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다시는 그곳으로…'맛있는 여행!'
겨울에 잃은 입맛 되돌려 줄 봄 미각기행 3선
- ▲ 거제 여차~홍포 드라이브 코스에 펼쳐진 다도해 절경
#1. 도다리쑥국 (경남 거제)
빠알간 동백 활짝…해변 드라이브 즐겨
제철 음식 보약…천리길 발품 아깝지 않아
한려수도가 시작 되는 경남 거제는 요즘 봄기운이 완연하다. 우리 국토가 좁은 땅덩어리라고는 하지만 서울과 남녘의 계절감은 확연히 다르다. 사람들의 차림새나 양지녘 화사하게 피어오른 동백의 자태에도 봄 냄새가 가득하다. 특히 수년 전 진주~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 된 이후 내방객의 발길도 부쩍 늘어 주요 관광지는 활기로 넘쳐 난다.
이즈음 거제를 찾으면 수려한 '해변 드라이브의 낭만'과 '봄철 별미'라는 멀티 여정을 맛볼 수 있다. 입맛 껄끄러운 이른 봄철 '도다리쑥국' 등 봄 냄새 가득한 미식거리는 천리 길 발품이 아깝지 않다.
- ▲ 도다리쑥국
▶ 거제의 미각 '도다리쑥국'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봄철 대표 어족으로는 '도다리'를 꼽을 수 있다. 거제-통영-고성 등 경남 해안지방에서는 이른 봄 싱싱한 도다리쑥국을 최고의 별미로 꼽는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싱싱한 도다리와 갓 뜯은 쑥을 넣어 끓여내는 단순 소탈한 게 국물 맛 하나만큼은 일품이다. 특히 봄철 새내기 식재료인 싱싱한 도다리와 봄 쑥의 어우러짐이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야들야들한 도다리 살과 향긋한 쑥 내음이 폴폴 나는 시원한 국물은 겨우내 돌아섰을 법한 입맛을 단번에 되돌려 준다.
'제철 음식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이라는 게 도다리 쑥국을 즐겨 찾는 미식가들의 예찬이다.
바닷가 사람들은 "옛 어른들은 '봄에 도다리쑥국 세번만 묵으마 몸이 무거바 정제(부엌) 문턱을 못넘는다꼬 했다"라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도다리 쑥국의 맛내는 비결은 비교적 단순하다. 그저 제철 자연산 식재료를 쓰고 있다는 점이 비법에 가깝다. 싱싱한 도다리에 노지 쑥, 집된장, 쌀뜨물, 마늘, 소금이 전부다. 특히 쑥향을 제대로 내기 위해 비닐하우스 쑥을 쓰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거제 토박이들은 도다리쑥국의 대표 맛집으로는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포구에 자리한 58년 전통의 평화 횟집을 꼽는다. 시어머니의 손맛을 며느리 김정숙씨(61)가 33년째 잇고 있다. 도다리쑥국 1만2000원선.
▶ 가는 길=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마지막 IC인 동통영 IC~거제~사등면 성포리 포구
#2. 주꾸미(충남 서천)
서해안 일대 굽고 무치는 냄새 진동
산란기 앞둔 3~4월이 맛 최고
봄철 서해안고속도로 주변을 대표하는 미식기행지로는 단연 서천을 꼽을 수 있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30분 남짓. 영화 JSA의 촬영지인 신성리 갈대밭과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로 겨울의 낭만을 한껏 선보인 서천은 봄철 주꾸미와 마량 동백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 ▲ 서천 주꾸미 무침
▶ 쫄깃한 계절의 진미 '주꾸미'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는 즈음 서해안에서는 싱싱하고 구수한 봄맛 잔치가 시작된다. 잔치판의 주인공은 졸깃졸깃 오동통한 주꾸미이다. 지금부터 4월 중순까지 서해안 충청도 서천 일원에서는 주꾸미를 무치고 굽는 냄새가 진동해 입안 가득 맑은 침을 고이게 한다.
