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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북 영덕 대게

by 白馬 2009. 3. 4.

        경북 영덕 대게  

겨울과 봄 사이. 이 무렵이 되면 동해 쪽에선 속이 꽉 차오른 대게가 미식가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대게’ 하면 경북 영덕 아닌가. 그래, 3월엔 동해 파란 바다가 반기는 영덕 강구항으로 가보자.
그곳에서 고소하고 살살 녹는 대게 속살 맛을 보리라. 하지만 어찌 대게 맛에만 빠지겠는가.
영덕에서 강구항까지 이어지는 산행 내내 빼어난 바다 조망이 펼쳐지는 고불봉이 있거늘.



겨울과 봄 사이는 대게의 계절이다. 대게는 기온이 내려가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맛볼 수 있으나 속살이 꽉 차고 담백한 맛을 보려면 2~3월이 가장 좋다. 일단 대게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덕 대게’를 떠올린다. 물론 이웃의 포항과 울진 앞바다에서도 대게가 잡히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영덕=대게’로 인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 1 영덕 강구항 경매 풍경. 이른 아침 위판장에선 매일 아침 대게 경매가 이루어진다.2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대게 낚시체험<사진=영덕군청 제공>.3 강구항의 여명. 어부들이 잡아온 대게를 크기별·품질별로 정리하고 있다.5 대게를 잡아온 어부들이 배에서 대게를 내리고 있다.6 영덕대게의 원조로 알려진 축산면 차유마을.7 구한말 ‘태백산 호랑이’로 이름 날린 신돌석 의병장.

‘영덕 대게’로 명성이 높은 강구항


영덕의 젖줄인 오십천이 동해로 흘러드는 어귀에 있는 강구항(江口港)은 지금은 영덕 대게로 이름 높지만, 1997년 방영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외지인의 발길이 그다지 많지 않은 항구였다. 낙동정맥 동쪽에 치우쳐 있고, 고속도로가 연결되지 않아 접근이 쉽지 않은 탓이었다.


강구항이 항구로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일본이 자국민의 어업기지로 만들기 위해 축항공사를 하면서부터다. 광복 후엔 대게 통조림 가공공장이 생겨 대게의 집산지가 됐고, 현재는 강구항 주변으로 영덕 대게 전문식당들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어느 바다나 마찬가지지만, 강구항 사람들의 활기 찬 기운을 느끼려면 이른 아침에 위판장을 찾을 일이다. 항구 너머로 붉은 햇덩이가 떠오를 무렵이면 밤새 거친 바다에서 조업한 배들이 하나 둘 부두로 들어선다. 만선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에 갈매기들이 일제히 날갯짓하며 환영한다. 대게잡이 어선도 매일 아침 항구로 들어온다.


대게들이 위판장 콘크리트 바닥에 허연 배를 드러내고 크기별·품질별로 도열되면 영덕 대게를 표시하는 빨간 리본을 다리에 붙잡아 맨 뒤 경매가 시작된다. 손가락으로 입찰값을 표시하는 ‘수지 호가 경매’다. 이내 상인들의 눈짓과 손짓이 바빠진다. 상인들이 손가락으로 입찰가를 정하면 경매인은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상인의 번호를 불러 낙찰을 알린다.


대게를 고를 땐 다리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녀석을 택해야 한다. 싱싱하지 않으면 살이 말라붙어 속살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크기가 똑같다면 무겁고 다리가 긴 녀석을 고르는 게 좋다. 속이 훨씬 알차다. 그렇지만 꼭 큰 녀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작은 녀석 여러 마리라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큰 녀석은 물게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배를 눌러봐서 물렁물렁한 것은 물게이니 피하고, 단단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10만 원 정도면 한가족이 맛볼 수 있어


또한 게뚜껑 위에 검은 팥알 같은 갑낭이 많은 녀석을 고르는 게 좋다. 이는 게와 공생하는 일종의 기생충으로 게딱지로부터 풍부하게 영양분을 공급받았다는 증거인데, 대게의 영양 상태가 양호할수록 많다.

