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설에는 신선들이 살고, 불로불사의 약이 있다는 삼신산三神山이 있다. 이것들은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으로 불린다. 예로부터 이 산들은 중국 동쪽 바다 건너편에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한반도 또는 일본에 삼신산이 존재한다는 전설 또한 있었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삼신산을 본떠 금강산을 봉래산, 지리산을 방장산, 한라산을 영주산으로 부르기도 했다. 호남 지역에서는 지리산, 무등산과 더불어 방장산을 호남의 삼신산으로 추앙했고, 전라북도는 정읍 두승산, 부안 변산과 더불어 방장산을 전북의 삼신산으로 정했다.
초반부터 급경사 길이다. 멀리 입암산이 보인다.
방장산方丈山(743m)은 고창 지역과 영산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산세가 깊고 계곡의 수량이 풍부해서 크고 작은 폭포가 많다. 숨을 곳이 많아 옛날에는 도적들이 많이 숨어 살았다고 전해진다. 백제 때 도적에게 붙잡힌 여인이 자기를 구하러 오지 않은 남편을 원망하며 불렀다는 ‘방등산가’가 있을 정도다. 방장산은 산이 높고 험해서 절반밖에 오르지 못한다는 의미의 ‘방등산’, ‘반등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눈꽃이 터널을 이루는 원시림지대
게르마늄 성분 풍부한 온천욕 겸한 산행지
방장산은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라남도를 가르는 도계로 고창과 정읍, 장성에 걸쳐 있다. 호남평야를 바라보며 장벽처럼 길게 뻗어 있는 방장산은 산세가 다부지고, 조망 역시 뛰어나다. 갈재에서 벽오봉(640m)을 거쳐 양고살재까지 능선을 종주하면 호남정맥과 변산지맥, 두승지맥, 경수지맥, 태청지맥 등에 박혀 있는 봉우리들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한여름에는 편백숲이 울창한 방장산자연휴양림과 용추계곡 코스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산 아래에 석정온천(석정휴스파)이 있어 산행 후 피로를 풀기에도 제격이다.
벽오봉에서 바라보이는 고창읍 원경.
방장산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눈꽃산행지로도 유명하다. 방장산이 위치한 고창, 장성 일대는 해안에 접해 있고, 큰 산맥이 버티고 있는 지형적인 요인 때문에 매년 적설량이 많다. 시베리아 찬 기압과 서해안의 다습한 수증기가 만나 눈구름이 형성되고, 눈구름이 북서풍을 따라 큰 산맥에 부딪히면서 많은 눈이 내리게 되는 것이다.
방장산 종주는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암릉과 육산이 섞인 5개의 봉우리를 계속 오르내리기에 체력 소모가 많다. 들머리인 갈재(276m)에서 차단기를 지나면, 0.1km 오른쪽에 이정표가 있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며 쓰리봉(734m)까지는 1.8km 급경사 오르막이다.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변산지맥이 시작되는 쓰리봉.
쓰리봉에는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모여 있다. 국적 불명의 명칭인 ‘쓰리봉’은 농기구인 써래가 어원이며, 시간이 지나며 쓰리봉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다. 이곳 쓰리봉에서 오른쪽으로 변산지맥과 두승지맥이 시작된다.
방장산 정상.
봉수대는 정상이나 다름없는 조망터
봉수대(715m)는 헬기장처럼 넓은 바위 지대가 있는 방장산 최고의 전망대다. 사방으로 시야를 막는 것이 없다. 웅장한 산줄기는 팽팽한 방패연의 연줄처럼 동쪽으로 내장산, 백암산, 무등산을 감고 있다. 남쪽으로는 축령산과 불갑산, 북쪽으로 선운산, 모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다. ‘백성을 품어주는 산신들의 정원’이라는 방장산의 별칭이 실감 나는 풍경이 펼쳐진다.
봉수대에서 0.7km 거리에 방장산 정상이 있다. 2등 삼각점이 있고, 잡목에 의해 시야는 일부만 열려 있다. 주 능선 곳곳에는 돌무더기들이 많아 속도를 내기 어렵다. 고창고개에서 방장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는 등산로가 있다. 하지만 방장산의 또 다른 매력은 고창고개에서 0.4km 거리에 있는 억새봉이다.
거대한 왕릉 같은 억새봉.
억새봉은 거대한 왕릉이 연상되는 곳이다. 텐트 50여 동은 족히 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구릉형 잔디밭이 있다. 평소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도 사용되며, 국제 규모의 패러글라이딩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전국의 백패커들을 모이게 하는 고창의 평야지대와 바다의 환상적인 전경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억새봉부터는 완만한 내리막이다. 능선을 따라 벽오봉(방문산)이 연결되어 있다. 벽오봉 등산로 주변에 ‘담황澹荒길’이라는 안내판이 자주 보인다.
문너머재 부근에는 등산로와 MTB길이 교차하는 구간이 있다.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방장사方丈寺도 들러볼 만한 명소다. 해발 470m 높이에 위치한 방장사에는 깎아지른 절벽에 매달린 듯 서 있는 산신각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산그리메와 서해 풍경은 숨겨진 비경이다.
벽오봉에서 양고살재까지 1시간가량 소요된다. 급경사 내리막이지만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에 수월하다. 양고살재揚古殺峙(300m)는 고창 출신 무장 박의가 병자호란 당시 수원 광교산 전투에서 청나라의 맹장 양고리를 사살한 것을 기념해 붙은 이름이다. 양고살재 주차장에서 솔재쉼터로 이어지는 ‘예향천리 마실길’도 있다. 울창한 편백숲으로 이루어진 걷기 좋은 길이다.
산행길잡이
▶갈재~쓰리봉~서대봉~봉수대~정상~고창고개~억새봉~벽오봉~방장사~양고살재(9.3km 5시간)
교통 서울 용산역에서 백양사역까지 무궁화호가 하루 4회(06:24, 07:33, 16:15, 16:54), ITX-새마을호가 하루 1회(13:33) 운행한다. (무궁화호 - 4시간 소요, 요금 1만9,900원. ITX-새마을호 - 3시간 30분 소요, 요금 2만9,600원.
백양사역에서 갈재까지는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7~8분 거리로 요금은 약 1만 원이다. 하산 후 양고살재에서 갈재까지 택시요금은 2만 원 정도 나온다.
개인택시 문의 010-3601-8942, 010-3605-0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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