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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Man&Wall-양주 가래비빙벽장] 부부싸움은 바일로 빙벽 꽂기!

by 白馬 2022. 2. 22.

대표적인 등반가 부부 이명희·최석문의 가래비 믹스 루트 등반 스케치

 

힘차게 아이스바일을 휘두르는 이명희씨. 온 신경이 빙벽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겨울은 얼음이 조금 일찍 얼었다. 부쩍 짧아진 우리나라 겨울 시즌에 빙벽등반가들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이다. 오늘은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래비빙벽장을 찾았다. 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의 부부 클라이머 이명희ㆍ최석문 두 등반가를 입구에서 만났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올해는 사진 전시회 하셔야죠?” 

매번 최석문씨는 필자에게 같은 인사말을 건넨다. 그럴 때마다 항상 얼버무리기로 답변을 건넨다. 그와 인연을 맺은 지 20년 가까이 되었고, 많은 등반 취재를 했다. 많은 등반가들과 함께했지만, 개인적으로 최석문씨와 등반 촬영을 가면 어떤 험한 벽을 가도 마음이 안정된다. 그와 함께라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그만큼 등반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등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고, 등반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하는 국내 최고의 등반가이다. 게다가 겸손하여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가래비빙벽장은 한인석 대표가 선의로 등반가들에게 제공하는 장소다. 등반 전 서약서를 확인해야 한다.

 

가래비빙벽장은 20여 년 전 이명희ㆍ최석문씨가 부부로 인연을 맺기 전 첫 인사를 나눈 곳이다. 2001년 ‘카라코람 멀티4 원정’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는데 설벽 천 길 낭떠러지에서 미끄러지는 이명희를 멈춰 세우려다가 그녀의 바일에 긁혀 최석문씨의 눈 위가 찢어졌다. 

형들이 장난스럽게 “석문이 얼굴에 난 상처 어떻게 할 거냐”고 몰아세우자, 이명희씨는 “내가 평생 책임지겠다”고 하여 급속히 가까워져 결혼했다. 부부의 아들은 장성해 키가 엄마 아빠보다 더 자랐고, 대학생이 되었다. 다시 가래비빙벽장에 장비를 푼다. 

간단히 약력을 소개하자면 이명희씨는 1990년대 초 등반에 입문해 요세미티 엘캐피탄 등반, 카라코람 멀티4원정, 유럽 알프스 북벽 등을 등반하고 남미 파타고니아 파이네 중앙봉을 등정, 설악 적벽 에코길, 독주길을 여성 최초로 자유등반에 성공했고, 남미 세로토레 등을 등반한바 있다. 굵직한 등반을 해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고산거벽 등반가다.

 

바위와 얼음이 섞인 믹스 구간을 등반하는 이명희씨.

 

최석문씨는 많은 등반 업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세계적인 등반가들이 도전했던 2008년 바투라2봉(7.762m)을 고故 김창호씨와 등정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2016년 이샤푸르나(7.145m) 신 루트 개척과 강가푸르나(7.455m) 남벽 신 루트를 개척하면서 프랑스 황금피켈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2014년 제천 저승봉 루트 개척과 2019년 설악산 장군봉 히말라야 방랑자 개척 보수를 했다. 많은 등반가들이 도전을 시도하는 명품 루트를 개척하기도 했다.

가래비빙벽장 입구에 들어서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빙벽 동호인들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기를 품어내고 있다. 예전에 비해 등반루트가 훨씬 다양해졌다. 잘 정비된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래비의 숨은 공신은 바로 한인석(AMG티타늄 대표)씨다. 국산 티타늄 장비 생산업체 사장이며, 등반가들이 얼음을 즐기는 동안 두터운 작업복을 입고 빙장 정리 작업에 한창이다. 또한 안전한 등반을 위해 등반가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한인석 대표는 가래비빙벽장에서 등반가들이 자유롭게 등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눈물겨운 투자와 노력을 했고, 지금의 빙벽등반지로 재탄생했다. 

 

여유로운 몸짓으로 좌측 벽을 등반하는 최석문씨. 그는 현역 최고의 알피니스트다.

