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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전라도의 숨은 명산 구황봉] 강한 氣 뿜어내는 아홉 개의 바위

by 白馬 2024. 7. 4.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고창 병바위 일원

 

 

구황봉을 축대처럼 받치고 있는 탕건바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2023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고창군에는 돌과 관련된 명소가 차고 넘친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인 고인돌이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선운산 인근의 소요산 암벽, 화시산 왕자굴, 계명산 소굴치, 병풍산 턱바위 등 독특한 지질 자원이 많다.

선운사로 가는 22번국도에서 주진천 건너편의 반암마을을 바라보면 특이한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눈에 띈다. ‘병바위’다. 그 모습은 사람의 옆모습이나 세워둔 호리병처럼 보인다. 전설에 의하면 신선이 잔칫집에 갔다가 술에 취해서 걷어찬 술병이 강가에 꽂혀 병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반곡마을에 위치한 수선암. 구황봉 산행의 들머리다.

 

소반바위, 전좌바위가 포함된 고창 병바위 일원은 2021년 12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됐다. 전좌바위에는 깎아지른 절벽에 제비집처럼 걸려 있는 두암초당이 있다. 김소희 명창이 15세 때 이곳에서 득음했다고 전해진다. 병바위 일대는 침식으로 생겨난 수많은 단애Cliff와 스택Stack이 있고, 타포니Tafoni 같은 화산암 지형경관도 있다.

* 단애 :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 * 스택 : 층층이 쌓인 퇴적암 * 타포니 : 바위조각이 떨어져 나간 패인 풍화혈

“기이한 봉우리에서 기인이 나온다”는 의미의 기봉출기인奇峰出奇人이라는 말이 있다. 예사롭지 않은 병바위를 품고 있는 반암마을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사들을 줄줄이 배출한 명촌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도암 오희길을 모신 금암사와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하서 김인후가 강학한 사당도 있다.

 

명승으로 지정된 병바위 일원 전경. 왼쪽부터 병바위, 소반바위, 전좌바위.

 
 

아홉 개의 바위를 찾아라

구황봉(298m)은 선운산도립공원에 속해 있다. 선운산 주능선에서 살짝 비켜 있어 큰 존재감은 없지만, 풍수에서는 구황봉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구황봉 아래 선동마을에는 LG그룹을 창업한 능성 구씨 3세조 선영이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과거 “고창 군수 할래? 구씨 묘지기 할래?”라고 물으면 대부분이 “구씨 묘지기 하겠다!”고 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선동마을은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의 명당이다.

구암九岩마을 입구에 있는 안내도엔 ‘아홉 바위의 기氣가 가득한 마을’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구암리에만 6개 바위(벌바위, 형제바위, 탕건바위, 선바위, 안장바위, 병풍바위)가 있고, 주진천(인천강) 건너편에는 3개 바위(병바위, 전좌바위, 소반바위)가 있다. 구황봉 능선에 올라서면 아홉 개 바위가 모두 보인다. 

 

소반바위에서 내려다본 병바위와 주진천(인천강).

 

병바위 근처 할매바위와 안장바위 근처 삼천굴도 이름난 명소이다. 할매바위는 암벽등반 장소로 잘 알려져 있으며. 탕건바위와 삼천굴은 기도발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 무속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구황봉을 중심으로 아홉 개 바위들의 위치와 지명이 자료마다 차이가 있기에, 고창문화원 조기환 원장의 자문을 통해 바위의 정확한 이름과 위치를 파악했다. 

들머리를 반곡리로 하면 6개의 바위를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서 수선암까지는 약 500m 길이의 구불구불한 시멘트 도로를 완만하게 오른다. 수선암 대웅전의 오른쪽에 있는 대나무숲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정표는 없다. 간간이 보이는 선답자들의 산행표지기가 이정표 구실을 한다. 방향만 정확히 파악한다면 어렵지 않은 산길이다.

 

병바위 일대의 소반바위 절벽 아래에 위치한 두암초당.

 

수선암에서 5분 거리에 형제바위가 있다. 인체의 폐를 닮은 두 개의 절벽이다. 오른쪽 절벽의 작은 굴은 스님들이 공부하던 장소라고 한다. 형제바위를 우회해 바위로 올라서면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남쪽으로 벌바위가 있고, 북쪽으로 탕건바위가 보인다. 

