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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제주도 말미오름] UFO 착륙 흔적 같은…밭이 된 분화구

白馬 2024. 6. 27. 06:33

제주, 어디까지 아세요

 
 

알오름 서쪽 자락의 띠 군락. 바람결 따라 뒤척이는 띠의 춤사위가 장관이다.

 

 

자체로 완벽한 화산인 오름은 굼부리(분화구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 형태에 따라 몇 종류로 구분된다. 용암이 화구벽 중 약한 곳을 터뜨리고 나가서 한쪽이 열린 말굽형이 가장 흔하다. 원형 굼부리를 가졌거나 아예 굼부리가 없는 원뿔 모양도 있다. 

또 몇 개의 화구가 한 오름에 모여 있기도 하고, 한 곳에서 두 번 분출해 굼부리 안에 또 굼부리가 솟은 이중화산체도 있다. 제주시 구좌읍과 서귀포시 성산읍에 걸쳐 있는 말미오름(두산봉)이 그렇다. 

 

외륜산과 알오름 사이에서 만나는 습지. 근처 목장의 소와 새, 짐승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거대한 오름 안에 알오름이 봉긋

제주에는 이중화산체를 가진 오름이 몇 된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송악산(104m)과 표선면의 모지오름(306m), 제주시 한경면의 당산봉(145.7m), 조천읍의 방애오름(453.4m) 그리고 이곳 말미오름(143.5m)이 모두 이중화산체다. 이중화산체란 원래의 화구 안에 또 화산이 분출한 경우로, 오름 굼부리 안에 알오름을 품은 모양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 서쪽에 거대한 성채 모양으로 솟은 말미오름은 ‘멀미오름’이라고도 부른다. ‘말미’는 몸집이 큰 산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斗山두산’이라 적는다. 또 말을 많이 풀어 먹이던 곳이라고 해서 ‘馬山마산’이라고도 쓴다. ‘멀미’는 머리라는 뜻에서 흘러온 말로, 한자로는 ‘頭山두산’이라 표기한다. 

 

말미오름 코스 안내도. 외륜산 화구벽을 걷다가 새끼오름(알오름)으로 가는 동선이다.

 
 

종달리나 상도리에서 보면 알오름이 도드라져 그냥 완만한 산처럼 보이나, 시흥리에서는 알오름을 두른 외륜산의 절벽이 눈길을 끈다. 난공불락의 성채 같다. 남동쪽에서 동북쪽에 걸친 이 화구벽이 높은 바위 벼랑을 이루고, 그 반대편은 화구벽의 흔적이 오간 데 없이 초지대로 가득한 평지다. 오름의 한가운데에 고깔 모양의 알오름이 봉긋 솟아 전형적인 이중화산체를 보여 준다. 

넓고 동그란 굼부리 안 대부분은 밭뙈기다. 소를 키우는 목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차량이 드나들며 농사를 짓는 밭이다. 공중에서 보면 그 모양이 커다란 피자 같다. 학자들은 큰 외륜산이 바다 속에서 먼저 분출했고, 그것이 육지가 된 후에 그 속에서 알오름이 분출했다고 주장한다. 

 

공중에서 본 말미오름. 모양이 커다란 피자 같다.

 

전망대서 만난 숨 막히는 제주

말미오름은 들머리가 두 곳이다. 시흥리에서 제주올레 1코스를 따라 서쪽으로 1km쯤 들어선 곳에 화장실을 갖춘 제주올레안내소가 있다. 안내소를 지나 80m쯤 더 간 곳이 말미오름 들머리다. 올레 화살표와 간세, 사각형 모임지붕을 한 정자 사이로 통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말미오름에서 만나는 나무 대부분이 소나무인데, 입구부터 소나무가 늘어서 눈길을 끈다. 

제주올레 1코스와 겹치는 말미오름 탐방로는 길이 선명하고, 넓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300m쯤 가면 능선에 닿는다. 이때부터 시흥리 들판과 성산항, 성산일출봉, 바다 건너의 우도가 어우러진 풍광이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한 제주의 모습이다. 알록달록한 지붕을 맞댄 집이 옹기종기 모인 시흥리가 가깝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의 주 촬영지기도 하다. 

 

전망대서 본 시흥리와 성산일출봉. 일출봉과 겹친 오름이 식산봉이다.

 

그 너머 오조포구를 품은 식산봉이 바닷가에 왕관처럼 솟은 성산일출봉과 겹치며 숨바꼭질을 한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제주다. 이 조망은 외륜산 화구벽을 벗어날 때까지 500m쯤 이어진다. 중간에 이 풍광에 취할 수 있는 전망대도 나온다. 