 

최석문의 “잘못했습니다”로 부부싸움 종료

많은 로프가 걸려 있다. 상단의 얼음 중앙벽을 기점으로 우측 벽과 좌측 벽의 믹스 구간을 등반하기로 한다. 먼저 우측 벽의 믹스 구간에 붙는다. 오늘은 얼음이 굉장히 단단하다. 영하 15℃를 넘어섰다. 이 정도의 날씨엔 얼음이 청빙으로 변해 아이스바일이 잘 박히지 않고 깨어지면서 오히려 어려운 등반이 된다. 

최석문씨가 먼저 로프를 건다. 우측 벽은 볼트가 설치된 20여 m를 넘어서야 한다. 바위가 섞인 믹스 구간을 올라서면 빙벽에 스크루를 설치하고 다시 종료지점까지 올라 고정 확보물에 로프를 걸고 하강해야 한다.

옅은 얼음 사이로 가느다란 크랙에 아이스바일 날 끝을 끼우고 차분하게 등반을 이어 간다. 등반하는 등반가의 뒷모습은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자유인 같다. 쉬워 보이지만 그 과정은 수많은 훈련과 등반의 경험이 만들어낸 형상이다. 

중단부로 들어서자 바위에서 얼음으로 이어진다. 조그만 버섯 모양의 얼음이 올라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약간의 기합과 함께 발을 힘껏 올려 앞발을 힘차게 둘러찬다. 숨을 고르고 등반 종료 지점의 완만한 얼음 구간에서 손을 잠시 풀고 등반을 완료한다.

이명희씨가 곧바로 등반을 이어간다. 연신 추운 날씨에 손을 풀며 아이스바일을 잡는다. 올해 첫 얼음을 찍는 날이다. 하지만 몸에 밴 등반 실력은 도망가지 않았다. 여유로운 몸짓으로 등반을 마치고 종료지점에 로프를 건다. 장비를 회수하며 하강해야 하는데 확보 지점의 로프가 잘 빠지지 않는다. 곧 해결하고 하강하자 두 부부가 종료지점 상황에 대해서 논쟁 아닌 논쟁을 이어간다. 

 

사진 중앙)상단 우측 벽을 등반하는 최석문씨. 고수답게 물 흐르듯 등반을 이어갔다. (사진 좌측 아래)왼쪽부터 한상섭, 이명희, 최석문, 문성욱씨. 한상섭씨는 대기업 재직 중 등반가들에게 고열량 식품을 후원했다.

 

흔한 부부간 말싸움이다. 처음에 필자는 이런 광경을 보고 어쩔 줄 몰랐다. 벽에 나와 이명희ㆍ최석문 세 사람이 동시에 매달려 있을 때 부부싸움이 나면 몸 둘 바를 몰랐다. 하지만 이젠 익숙해져, 지금은 그냥 보고 있다. 20년 가까이 봐서 그런지 이것이 모두 등반에 대한 열정과 서로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최석문씨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하고 읊조리고, 이어서 이명희씨는 “으이그”하는 소리로 상황이 종료된다. 

그들의 주옥같은 러브스토리가 내 마음에 스쳐지나간다. 그리곤 다시 신나게 등반을 이어 간다. 이명희씨가 등반 마치고, “이곳에 진짜 맛있는 순대국집 있으니 가자”고 한다. 모두가 침을 꼴깍 삼키며 “대찬성”이라 답한다.  

 

가래비빙벽장의 얼음 기둥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조각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info
가래비빙벽장

내비게이션 주소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 산5

등반 가이드 사용이 중지된 채석장에 자연적으로 빙폭이 형성되면서 1990년대부터 많은 등반가들이 애용하고 있다. 지금은 AMG티타늄연수원(한인석 대표) 부지이며, 빙벽등반 동호인들에게 좋은 환경의 등반지를 제공하고 있다. 빙벽장 입구에는 많은 업체 공장이 있으며, 이곳 특성상 화물차 이동이 잦은 곳으로 주차 시 업체들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빙벽장 내에서도 쓰레기 문제 등 기본적인 예의는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용료나 주차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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