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 건강하고 랭복한 하루 되십시오.
등산

평창 올림픽 특집 | 평창·정선권 르포 | 선자령~능경봉~골폭산

by 白馬 2018. 2. 12.

올림픽 열기 품은 순백의 백두대간을 가다!

 

 

선자령~능경봉~골폭산, 백패킹+대간 종주 24km

그냥 올림픽이 아니다. 백두대간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메인 경기장이 있는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는 선자령과 골폭산을 잇는 백두대간 자락에 안겨 있다.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 역시 가리왕산 주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임을 감안하면, 이번 올림픽은 산이 허락한 세계인의 축제다.

경제 논리로 따지면 다른 셈법이 있겠지만, 적어도 산꾼의 눈에는, 그 산이 살아 숨 쉬던 순간을 기억하는 등산인들의 눈에는 그냥 지나치는 TV 속 축제가 아니다. 피땀 흘린 선수들에게 박수는 치되, 산이 제 살을 깎아 내어준 축제의 장임을 잊어선 안 된다. 또 산 좀 타는 사람이라면 평창까지 와서 설산 한 번 밟지 않고 가는 건 아쉽다.

올림픽 메인 경기장이 있는 백두대간 선자령~능경봉~골폭산을 가기로 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 가서 하룻밤 야영하고, 다시 대관령으로 나와 능경봉과 골폭산을 오른 다음, 평창 올림픽의 심장부인 대관령면으로 내려설 계획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관령휴게소에 닿자 다짜고짜 바람이 뺨을 후려갈긴다. 대관령은 우리를 한파경보로 맞아주었다. 뉴스에는 대관령의 기온이 영하 17℃라고 하는데, 체감 온도가 영하 25℃는 되는 것 같다. 차에서 500ml 생수병을 꺼내자 순간적으로 얼어버린다. 마술처럼 하얀 연기가 번지며 얼음으로 변한다. 하늘은 시퍼렇게 날이 서있어 손을 뻗으면 베일 것만 같다.

힘 좋고 발 빠른 이들과 왔음에 감사한다. 김영선 사진기자와 백패커 이재승씨가 얼어붙은 산길에 몸을 푹 담근다. 능선 아래의 대관령옛길을 따라 간다. 울창한 숲 덕분에 괴수처럼 포효하던 바람이 잦아들었다. 완만한 산길을 따라 전나무, 신갈나무, 잣나무, 낙엽송, 주목, 자작나무가 번갈아 나와 조망이 없어도 지루하지 않다.

사실 대관령 일대는 바람이 워낙 강해 산림청에서도 조림사업에 숱하게 실패했다고 한다. 화전지를 숲으로 바꾸기 위해 40여 년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숲이 완성되었고, 그 의미가 12년간 노력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강원도의 노력과 닮아 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또한 동계올림픽 영웅들과 황무지를 녹화한 산림역군들을 기억하겠다는 뜻에서 ‘대관령 영웅의 숲’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임도삼거리를 지나 선자령 정상으로 다가선다. 시야가 열리자 강풍이 덮친다. 85리터 배낭 무게에 체중까지 더하면 100kg은 거뜬히 넘는데, 똑바로 걸을 수 없다. 바람에 몸이 휘청거린다. 스틱으로 최대한 버텨 보지만 뿌리 깊은 나무를 숱하게 쓰러뜨린 선자령 바람의 힘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약한지를 확인한다. 추위까지 합세한 탓에 1,000개의 얼음송곳이 온몸을 찌르는 것 같다.

큼직한 표지석이 있는 정상에 오르자,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바람이 귀에 대고 “여길 떠나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선자령仙子嶺은 엄밀히 따지면 고개가 아닌 봉우리지만, 지형이 완만하고 여러 길이 만나는 곳이라 ‘령嶺’이라 불리는 듯하다.

