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위와 단풍빛 어우러진 화사한 가을 길

서울 우이동~양주 교현 6.8km… ‘전국 걷고 싶은 길 10대 명소’
‘전국 걷고 싶은 길 10대 명소’로 꼽히는 우이령길은 북한산국립공원을 양분하는 길이다. 북동쪽으로 도봉산~사패산 줄기가, 남서쪽으로는 북한산 줄기가 뻗어나간다. 우이령은 북한땅 추가령에서 백두대간에서 벗어난 이후 한강과 임진강을 가르며 뻗어 내린 한북정맥 상의 대표적인 고갯마루다.
소의 귀 형상이라 하여 ‘소귀고개’, ‘우이령牛耳嶺’으로 불리는 이 고개는 6·25 때 서울 우이동과 양주 교현리를 잇는 비포장도로로 개설 이용해 왔으나, 1968년 북한의 김신조 일당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서울까지 침투했던 1.21사건 이후 40여 년간 폐쇄됐었다.
현재 국립공원 탐방예약제로 개방 운영되고 있는 우이령길은 자연보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상징적인 길이다. 1968년 통제 이후 상장능선과 송추남능선 사이의 우이령길 일원은 동식물이 사람의 간섭없이 서식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93년 4차선도로 확포장 계획이 발표되자 당시 산악인과 자연보호가들의 모임인 우이령보존회는 우이령 걷기 대회 등의 행사를 통해 우이령길 보존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고, 결국 우이령길 확포장 계획은 철회되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개발과 보존의 첨예한 대립을 조정한 끝에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생태계가 우수한 우이령 일원을 보존하면서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2009년부터 탐방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야, 이거 오늘은 완전 가을빛이네. 정말 하늘이 푸르네요.”
9월 초 이른 아침,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우이령길 들머리는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환하게 빛났다.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빛이요, 송추와 구파발을 잇는 북한산길을 달리는 차량도 드물었고, 등산인은 우리 일행 셋뿐이었다. 호젓함이 주는 편안함 덕분일까 우이령길은 들머리부터 마음에 와 닿았다.
독수리사격장 정문을 지나 ‘우이령 벽화길’에는 자연보존을 상징하는 ‘수리부엉이 지켜주세요’ 문구도 적혀 있고, 장욱진미술관, 청암민속박물관, 양주도자기나라 등 주변 문화 명소도 소개돼 있다.
교현 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마자 비포장길로 바뀌고 길가 나무들은 크고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서울 근교에 이러한 비포장길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길가에 그늘 드리운 나무들은 길손을 기분 좋게 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계곡은 곱기 그지없다. 손 타지 않은 골짜기는 옥빛 계류가 단아한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결코 설악의 명품 계곡 못지않은 풍광이다 싶다.
곧이어 오봉 끝자락을 장식한 무명봉 남사면의 거대한 절벽이 돌병풍처럼 펼쳐져 눈길을 끌고, 오봉이 5봉부터 한 봉우리 한 봉우리 모습을 드러낸다. 데크 전망대에 올라서자 5봉에서 2봉까지 4개 암봉이 겹쳐친 채 절묘한 풍광을 자아낸다. 안내판에는 ‘한 마을 다섯 총각이 원님의 외동딸에게 장가가기 위해 맞은편 상장능선에서 바위 던지기 시합을 한 결과 오봉이 탄생됐다’는 오봉 유래에 대한 글이 적혀 있으나 글쎄다 싶다.
제법 가파른 된비알을 10여 분 올라서자 길이 오른쪽으로 꺾이면서 일주문 앞에서 선다. 순간 거대한 벼랑을 이룬 관음봉 아래 자리한 석굴암의 고즈넉한 풍광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피라미드처럼 솟구친 관음봉, 그 오른쪽 오버행 절벽을 이룬 5봉은 미학의 극치다. 특히 5봉은 족두리 쓴 아름다운 여인을 연상케 해 가슴 설레게 한다. 여기에 북한산을 대표하는 능선이자 한북정맥을 이어나가는 상장능선은 우뚝 솟구친 채 속세를 끊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급경사면에 자리한 석굴암은 10여 년 전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감동적인 모습을 여러 면에서 보여 준다. 암자 이름을 태동케 한 석굴 나한전은 물론이요, 휴심당休心堂과 다선루茶禪樓 옆 가지를 부채처럼 펼친 노송 또한 명목 소나무로서 감탄케 하는 볼거리다. 관음봉과 5봉은 도도한 형상으로 솟구쳐 위압적이기도 하다.
우이령길은 석굴암 입구 삼거리를 지나면 차량통행 금지구간이다. 길이 한결 좁아지고 패이고 거칠고 가팔라지지만 자연미는 한층 더해간다. 숲도 더욱 울창해지고 그 사이를 가로지른 숲길을 따르는 이들 또한 자연인이 된다.
