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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잔디 뒤덮인 영국 산 나무 무성한 한국 산, 일장일단 있어요”

by 白馬 2023. 11. 24.

 

[한국산에 빠졌어요] 잉글랜드 엘렌

 

친구와 함께 남한산성길을 따라 걸었다. 이날 남한산성에서는 서울 도심이 깨끗하게 내려다보였다.
 
 

“한국에서 살아봐야겠어!”

스웨덴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잉글랜드인 엘렌Ellen. 그녀는 2018년 10월 한국인 친구와 함께 한국으로 2주 동안 여행을 왔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서울, 삼척, 전주, 여수 등 다양한 도시를 여행했다. 그리고 여행이 끝날 때쯤엔 한국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분명 누군가에겐 대단한 고민이 필요한 결정을 그녀는 단 2주 만에 끝냈다. 성급하게 판단한 건 아니었다. 그녀의 의지는 확고했다. 엘렌은 스웨덴으로 돌아가자마자 한국행을 준비했고,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필요한 TEFL 자격증을 두 달 만에 취득했다. 그리고 2019년 2월, 그녀는 서울에서 한국살이를 시작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단풍철이었어요. 어딜 가나 단풍객들로 북적였죠. 절과 궁궐에는 단풍나무가 많았어요. 화려한 단풍은 목조 건물들과 잘 어울렸죠. 음식도 생각보다 잘 맞았어요. 게장은 별로였지만, 김치는 처음부터 완전히 제 스타일이었어요. 

저는 새로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한국행을 결심한 것도 그래서였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으니 여기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산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죠. 그 당시에 저는 산을 잘 몰랐거든요.”

 

태백산에 올라갈 때는 날씨가 흐려 아무것도 못 볼 줄 알았다. 하지만 사진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열려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 시작한 등산

어린 시절 엘렌은 산과 친하지 않았다. 그녀는 영국 잉글랜드 북부의 작은 마을 더럼Durham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집에서 한두 시간 거리에 요크셔 데일스Yorkshire Dales국립공원과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국립공원이 있었는데, 그녀는 가족들과 아주 가끔 이곳을 찾았다. 

 

“크고 작은 언덕과 초원, 그리고 푸른 계곡이 있는 곳이었어요. 어렸을 때는 아름다운 걸 잘 몰랐지만요. 저는 등산을 싫어했어요

하러 간 이후로는 산과 벽 쌓고 지냈습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한 건 한국에 오고 난 이후부터였다. 한국살이 1년차 때, 그녀는 친구들을 따라 산에 올랐다. 등산에 별 흥미가 없던 그녀였지만, 친구들이 가자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오른 산은 예전과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날 그녀는 등산의 재미를 살짝 엿보게 됐다.

 

한국살이 2년차 때, 코로나가 터졌다. 일상이 정지됐고, 많은 것이 제한됐다. 지루한 일상을 달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답은 산에 있었다. 산은 여전히 자유로웠다. 사람들은 산으로 향했다. 코로나 때 산에 입문한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엘렌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는 산이 점점 재밌어졌다. 그녀의 삶에서 산의 비중은 점차 커졌다. 그녀가 스스로 등산이 취미라고 자신 있게 말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주말이 기다려졌어요. 산에 갈 수 있으니까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이 좋았어요. 산에서는 답답하지 않았죠. 볼 것도 많았어요. 산에는 바삭바삭한 단풍잎, 눈 덮인 하얀 봉우리, 갖가지 색깔의 꽃과 사계절 푸른 나무가 있었죠. 새로운 것 투성이였어요. 저는 그 새로움이 좋았어요.”

 

북한산 백운대로 일출을 보러 갔을 때 찍었다. 이때가 첫 북한산 일출 산행이었다.

 

함께 하면 더 좋은 등산

그녀는 서울 산은 물론이고, 강원도 두타산, 통영 미륵산, 고창 선운산과 광주 무등산 같은 타 지역의 산도 많이 올랐다. 산을 타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다녀온 산이 늘어날수록 추억은 하나씩 쌓여갔다. 홀로 등산할 때면 바쁜 일상의 위로를 받았고, 친구들과 함께 산행하며 여러 고비를 이겨내며 산정을 다졌다. 그녀는 다녀온 산 하나하나를 읊으며 거기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천천히 들려줬다.

 

“북한산 일출산행은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어두운 산길을 걷는 게 약간 무서웠지만, 조금 지나니 괜찮더군요. 어느 정도 오르자 하늘이 보였어요. 하늘은 붉게 물드는데 서울은 여전히 고요했죠. 이 미묘한 대비가 신기했어요. 그렇게 백운대까지 올랐어요. 날이 좋아 선명한 일출도 봤어요. 처음 떠난 일출산행이었는데, 운이 좋았죠.

 

지리산도 정말 좋아해요. 천왕봉만 2번 올랐어요. 저는 백무동 코스를 가장 좋아하는데, 중산리에 비해 찾는 이가 비교적 적어 한적하게 산행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백무동에 가면 마을 식당에서 파전과 전병은 꼭 시켜 먹어요.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산행의 피로가 싹 사라져요.”

양국의 산을 모두 경험한 엘렌. 그녀는 잉글랜드 산과 한국 산이 약간 다르다고 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나무. 한국 산은 대부분이 나무로 덮여 있는 반면, 잉글랜드 산은 나무보다 잔디가 더 눈에 띈다는 것이었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인 스카펠 피크Scarfell Pike(978m)만 해도 대부분이 초지로 이루어져 있다.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함께 클라이밍도 즐긴다.

 

“잉글랜드 산은 조망이 항상 열려 있어요. 하지만 비나 햇빛을 피할 그늘이 없어 가끔 곤란할 때가 있죠. 반면 한국 산은 나무 때문에 그늘이 많아요. 특정 장소에서만 조망을 볼 수 있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늘 덕분에 한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게 산행할 수 있어요. 계절 따라 나뭇잎 색깔도 달라지니 볼 것도 많죠. 그래서 한국 산은 한 번 가본 곳이라도 계절마다 가보게 되는 것 같아요. 양국 산 모두 일장일단이 있네요.”

그녀는 한국의 산행 크루 문화와 등산 챌린지에도 관심이 많다.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고 소통하며 신선한 자극을 받고, 각종 등산 챌린지에 참여하며 산행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산행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 긍정적인 말을 건네며 으쌰으쌰 하게 돼죠. 혼자 산행하는 것보다 동기부여도 되고 재밌어요. 저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앞으로는 제가 좋은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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