대게로 차릴 수 있는 요리는 찜·회·매운탕·튀김 등 다양하다.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살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찜이 최고다. 게다리를 떼어내 속살을 빼먹고 나중에 등딱지에 담겨있는 게 장(臟)에 밥을 비벼 먹으면 별미다.

강구항 북쪽의 축산면 경정리 차유마을은 영덕군에서 지정한 대게 원조마을이다. 마을에서 보면 북쪽에 죽도산이 바다로 툭 튀어나와 있는데, 죽도산이 보이는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가 죽도산의 대나무와 흡사해 대게, 즉 죽해(竹蟹)로 이름 지었다는 것이다. 이곳의 대게는 다리가 길고 토실토실하며 껍질이 얇고 살이 많으며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여 박달대게라 부른다.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 하여 붙여진 이름. 한문으로는 죽해(竹蟹)라 쓴다.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 전역에서 서식하며, 특히 함경북도 연안의 냉수역 지대에 많이 분포하고 있으나 특히 많이 잡히는 곳은 구룡포에서 죽변항 앞바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세 개의 거대한 바다 속 섬이다. 후포항 앞바다 20km 해역에 있는 ‘왕돌잠’, 영일만 위쪽 칠포 앞바다 9km쯤의 ‘무화잠’, 영덕 축산항 앞바다 7km쯤의 ‘신바위’가 그곳이다. 이곳을 이른바 ‘대게 벨트’라 한다.

수심이 5~200m 정도의 대륙붕을 이루고 있는 이 바다 속 섬들은 양질의 모래가 바닥에 깔려 있고, 한류와 난류가 만나 연중 10℃ 안팎의 수온을 유지해서 대게가 대량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갖췄다. 결국 동해의 대게 벨트에서 잡은 ‘진짜’ 대게라면 어디서 잡혔든 맛이 거의 비슷하다는 게 미식가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영덕 어부들은 영덕군 강구면과 축산면 사이 앞바다의 연안 해저는 개흙이 전혀 없고 깨끗한 모래로만 이루어진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해양환경이 타 지역 것보다 다리가 길고 속살이 많을 뿐 아니라 맛이 쫄깃쫄깃한 고품질의 ‘영덕 대게’를 만드는 것이라며 자랑한다.


대게 맛이 최고로 좋은 3월에 축제 열려


2~3월의 박달대게는 11월보다 살이 더 많고, 장이나 속살, 다리 부위 어디든지 맛이 훨씬 좋다. 그래서 영덕군은 매년 4월에 지품의 복숭아꽃 잔치와 연계해 열었던 대게축제를 올해부터는 보름 정도 앞당겨 대게 속살 맛이 최고조에 이르는 3월 20일(금)부터 22일(일)까지 사흘간 강구 삼사해상공원, 강구항 일원, 대게원조마을(차유) 등지에서 연다.

‘2009 대게고을 영덕-대게천지 한마당’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영덕 대게 원조마을 축원제과 개막식을 시작으로 불꽃놀이, 열린 음악회, 대게 낚시체험, 대게 요리대회, 대게잡이배 승선체험, 대게 가마솥탕 등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로 펼쳐진다. 특히 축제기간 내내 오전·오후 두 차례 열리는 ‘영덕대게 깜짝경매’ 행사는 10만 원이 넘는 박달대게를 2만∼3만 원 정도의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축제 기간이 아닐 때도 대게철 주말엔 보통 3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강구항에 찾아들어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영덕 대게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도로는 주말마다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는다. 따라서 이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이 찾아들 것으로 보이는 축제 기간엔 강구항 주변으로는 아예 차를 갖고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빼놓을 수 없는 바닷가 낭만 드라이브

영덕대게를 맛본 뒤엔 주변 해안을 둘러보자. 강구항 남쪽의 삼사리 바닷가 언덕에 있는 삼사해상공원엔 이북 5도민의 망향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세운 망향탑과 지품면에서 채취한 천하제일 화문석 등이 있다. 또 안쪽엔 민족의 염원인 조국통일과 민족대화합을 기원하는 무게 29톤의 경북대종이 걸려 있다.

