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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독자산행기] 죽도 상화원에서 옛 추억을 소환하다

by 白馬 2024. 3. 28.

죽도 상화원에서 필자.

 
 

북구 산악회 정기 일정으로 충청남도 보령에 위치한 죽도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죽도는 아주 작은 섬이다. 원래는 조개·꼬막·굴 등을 양식하며 살던 전형적인 섬마을이었지만, 남포방조제가 만들어진 이후 이곳은 육지로 변했다. 그래서 배를 타지 않고 도보로 들어설 수 있다.

 

방조제 조성 이후 죽도는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한국식 전통정원인 ‘상화원’이 들어선 덕분이다. 주말이면 죽도는 상화원을 찾은 이들로 붐빈다. 근처에 대천 해수욕장과 안면도 등 함께 둘러볼 만한 곳도 많다.

 

과거 서해랑길을 종주할 때, 죽도를 한 번 지난 적 있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죽도는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광활한 바다에 우뚝 튀어나온 초록 섬! ‘언젠가는 지인들을 데리고 꼭 한 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기회가 왔다. 나는 곧 죽도 상화원으로 떠나는 여행을 준비했다. 며칠 뒤 우리는 죽도로 향했다.

 

광주에서 죽도까지는 약 160km 거리.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본 죽도! 반가웠다. 우리는 곧 입장료를 내고 죽도로 들어섰다.(입장료는 단체기준 5,000원) 입구의 상화원 기둥을 통과하니 의곡당이라는 정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의곡당은 고려 말에 건립된 화성 관아의 정자로, 원래는 연회를 베푸는 곳으로 쓰이다 다방으로 변형되어 사용된 곳인데, 2004년에 상화원으로 이건되었다고 한다.

 

입구 광장에서 오른쪽 데크 관람로를 따라 걸었다. 15분 정도 걷자, 방문객센터가 보였다. 방문객센터에서는 입장객들에게 커피와 작은 떡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커피와 떡의 달콤한 냄새가 슬슬 풍겨왔다. 우리는 단숨에 이것들을 배로 집어넣고 먼 길 달려온 배고픔을 달랬다. 배고팠던 탓인지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센터를 나와 석양 정원으로 향했다. 확 트인 서해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석양 정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파도 따라 각양각색으로 색이 변했다. 섬을 감싸고 있는 온갖 모양의 암반들도 아름다웠다. 숲속에서 몇 마리의 고양이들과 마주쳤다. 녀석들에게 챙겨온 과자를 던져 주자 곧잘 받아먹었다. 한가롭게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여유가 꿈처럼 달콤했다.

상화원 내부는 오래된 건물들이 한옥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섬 곳곳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조각상들은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운치를 더했다. 바닷가에는 반가사유상과 관세음보살상이 있었고,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 정자가 한옥마을 제일 높은 곳에 재현되어 있었다. 기독교의 예수를 상징하는 33(예수의 나이)개의 수석정원도 눈에 띄었다. 한마디로 상화원에는 세 종교의 상징물이 모여 있는 셈이었다.

 

정원길을 빠져나와 화랑길로 들어섰다. 분재처럼 잘생긴 소나무들이 한가득 숲을 이루고 있었다. 화랑길은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시원한 코스였다. 길 중간중간 보이는 한옥 건물의 옛 아궁이와 원두막 가옥 쉼터는 고향의 옛 추억을 되살려주었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향수의 광장이 나왔다. 빼곡한 해송과 더불어 초가지붕 위로 뻗어나가는 호박넝쿨, 확 트인 서해를 볼 수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상화원의 하이라이트였다. 작은 섬 안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꽉꽉 모아놓은 선물 같은 상화원! 모두 이곳에 오길 잘했다며, ‘속이 뻥 뚫린다!’고도 했다.

 

약 2시간 동안 상화원 구경을 마치고 죽도에서 빠져나왔다. 근처의 대천 해수욕장으로 이동해 드넓은 모래사장을 한없이 바라보는 시간도 가졌다. 일상의 소음과 잡념으로부터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죽도 상화원에서 떠올린 내 오랜 기억 속의 애틋한 추억들. 이것들을 마음 한켠에 고이 간직하고 광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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