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산 기슭에 선 필자.
삶에 지쳐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인생이 무거운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되면 저절로 산을 찾게 된다. 맑고 깨끗한 산의 정기와 향기가 찌든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나약해진 생명에 강건함을 되찾아 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산은 언제나 우리를 향해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숨을 헉헉거리며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가파른 오르막길을 ‘씩~ 씩~’ 소리 내면서 힘들게 올라가 보자. 등에서 땀이 흥건하게 배어난다. 산행은 적당한 강도의 유산소 운동이므로 근력이 강화되고 지구력도 향상된다. 또한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므로 살빼기 적합한 운동이다. 특히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하며 연골의 세포 사이로 영양분을 가진 관절액이 스며들고 깊은 곳의 연골세포까지 영양분을 공급해 관절이 튼튼하게 된다. 즉 다리는 건강을 어루만져 주는 의사다.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은 숨이 목까지 차올라 ‘헉헉~’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가슴은 먹먹하고 숨이 턱에 차며 맥박이 급히 상승해 ‘쿵쿵’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린다. 힘든 깔딱고개는 쉬어가자. 이참에 맑은 공기를 몸속 깊숙이 들이마셔 보자. 세포 속에서 완전 연소가 일어나 흐르는 땀방울마다 몸속 구석구석 쌓였던 노폐물을 배출해 세포가 깨끗해지고 장 운동도 활발해지며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된다.
등산은 평지 운동과는 달리 경사를 오르내리며 심장과 폐에 적당한 부담을 주게 되므로 심폐 기능을 강화해서 심장질환과 호흡기질환의 예방은 물론 노화 방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포가 위축되고 세포 내 산소 공장인 ‘미토콘드리아’ 수가 줄어든다. 등산하면 산소 공장이 활발하게 활동해 노화가 늦추어지는 예방효과가 기대된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싱그러운 기운이 엄습해 온다. 소나무가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빼곡하고 구불구불 굽은 오르막길에 문어발처럼 드러난 소나무 뿌리가 처연하지만, 촉촉한 잎사귀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기에 발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진다. 발걸음을 멈추고 양손을 벌려 가슴 깊숙이 들숨과 날숨으로 크게 들여 마시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시원한 산림 향이 풍기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산림욕 효과다. 산림욕 효과를 높여 주는 ’피톤치드‘ 물질은 자기방어 물질이자 살균작용 효과뿐만 아니라, 심신의 활력을 되찾고 생리활성을 촉진하며 마음도 안정이 된다.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힘차게 걸어갈 때 우리의 생명은 젊고, 순수하고 아름다워진다. 숲은 병원같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 주는 공간이다.
왜 산에 가야 하나?
깔딱고개를 젖 먹던 힘을 다해 기를 쓰고 올라 보자.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한 발자국 더 내딛는 것은 자기를 이겨 내는 과정이 됨으로써 더욱 의미가 증폭된다. 그렇다. 산은 유람 삼아 호강하러 가는 게 아니다. 땀방울 흘린 만큼 인내력이 길러지며 정상 정복의 기쁨을 맛보고 성취감과 힘든 여정을 이겨 냈다는 만족감을 얻기 위한 고행길이다. 고행길은 스스로 선택한 나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다. 더 이상 오를 것이 없는 정상을 찍는 순간 그 쾌감!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벅차고 설렌다. 산을 오르면 승리의 쾌감을 얻는다. 시원한 전망을 보는 기쁨은 보너스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사는 데는 성취감이 필요하다. 성취하는 삶을 사는 것만이 삶을 긍정적인 삶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만족감은 왠지 기분이 상쾌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생면부지의 등산객과 사과 한 조각, 빵 한 조각 서로 맛있게 나눠 먹으면서 스스럼없이 건네는 대화는 산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되게 한다.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 아름다운 인연이 되어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게 된다.
인간이 자연을 멀리하면 할수록 비만,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은 물론이고 우울증, 스트레스 등 정신적 질환도 생긴다. 산을 걷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병이 치유된다. 인간은 태초에 산을 걸으며 진화해 왔다. 인간이 자연을 멀리하고 걷지 않으면 심신의 질병이 생긴다. 이유는 사람도 자연이므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되기 때문이다.
부족한 운동을 산행으로 보충하라.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경쟁할 필요도 없고, 과격한 몸싸움도 없고 격식도 없다. 따라서 긴장감도 없다. 다만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감싸 주는 여유가 있을 뿐이다. 산은 무언의 표정으로 우리에게 정다운 손짓을 한다. 산을 찾아가자. 산을 오르자. 산을 사랑하자. 등산은 보약이고, 숲은 병원이며, 다리는 의사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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