주꾸미는 생김새가 낙지와 비슷하다. 하지만 몸집이 더 작고 다리도 짧다. 전체 길이는 길어야 20㎝ 남짓이다.
문어과의 주꾸미는 지역에 따라 쭈껭이-쭈깨미-쭈꾸미 등으로 불리는데, 산란기를 앞둔 3~4월이 제철이고 맛도 좋다. 대도시에서는 주로 양념숯불구이로 내놓고, 산지 포구에선 전골과 샤브샤브, 회를 상에 올린다. 선도의 차이 때문이다.
주꾸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알. 미식가들은 주꾸미 알을 봄철 최고의 별미로 친다. 봄 주꾸미 머리(몸통)에 잘 익은 밥알과도 같은 알이 들어 있다. 때문에 바닷사람들은 이를 '주꾸미 쌀밥'이라고도 부른다. 몸통을 잘라 통째로 입에 넣어 씹으면 마치 찰진 쌀밥을 씹는 느낌이다. 또 하나의 미식 포인트는 먹물. 방어 수단인 먹물이 숙취 해소에는 그만이다.
봄이면 서천에서는 서면 마량항-홍원항 앞바다 일원에서 주꾸미 잡이가 이뤄진다. 주꾸미 별미집들도 이들 포구에 가면 찾을 수 있다. 주꾸미 값은 소출에 따라 가격이 일정치 않은데, 철판볶음이 3만원선(3~4인분)이다.
▶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춘장대IC~서면~마량포구~동백정~홍원항
#3. 우럭젓국(충남 서산)
바지락 가득 실은 웅도 소달구지 눈길
살짝 말린 우럭 짭쪼름 감칠맛 더해
이른 봄 별미 기행지로는 서산도 빼놓을 수 없다. 서산은 '겨울 철새', '간월암 낙조' 등 겨울 여정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산의 봄철 또한 이에 못지않다. 제철 미식거리가 넘쳐나 입이 즐거운 여정이 가능하다. 봄이 열리면 서해의 낭만이 물씬 배어나는 서산에는 우럭젓국, 선상횟집 등 싱싱하고도 맛깔스런 별미가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가로림만 갯벌과 닿아 있는 웅도에서는 귀한 풍광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모습이지만 운이 좋다면 바지락을 가득 싣고 귀환하는 소달구지도 마주할 수 있다.
▶ 우럭젓국
- ▲ 산 우럭젓국
봄철 서해안 바다낚시의 대표 어종으로는 '우럭'을 꼽을 수 있다. 횟감으로도 좋지만 서산 사람들은 이를 시원한 속풀이 '우럭젓국'으로도 곧잘 끓여 먹는다. 우럭젓국은 봄부터 여름철 까지가 제 맛이다. 봄은 우럭이 살찌는 시기로 3월부터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가는 때 까지가 맛이 가장 좋다.
우선 우럭젓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잘 말려야 한다. 우럭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2일 정도 꼬득 하게 말린다. 대체로 살짝 말린 생선은 감칠맛이 더해진다. 일종의 발효 효과다. 따라서 마른 우럭으로 끓여낸 국물 맛은 북어국 못지않게 시원하다. 오히려 짭쪼름 감칠맛은 더한다. 특히 우럭은 북어보다 살이 많고 부드러워 거뜬한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이다. 우럭젓국의 육수는 쌀뜨물이다. 소금 간이 짭짤하게 밴 우럭 토막을 넣고, 볶은 무, 새우젓, 청양고추, 마늘, 양파, 파, 두부 등을 함께 넣어 맛깔스럽게 끓여낸다.
우럭젓국은 우선 쌀뜨물이 주는 토속미가 구미를 당긴다. 자칫 텁텁할 수도 있겠지만 매운고추를 썰어 넣은 국물맛은 칼칼 시원하다.
서산 토박이들은 음암면 도당리 덕수식당을 맛집으로 적극 추천한다. 자연산 우럭만을 쓰는 집이다. 3만~4만 원선.
▶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서산시~29번 국도~음암면 도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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