강축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드라이브 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일출 광경이 빼어난 창포 해맞이공원, 24기의 웅장한 풍력발전기가 휙휙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 등의 볼거리가 있다. 영덕 대게 집산지인 강구항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 거리인 대진해수욕장까지는 동해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낭만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대진해수욕장이 있는 영해엔 송천이 빚어놓은 넉넉한 농토를 기반으로 한 부유한 씨족마을이 많다. 영양 남씨가 400여 년간 거주해온 집성촌으로 고택 30여 동이 보존되어 있는 영해 괴시리 전통마을이 대표적이다.

도곡리엔 ‘태백산 호랑이’로 이름 날리던 신돌석(申乭石·1878~1908년) 의병장의 생가와 유적지가 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항일의식이 남달랐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이듬해 영해에서 의병 300여 명을 규합했다. 평해면에서 다시 3,000여 명의 의병을 재편하고 여러 차례 일본군과 접전해 경상도·강원도 일대와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 기습전으로 많은 적을 사살해 큰 전과를 올렸다.

1907년 12월 서울 공격을 목적으로 13도의 의병이 연합하기로 하고 양주에 모였을 때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외되자 의병을 이끌고 영해로 돌아와 항전을 계속했으나, 결국 현상금을 탐낸 고종사촌인 김씨 삼형제에게 목숨을 잃었다.


여행정보


>>숙박


같은 영남권이 아니라면 당일로 영덕까지 다녀오기란 쉽지 않다. 만약 1박2일로 다녀오려면 강구항 주변의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이튿날 아침에 항구 구경하기가 수월하다. 항구와 가까운 삼사해상공원에도 동해해상호텔(054-733-2222), 삼사파크모텔(054-733-3001), 그랜드비치모텔(054-733-6030), 글로리모텔(054-733-6450) 등의 숙박시설이 여럿 있다. 대게 원조마을인 경정리의 차유마을에 태흥모텔(054-734-6711), 문경민박(054-732-4944)이 있다.

칠보산 남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칠보산 자연휴양림은 고래불해수욕장과 대진해수욕장을 잇는 명사20리 동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개의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고 전망대에서 동해안 일출을 볼 수 있다. 시설이용료는 숲속의 집 4만~8만 원. 야영장 2,000원, 야영데크 4,000원. 입장료 1,000원. 주차료 승용차 3,000원. 문의 054-732-1607 www.huyang.go.kr



>>별미 


대게찜


현재 강구항엔 풍물거리를 포함해 200개가 넘은 대게 전문식당이 있는데, 가격은 한 마리에 1만 원에서 18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어디든지 가장 쉬운 방법은 손님이 많은 식당을 고르는 것이다. 게는 수족관에 보관하고 며칠만 지나면 속살이 마르기 때문에 손님이 많을수록 회전이 빨라 게가 싱싱할 확률이 훨씬 높다.

강구교 앞에 자리한 대게종가(054-733-4147, 080-733-3838)는 강구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식당. 집채 만한 대게 조형물과 입구에 붙은 ‘전통문화 명인장의 집’이란 글귀에서 대게 요리로 자부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대째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든 소스는 이 집만의 자랑거리. 다 먹고 나면 등딱지에 참기름을 넣어 밥을 비벼준다. 대게 가격은 마리당 5만~10만 원 정도로 다양한데, 성인 한 명이 보통 5만 원 정도 예상해야 한다.



>>교통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서안동 나들목→34번 국도→안동→진보→지품→영덕→강구항 <4시간 30분 소요> 

서울→영덕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9회(07:00~18:00) 운행. 4시간 20분 소요, 요금 2만5,200원.

부산→영덕 동부터미널에서 매일 7회(07:05~16:35) 운행. 3시간 소요, 요금 1만2,400원.

부산→강구 동부터미널에서 매일 3회(07:52~11:10) 운행. 3시간 소요, 요금 1만1,700원.

대구→강구 동부정류장에서 매일 30~40분 간격 수시(04:30~19:24) 운행. 요금 1만1,800원. 

대구→영덕 동부정류장에서 매일 11회(09:00~17:20) 운행. 2시간 소요, 요금 1만2,500원.

※영덕 버스터미널 054-732-7673

※영덕 시내버스 054-732-7374


오늘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