05) 운행한다. 요금 3만4,300원. 4시간 15분 소요.
광주광역시를 경유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광주유스퀘어터미널까지 수시로 버스가 운행한다.(첫차 00:45, 막차 24:00) 요금 우등 3만800원, 심야우등은 3만3,800원. 3시간 20분 소요.
광주 유스퀘어터미널 입구에서 동복면까지 가는 217번 화순교통 농어촌버스가 있다. 동복면 소재지까지 하루 18회(첫차 06:05, 막차 21:15) 운행한다. 요금 1,500원.
동복면에서 동복유격대 입구까지는 택시 이동이 편하다. 요금 약 6,000원. 문의 372-2313.
먹거리(지역번호 061)
화순 이서면 야사마을에 위치한 ‘누룩꽃이핀다(372-6464)’ 는 화순적벽이 개방되면서 입소문을 탄 시골 빵집이다. 누룩 효모로 만든 건강한 빵을 하루에 한 번 구워 낸다. 빵집 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누룩 쿠키, 소보로, 단팥빵이 인기 있다.
화순적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장항적벽. 기암절벽이 호수 위에 떠있는 모습이다.
화순적벽 여행
※화순적벽 관람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장에서 화순적벽 셔틀을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으로 사전에 적벽투어를 예약하는 것이다. 보산적벽은 투어 버스만 출입 가능하다. 창랑적벽과 물염적벽은 자차로 조망할 수 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화순적벽버스투어(373-5482, tour.hwasun.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적벽셔틀
▶승강장 : 화순온천주차장(7,000원), 이서커뮤니티센터/화순적벽 입구(5,000원)
▶소요시간 : 2시간
※ 셔틀버스 특성상 만차 시 다음 운행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적벽투어
▶승강장 : 이용대체육관 앞 ▶운영요금 : 1만 원
▶이용가능인원 : 1일 112명 ▶소요시간 :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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