〈산경표〉에는 선자령이 ‘대관산大關山’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대관령이란 지명도 여기서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돌아보다

대관령은 강릉이 고향이었던 신사임당이 오가던 길이기도 하다. 혼인 이후에도 신사임당은 오래도록 고향에 머물렀고 38세가 되어서야 남편 이원수를 따라 시댁으로 옮겼다. 친정아버지의 삼년상을 마친 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대관령을 넘어 한양으로 떠나는 길에 ‘유대관령 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돌아보다)’이란 시를 썼다.

‘늙으신 어머니 강릉에 두고 / 외로이 서울 길로 떠나는 이 마음 / 때때로 고개 돌려 북평을 바라보니 / 흰 구름 아래 저녁 산만 푸르구나’

노모를 홀로 두고 떠나는 신사임당의 절절한 마음이 5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 온다.

이제 텐트 칠 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으로 여유로운 백패킹을 할 수 있을 거라 상상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끝없이 늘어선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위잉~위잉~”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위기감을 높인다. 다행히 사면의 바람이 잦아드는 자리를 찾아 어둠 속에서 텐트를 친다. 사내 셋이 둘러 앉아 뜨끈한 국물 한 모금 들이키자, 긴장이 풀리며 웃음이 난다. 가혹한 밤은 가혹한 대로 추억이 될 것을 아는 산꾼들의 밤이 지난다.

바람이 온갖 먼지를 걷어갔다. 맑고 날카로운 아침, 생존산행 후반전 시작이다. 탁 트인 대관령 목장의 초원이 펼쳐지고, 천 개의 얼음송곳이 아는 척을 하며 좇아온다.

도망치듯 대관령에 내려서서, 휴게소에서 황태해장국을 후루룩 흡입한다. 얼었던 몸이 풀리며 이제야 초점이 맞는 듯 사물이 선명히 보인다. 당일 배낭으로 바꿔 곧장 능경봉으로 든다. 선자령이 완만한 언덕 같다면 능경봉은 그냥 산이다. 대관령(850m)에서 고도 300여 m만 높이면 능경봉(1,123m)이다. 고로쇠, 물푸레, 서어, 오리나무가 설사면을 빼곡히 메운 채, 저마다의 겨울을 살아내고 있다. 온 몸에서 흰 연기를 뿜어내며 정상에 닿자, 신사임당이 그리워했던 땅, 강릉이 깨끗하게 드러난다. 경포대 앞 바다가 이토록 깨끗하게 보이는 날도 드물 것이다. 기록적인 한파가 가져다준 보상이다.

고루포기산인가? 골폭산인가?

이번 산행의 세 번째 산, 골폭산으로 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루포기산이라 부른다. 독특한 이름은 산기슭에 ‘골폭마을’이 있었다 하여 유래한다. 골폭산이 고루포기산이 된 건 일제강점기 때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 산의 이름을 한자 표기 없이 가타카나로 ‘コルポキ山고루포기산’이라 표기했기 때문이다. ‘골폭’의 일본식 발음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신산경표> 저자 박성태 선생은 국토해양부에 객관적 근거 자료를 첨부해 수정을 요청,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를 수긍해 골폭산 으로 수정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개의 산 이름을 모두 지정고시한 상태이며, 2016년에 인쇄된 최신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는 여전히 고루포기산이라 표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등산지도와 현지 이정표·정상 표지석도 고루포기산으로 남아 있다. 정부가 바꾸지 않겠다면 등산인들이라도 솔선수범해 ‘골폭산’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작은 노력인 것이다.

800m대까지 고도가 떨어진다. 골폭산은 “공짜는 없다”며 바닥부터 다시 올라오라 권한다. 숨넘어가는 오르막 2km, 오늘 산행의 고비다. 능선은 바람의 길이다. 몸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의 고통, 바람의 절절한 사연을 귀여겨듣지 않고선 이 산을 오를 수 없다.

넥게이터를 내리면 춥고 올리면 고글에 김이 서려 시야를 가린다. 고글을 벗으면 눈이 시리고, 멈추면 땀이 식어 춥고, 오로지 올려쳐야 한다. 능선의 커니스(눈처마)는 조각품마냥 부드러운 동선을 그리며 황홀하게 뻗었고,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눈을 일으켜 세워 은하수가 눈앞에서 움직이듯 왈츠를 춘다. 혹독한 계절의 감동을 잊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선물 같은 풍경을 마음속에 새긴다.