‘맨발로 느끼는 우이령숲林’ 안내팻말이 눈에 띄자 안내문 ‘명령’대로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젖힌다. 뜻밖에 마사토 감촉이 좋다. 굵은 모래는 발바닥을 거칠게 찔러대며 지압효과를 주고 보랏빛 쑥부쟁이는 가느다란 줄기에 꽃을 피운 채 맨발의 길손을 보며 빙긋 웃음지어 길손도 더불어 웃음 짓게 한다. 지계곡의 물소리는 어린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처럼 들려 이 또한 즐겁다. 전망대에서 서자 이제 오봉은 다섯 봉우리가 나란히 선 채 전모를 드러낸다. 숲을 박차고 솟구친 모습은 보석이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이동 기점 왕복 산행객도 많아
제법 규모 큰 화장실과 쉼터를 지나자 우이령 고갯마루(우이동 1.5km, 석굴암삼거리 1km, 교현리 3km). 이후 의무경찰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교현리 쪽 길에 비해 한결 가파르지만 최근 황토를 덮어 푹신하게 느껴진다.
의무경찰대 정문을 지나면 황톳길 대신 블록길이 이어지고, 곧 우이령탐방지원센터를 지나친다. 이제 단풍나무를 비롯한 활엽수가 우거져 더욱 호젓해진다. 10월 단풍철이면 분명 화려한 빛깔을 자아낸 길이다. 그 호젓함에 푹 빠져 걷노라면 ‘우이동먹거리마을, 소나무숲길·왕실묘역길 갈림목. 곧장 내려가면 먹거리마을을 거쳐 우이선 경전철 종점인 북한산우이역으로 내려서고, 오른쪽 데크길로 들어서면 숲 우거진 계곡을 가로질러 가톨릭수도원을 거쳐 역시 북한산우이역 앞으로 내려선다. 바쁜 사람은 곧장 내려서고 숲길을 호젓함을 더 누리고 싶으면 소나무숲길·왕실묘역길 둘레길을 따르도록 한다. 어느 길이든 20여 분이면 우이동으로 내려설 수 있다.
우이령길은 우이동과 교현리 양쪽에서 출발할 수 있다. 어느 쪽에서 접근하든 3시간이면 넉넉하다. 교통편을 고려해 우이동 쪽에서 왕복하는 탐승객도 제법 많다. 도중에 샘이나 편의점이 없어 식수나 간식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교현 우이령길 들머리는 서울역~송추 간 운행하는 704번(전철3호선 구파발역 경유) 버스나 불광동~의정부 간 운행하는 34번 버스 이용, 석굴암(우이령) 입구 하차. 탐방안내소까지 약 7분. 의정부 방면에서는 전철 1호선 가능역 1번 출구로 나와 의정부공업고등학교 방면 도로상 정류소에서 34번 버스 이용(약 30분 소요).
9월 2일 개통한 경전철 우이선은 신설동역에서 북한산우이역까지 운행. 우이령은 출구를 빠져나와 먹거리마을을 거쳐 우이동전경대 쪽으로 이동(도보 약 40분). 1호선·2호선 성수지선 신설동역, 6호선 보문역, 4호선 돈암역에서 환승 가능. 또는 수유역(4호선) 3번 출구에서 120번, 153번 버스 이용, 종점 하차.
식당
교현리(지역번호 031) 송추사골육수순대국 829-5673, 도담드림청시래기 855-7859 등.
우이동(지역번호 02) 우이동 북한산 입구에는 식당가가 형성돼 있다. 우이령길에도 식당이 여럿 있다. 청운식당 993-3817, 백란 993-7745, 시골길 994-8989, 키토산오리 999-9119 등.
우이령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탐방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매일 1,000명씩 예약 가능(강북구 우이동에서 500명, 양주시 교현리에서 500명). 예약 접수 당사자 1인당 10명까지 예약 가능. 입장료 무료. 입산은 09:00~14:00, 하산은 16:00까지 마쳐야 한다. 입산시 양쪽 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자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요청한다.
예약방법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국립공원예약(상단)→북한산 우이령 탐방→‘예약하기’(하단). 단, 65세 이상 노년층이나 장애인, 외국인에 한해 탐방지원센터로 전화 예약 가능.
우이탐방지원센터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 181길 349, 문의 02-998-8365.
교현탐방지원센터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석굴암길93, 문의 031-855-6559.
★오늘의 날씨★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도시 장거리 종주 | 대전 보만식계 (0) | 2017.10.21 |
|---|---|
| 대도시 장거리 종주 | 대구 가팔환초 (0) | 2017.10.20 |
| 대도시 장거리 종주 | 부산 오산 종주 (0) | 2017.10.18 |
| 대도시 장거리 종주 | 수도권 북부 불수사도북 (0) | 2017.10.17 |
| 대도시 장거리 종주 | 수도권 남부7산 종주 르포 (0) | 2017.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