벌바위 평평한 암반에는 자태가 고운 반송과 반듯한 묘가 자리 잡고 있다. 탕건바위는 아파트 3층 높이의 수직절벽으로, 무속인들이 사용하는 우물터 갈림길에서 오른쪽 100m 거리에 있다. 주변 잡목들로 인해 바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긴 어렵다. 탕건바위 아래에는 사람이 생활했던 것으로 보이는 기도 터가 있다. 지금은 폐허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번듯한 지번도 남아 있다. 간혹 요란한 굿소리가 마을까지 들린다고 한다. 

 

불기둥처럼 우뚝 솟은 탕건바위.

 

안장바위는 최고의 조망터

구황봉 정상은 잡목에 가려 조망이 전혀 없다. 군인들의 초소를 닮은 축대가 오래된 묘 1기를 감싸고 있다. 삼인종합학습원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구황봉에서부터 비학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이정표가 촘촘하다. ‘구황봉 0.3km 지점’ 이정표를 만나면 갈림길에 주의해야 한다. 안장바위를 가려면 오른쪽 인경봉 방향을 버리고 왼쪽으로 들어서면 된다.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좁은 등산로지만, 10분만 내려가면 넓적바위 사거리가 나온다. ‘멧돼지출몰지역’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곳은 구암마을 사람들이 선운사로 넘어 다니던 길목으로, 근처에 선바위가 있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는다. 안장바위 가는 길은 백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녹색 물빛 도솔제는 영화 같은 풍경이다. 

 

손이 가리키는 곳은 벌바위, 그 아래에 수선암이 있다.

 

안장바위는 두 개의 암봉으로 우뚝 솟아 있다. 첫 번째 봉우리는 오를 수 없지만, 두 번째 봉우리는 위쪽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선운산 주능선을 비롯해 주변이 두루 조망된다. 다만 안전시설이 없기에 주의해야 한다. 

병풍바위는 구암마을에서 보면 병풍처럼 보이지만 산 위에서는 기다란 암벽지대다. 변산 굴바위와 비슷한 규모의 거대한 삼천굴에는 무속행위를 위한 도구와 옷가지가 있다. 삼천굴 가는 길은 바위에 파란 물감으로 표시되어 있다. 길 찾기는 쉽다. 삼천굴에서 20분 정도 계곡을 내려가면 구암마을에 닿는다. 

 

 

산행길잡이

▶수선암 입구-수선암-형제바위-벌바위-탕건바위-구황봉-갈림길-안장바위-병풍바위-삼천굴-계곡-사방댐-농로-구암마을회관(7.4km 3시간 40분)

※구암마을회관에서 병바위가 있는 아산초등학교까지는 4km 정도의 일반도로다. 전좌바위, 소반바위, 병바위 전체를 둘러보는 둘레길이 있고 약 40분 소요된다

 

교통(지역번호 061)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고창문화터미널까지 1시간 간격으로 하루 16회(07:05, 07:40, 08:20, 09:00, 09:50, 10:45, 11:50, 12:30, 13:20, 14:05, 14:55, 15:40, 16:30, 17:30, 18:30, 19:30)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3시간 10분 소요되며, 버스요금은 우등 24,700원, 고속 19,000원.

구암마을까지는 고창문화터미널에서 선운사까지 운행하는 141번, 143번 농어촌 버스를 타면 된다. 하루 15회(07:10, 08:05, 08:50, 09:45, 10:40, 11:30, 12:25, 13:25, 14:20, 15:10, 16:10, 17:15, 18:10, 19:05, 19:50) 운행한다. 선운사 직전 구암리에서 하차하면 된다. 버스요금은 1,000원. 반곡리 수선암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다. 

 

먹거리(지역번호 061) 

구암마을 입구에 있는 ‘신선 추어탕’(561-4055)은 시골 인심 가득한 식당이다. 병바위 일원이 한눈에 조망되는 곳에 있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미꾸라지는 농장에서 주인이 직접 키운다. 두부 역시 마을에서 농사지어 재배한 콩으로 만든다. 씹는 맛이 묵직하고 진하다. 추어탕 1만 원. 두부 1만 원(포장 한 모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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