깔딱고개가 누그러지는 데크 전망대에 닿자 용평스키장과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가 한눈에 든다. 지구촌에서 모인 세계적인 선수들이 투혼을 불사를 곳이라 생각하자 후끈 힘이 솟는 듯하다.

숲으로 둘러싸인 골폭산 정상, 시원찮은 경치의 정상이 바람을 막아준다. 수고했다며 우리를 안아준다. 온 길을 약간 되돌아가 오목골로 하산한다. 칼바람이 황홀한 왈츠를 추는 백두대간을 떠난다. 늙은 어머니를 홀로 두고 온 듯, 화려한 올림픽 무대 너머로 덩그러니 선 산줄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산행길잡이

선자령은 완만하고 적설량이 많아 대중적인 눈꽃산행지로 유명하다. 한겨울에는 워낙 춥고 칼바람이 부는 탓에 보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장갑은 눈에 젖지 않는 소재로 여벌을 반드시 준비하고, 발라클라바와 고글 등을 준비해야 쾌적한 산행을 할 수 있다. 등산복 상하의도 바람을 막아 주는 방풍 소재를 사용한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백패커들은 대부분은 임도 삼거리에 텐트를 친다. 선자령 정상에서 200m만 대관령 방향으로 내려가면 트인 초원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 모퉁이로 뒤돌아 가면 바람을 막아주는 야영 터가 있다. 초입의 야영 터는 완만하고 좋지만 바람이 들이치는 곳. 몇 미터 더 올라가면 좁고 약간 경사가 있지만 바람은 훨씬 덜 부는 곳이 있다.

사면의 대관령옛길로 선자령을 올랐다가 능선길로 나오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관령에서 6.2km 걸은 지점에서 임도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 임도를 따라 역방향으로 돌아가면 선자령 정상으로 가는 이정표와 산길이 나온다. 선자령 정상에서 내려서면 풍력발전기 초원이 나오는데 능선 우측의 초원과 숲 경계를 따라 가야 한다.

능경봉은 대관령휴게소에서 도로 위 다리를 지나,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가 들머리다. 임도를 따라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여기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산길로 들어야 한다. 이후의 산길은 백두대간 종주꾼들이 주말마다 지나는 곳이라 길찾기는 쉽다. 오목골로 하산하려면 정상에서 온 길로 600m 되돌아 가야 한다. 오목골은 최단 거리의 하산 코스지만 가파른데다 땅이 얼어 있어 아이젠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교통

서울에서 횡계행 버스(06:35~20:20)가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은 1만2,900원, 2시간 15분 걸린다. 횡계에서 대관령행 버스는 하루 3회(10:30, 11:40, 14:00) 운행한다. 대관령발 횡계행 버스 시간(10:40, 11:50, 14:10). 횡계에서 대관령까지는 택시를 타면 10분(6km)이면 닿는다. 오목골로 하산할 경우 전화로 ‘오목골 등산로 입구’라고 위치를 설명하면 안내판 근처까지 택시를 부를 수 있다. 횡계 개인콜택시(033-335-6263)나 횡계택시부(033-335-5596)로 전화하면 보통 5분 내에 택시가 도착한다.

숙식(지역번호 033)

대관령휴게소(332-3383)에는 식당과 편의점, 카페가 있어 찬바람에 지친 몸을 녹일 수 있다. 대관령 일대에는 용평리조트를 비롯해 펜션과 숙박업소가 무수히 많다.
골폭산 인근 횡계 펜션마을에 대관령아름다운펜션 (335-4178), 스노우펜션(336-2016) 등이 있다. 황태회관(335-5795)은 횡계에서 대표적인 황태전문식당으로 꼽힌다. 대관령 일대는 올림픽 기간 숙소와 식당이 무척 붐빌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까운 강릉으로 나가는 것도 좋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