외륜산 화구벽에서 내려선 후 알오름으로 오르기 전에 물웅덩이를 지난다. 화구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오름 안에서 솟은 물이 고인 습지다. 사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남방개가 많이 보인다. 습지 가장자리엔 소 발자국으로 가득하다. 새와 노루 발자국도 섞였다. 들짐승과 날짐승들에게 생명의 샘인가보다. 

 

알오름 정상에서 본 동북쪽 풍광. 광활한 밭지대를 지나 지미봉과 우도, 일출봉이 보인다.

 

정상에서 펼쳐지는 동부 제주

습지를 지나 무덤을 돌아간 곳에 제주 오름에서만 가끔 만날 수 있는 숨 막히는 풍광이 기다린다. 허리까지 자란 풀이 바람결 따라 춤을 추고 있다. 그런데 그 넓이가 엄청나다. 바람이 부는 결 따라 이리 쏠렸다가 저리 누웠다가, 그 부드러운 움직임이 달콤하기까지 하다. 

이 풀은 뭍에서는 보기 힘든 ‘띠’라는 것으로, 옛날에 볏짚을 구할 수 없던 제주에서 억새와 함께 초가의 지붕을 이을 때 꼭 필요한 건축재료였다. 현대에 들어 지붕이 개량되며 쓸모가 없어지자 점점 줄어들어서 제주에서도 띠밭은 쉽게 볼 수 없는 풍광이 되고 말았다. 말미오름엔 띠가 여전히 ‘천지삐까리’다. 꼭 보호하고 지켜내야 할 군락지 같다. 

 

외륜산 화구벽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말미오름의 이 띠는 매년 1월 말쯤에 인부들이 와서 베어간다. 성읍민속마을의 제주 전통가옥 초가지붕을 새로 올리는 용도로 쓰기 때문이다. 

띠가 넓게 자라는 서쪽 사면을 다 오르면 정상이다. 무덤 한 기가 도드라지는 정상부에선 제주 동쪽 대부분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한라산부터 송당리의 오름 군락들, 그리고 지미봉과 우도, 성산일출봉에 섭지코지까지 남김없이 훤히 보인다. 

 

들머리에 있는 올레안내소. 깨끗한 화장실도 있다.

 

발아래론 띠가 춤을 추고, 멋들어진 제주가 사방에 가득하니 이곳에서 서두를 일이 없다. 완만하고 넓은 정상부는 여럿이 앉아 쉬기에도 그만이다. 그래서 일출을 보러 오르는 이도 많은 오름이다. 도시락을 싸 와서 이 풍광을 발아래 펼쳐놓고 먹는다면 얼마나 맛있을까! 

주인 잃은 비석 하나가 바닥에 박혀 있다. 한자로 가득해 해석은 힘들지만, 비석 뒷면인 듯한데 글자가 빼곡히 새겨진 걸 보니 꽤 영향력 있는 삶을 살았었나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빗돌은 반토막 난 채 흙에 파묻힌 상태다. 

 

부러진 채 땅에 묻힌 비석. 정상에 있다.

 

여기서 왔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북쪽으로 올레길 따라 내려설 수도 있다. 북쪽은 밭과 솔숲을 지나고, 들길 따라 한참을 나서야 주택과 도로를 만난다. 제주 올레를 걷는 게 아니라면 왔던 길을 되짚어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 

 

교통 제주시에서 일주동로를 따라 서귀포시까지 오가는 201번 간선버스가 시흥리에 선다. 시흥리에서 서쪽 마을 안으로 들어서서 1km쯤 가면 올레안내소가 나온다. 승용차로는 내비게이션에 ‘킴스캐빈’을 치고 가면 된다. 올레 안내소나 오름 들머리에 주차공간이 여유롭다. 

 

주변 여행지

수산진성.

 

수산진성 조선시대 왜구의 침략에 대비해 제주에 쌓은 3성 9진 중 하나로, 말미오름의 남쪽인 성산읍 수산리에 있다. 해안 방어를 위해 바닷가에 지은 다른 진성과 달리 내륙에 쌓았고, 형태도 방형이다. 둘레가 353m, 높이는 5m쯤이다. 지금은 성안을 수산초등학교가 차지했고, 성벽은 학교 담장이 되었다. 9진 중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것으로, 성 내부 북동쪽엔 성을 쌓을 때 공양물로 죽은 소녀의 넋을 달래려 세운 ‘진안할망당’이 있다. 

 

충남식당의 해물뚝배기 정식.

 

맛집(지역번호 064)

성산포에 있는 작고 허름한 외관의 ‘충남식당(782-4655)’은 한치물회와 갈치조림, 고등어구이, 정식 등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옆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784-2128)’는 갈치조림과 각종 회로 명성이 자자하다. ‘성산포 시인’ 이생진 선생이 자주 들르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가게 이름이 이 시인의 시 제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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