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도, 조발도, 둔병도, 적금도, 사도, 하화도, 상화도, 제도, 개도.
전라남도 여수 앞바다에 오손도손 모여 있는 크고 작은 섬들, 그중 낭도에 대한 추억 이야기.
낭도 둘레길 1코스에서 만난 뱃길잡이 남포등대
낭도 캠핑장을 만든 손톱만큼의 지분
여수항여객선터미널의 하루는 아침 6시, 그 섬들을 순환하는 ‘백조호’의 힘찬 출항과 함께 시작된다. 일출은 섬 여행의 초입부치고는 너무나도 진한 감정씬이다. 돌산 하늘 아래 자락을 감싸며 스멀스멀 주황빛이 퍼져가더니, 매끈한 섬 능선 위로 아침 해를 뱉어낸다. 뱃길은 백야대교 아래로 흘렀다. 파열되는 파도를 따라 일출의 붉은 기운이 그 뒤를 따르는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바다만 바라본 때도 있었다. 참 좋았다. 배를 타고 이른 아침 섬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란.
여수 낭도는 매력적인 섬이다. 선착장에 배가 닿으면 섬 어부들의 수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고무 대야가 여행객을 반긴다. 싱싱한 해삼과 펄떡이는 생선, 얼른 배낭을 내려놓고 해산물을 옮겨 싣는 일손에 힘을 보태 보기도 했다.
백패커들이 알음알음 찾아들어 캠핑을 즐겼던 낭도중학교 폐교터
사실 지금의 낭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나의 지분도 손톱만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 폐교된 낭도중학교 터에 텐트를 치고 있으면 어김없이 막걸리 박스를 들고 내게 다가왔던 이와 연관된 이야기다. 그는 낭도막걸리 강창훈 대표다. 당시 강 대표는 낭도 발전위원회 일을 맡아 보고 있었는데, 열정적이었던 그는 내게 섬 발전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나는 폐교에 정식 캠핑장 하나가 생기면 좋겠다고 했고, 그 바람은 결국 현실이 됐다. 이 정도면 손톱만큼의 지분, 충분하지 않나. 초가을이었다.
아직은 섬다운 모습에 안도하다
여전히 여수 낭도로 가는 바닷길은 열려 있지만, 횟수는 줄었다. 대신 2020년 고흥에서 여수 사이에 4개의 다리가 놓이며, 낭도는 육로로 오갈 수 있는 섬이 되었다. 여수에서 차량을 빌려 섬에 도착하니, 세상 그리 편할 수가 없다. 초여름 낭도에서 초가을의 낭도를 추억한다. 그리곤 아직은 섬다운 모습에 안도했다. 그럼 그렇지.
낭도의 남쪽 해안은 경관에 더해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우수하다
카페와 식당이 늘어난 것을 빼면 마을도, 해변도, 포구도 그대로다. ‘갱번미술길’에는 섬을 닮은 작품들이 걸렸다. ‘갱번’은 바다를 뜻하는 남도 말이라는 데, 강창훈 대표는 밀물과 썰물 사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바다라며,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내게 설명했다. ‘장사금언덕’에 차를 세우고 낭만 낭도 1코스를 걸었다. 산타바해변에서 남포등대, 천선대, 신선대 그리고 주상절리로 이어지는 절경의 해안 길이다. 낭도와 추도가 시야 가득 들어와 앉았다. 섬마다 추억이 쌓였으니 이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할 지경이다. 아름답다.
산타바해변 앞바다에는 사도와 추도가 두둥 떠 있다
섬 여행을 서둘러야 할 이유
면적 5km2의 낭도에는 2개의 마을이 있다. 아니 건너편 섬 사도까지 포함하면 3개의 마을이다. 규포는 배를 타고 뚜벅이로 왔다면 한참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 마을이다. 선착장이 있는 여산에 비해 그만큼 덜 알려졌던 곳이다. 도장개해안가로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보행보조기를 앞세운 운동 겸 산책이다. 정겨운 포구 너머로 새로 들어선 둔병대교가 나타났다. 변화와 남아 있는 것의 묘한 어울림이다.
규포마을 도장개해변에는 여전히 고즈넉한 정취가 흐른다
낭도가 육지와 연결되자 여행객의 기대가 더욱 커졌다. 교통이 편해진 만큼 많은 사람이 낭도를 찾아온다. 또 머지않은 장래에 낭도에서 사도까지 인도교가 놓일 전망이다. 다리가 놓이면 주민들의 생활이 편해지고 여행객의 접근도 쉬워진다. 하지만 시간이 더욱 흐르면, 결국 섬의 정서는 점차 색을 잃어 가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섬 여행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섬은 섬이라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어서.
▶SPOTS
낭도의 귀한 술
백년도가 낭도막걸리 양조장
‘백년도가’로 불리는 양조장은 4대째 가업으로 이어져 왔으며 그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백년도가에서 생산되는 ‘낭도젖샘막걸리’는 철분이 함유된 심층수를 사용하며 아직도 재래식 큰 독에 누룩을 넣어 발효한다. 초창기 낭도막걸리는 옥수수를 재료로 했고 그다음은 밀, 그리고 현재는 밀과 쌀을 섞어 쓴다. 다리가 놓인 후에도 낭도막걸리는 소량 생산을 고집하며 육지로 반출을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여전히 낭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술이다.
폐교의 변신
낭도야영장
낭도중학교 폐교 터에 야영장이 있다. 차박과 오토캠핑이 가능한 41개의 사이트, 길 건너에 낭도해수욕장 해변에도 10개의 사이트가 있다.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입지조건이 뛰어나고 시설관리가 양호하다. 낭도야영장 네이버 밴드와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정보를 얻고 예약을 할 수 있다. 비수기 4만원, 성수기 5만원.
등대와 여우
사도 포토존
낭도선착장에서 캠핑장과 장사금해변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해안가 절벽 위에서 멈춘다. 빨강 등대와 여우 조형물이 있는 사도 포토존이다. 이곳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도의 모습을 가장 또렷하게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왔다.
프라이빗한 해변
장사금해변
낭도해변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프라이빗 해변이다. 갯바위를 사이에 두고 2곳으로 나뉘어 있는 해변은 아담하지만,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시설물이라고는 해변진입로에 조성된 돌담길이 전부다. 깊은 U자형의 해변은 잔잔하고 수위가 낮아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 더욱 좋다.
▶여객선
수연안여객터미널 → 낭도선착장
1일 1회 운항(14:00)
백야도선착장 → 낭도선착장
1일 2회 운항(08:00, 11:30)
★오늘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