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항재: 눈밭 발목까지 빠져…'그림엽서' 보는 듯
모처럼 겨울다운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저마다 몸은 웅크리지만 그렇다고 표정까지 어둡진 않다. 간만에 온난화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릴 만큼의 한파가 되려 반가웠기 때문일까. '진짜 겨울'을 맛볼만한 여행지가 있다. 바로 강원도 태백이다.
태백은 고원지대에 눈까지 많이 내려 가히 '설국(雪國)'이라 부를 법하다. 특히 한강, 낙동강의 발원지인 까닭에 맑은 샘물이 솟아나는 곳으로 떠나는 새해 여정이 각별하다. 거기에 눈꽃과 상고대 감상, 그리고 벌건 연탄불에 구워먹는 한우 별미까지….
태백은 겨울 여행의 진수를 맛볼 만한 보기 드문 명소이다.
오투리조트 첫 오픈…할인이벤트도 / 태백시 전역 '雪왕雪래…' 페스트벌
- ▲ 매봉산 정상을 수놓은 풍력발전단지.
▶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로 떠나는 겨울 트레킹
한강발원지 검룡소를 찾는 길은 겨울 트레킹코스로 제격이다. 타박타박 완만하고도 호젓한 산길을 걸어 만나는 눈 덮인 한강의 시발점은 상서로운 느낌마저 감돈다.
검룡소는 대덕산 산행 길에 만나는 곳으로 주차장에서 1.2km, 대덕산 등산로 갈림길에서 600m를 더 들어 가면 나선다.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숲길은 그다지 험하지 않다. 때문에 연초 가족, 친구와 함께 산행을 즐기기에 괜찮은 코스이다. 천천히 걸어서 30~40분. 하지만 곳곳에 얼어붙은 구간이 있어 아이젠은 필수다. 계곡을 걷지만 바람도 그다지 차갑지 않아 안온한 느낌 속에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간혹 어른 손바닥만한 동물 발자국이 눈밭에 선명히 찍혀 있어 이곳이 깊은 산중임을 일깨워 준다.
- ▲ 하루 2000t씩 뿜어져 나온다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물줄기는 억겁의 세월 속에 물길이 굽이치며 바위에 표주박 같은 형상을 여럿 새겨 놓았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에도 어는 법이 없다. 검룡소의 용출수는 금대봉 자락의 고목나무샘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이곳에서 다시 솟아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사철 수온이 섭씨 9도 안팎으로 겨울철 손을 담그면 오히려 미지근한 느낌이 들 정도다.
하루 2000 t 씩 뿜어져 나온다는 검룡소 물줄기는 억겁의 세월 속에 물길이 굽이치며 바위에 표주박 같은 형상을 여럿 새겨 놓았다. 태백사람들은 이를 두고 '이무기가 몸부림치고 올라간 흔적'이라고 말한다.
이끼와 얼음으로 뒤덮인 바위 사이를 힘차게 굽이치는 물길은 강원도 임계~정선~영월~단양~제천~충주~원주~여주를 거쳐 양평 두물 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비로소 한반도의 젓줄 한강을 이룬다.
이어 양수리를 출발한 물줄기는 광주~하남~구리를 지나 서울을 관통하고 다시 김포 월곶을 통해 서해로 나가며 515km의 긴 여정을 마친다.
▶ 국내 최고 고갯길 '만항재'에 펼쳐진 설원
태백의 겨울은 탐스런 눈꽃과 영롱한 상고대가 있어 더 아름답다. 이른 아침 환상적 풍광의 상고대를 만나러 만항재에 올랐다. 해발 1330m, 주변을 샅샅이 둘러 봤지만 매서운 칼바람만 불어댈 뿐 어느 곳에도 상고대는 피지 않았다. 가뭄 탓이다. 30년 만에 만나는 최악의 가뭄에 '기설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라는 태백 사람들의 고민이 엄살만은 아니었다.
상고대가 없어 아쉬웠지만 아침 햇살이 막 내려앉기 시작한 만항재 숲 속은 가히 환상적이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걸어 들어가자 곳곳에 크고 작은 동물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한겨울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방황한 흔적이다.
그림엽서 같은 공간에 서 있다는 느낌에 살인적 추위도 잠시 사그라진다. 봄이면 온갖 야생화가 만발하는 숲 속에는 적막만이 흐른다. 아침 햇살을 받아 하얀 눈밭에 길게 드러누운 나무 그림자가 운치를 더한다.
국내 고갯길 중 가장 높은 만항재(지방도 414호)는 본래 태백시내와 백두대간이 눈 아래 펼쳐지는 장관을 맛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함백산~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등마루격으로 운해 감상이 압권이다. 특히 봄철이면 올망졸망 산봉우리는 섬이 되고, 구름은 바다를 이루는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 ▲ 만항재 숲속에 펼쳐진 설원의 아침 풍경. 하얀 눈밭에 인적은 없고 동물 발자국만 선명히 찍혀 있다.
◆ 신나는 태백의 겨울 테마 둘 '오투리조트& 눈 축제'
▶ 오투리조트
백두대간인 함백산 자락에 자리 잡은 스키장으로 올 시즌 첫 문을 열었다. 스키장 정상은 1420m. 무주(덕유산 설천봉 1520m)와 용평(발왕산 1458m)에 이어 국내 3번째 높이를 자랑한다.
오투리조트(www.o2resort.com)의 강점은 정상에서 베이스로 이어지는 초-중-상급 코스를 모두 갖췄다는 점이다. 실력이 다른 가족이 함께 즐기기 제격이다. 리프트나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각자에 맞는 코스를 타고 내려와 한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발 1100m에 위치한 타워콘도에 짐을 풀고 나오면 곧바로 발아래 펼쳐진 슬로프를 타고 백두대간 계곡을 향해 질주할 수 있어 더 편리하다. (033)580-7000
▶ 태백산 눈 축제
30일부터 2월8일까지 태백산 당골광장 일대에서 순백의 잔치가 펼쳐진다. 축제는 당골광장에서 문곡소도동 사거리까지 1.8km에 이르는 도립공원 입구 전 구간과 태백시내의 황지연못, 오투리조트 일대 등 태백시 전역에 걸쳐 이어진다.
'雪왕雪래! 눈을 따라, 추억을 담아’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각 마을을 대표하는 퍼레이드 차량이 거리를 누비는가 하면 당골광장 '사랑동산'에서는 눈으로 복원해놓은 숭례문 모형과 새해 소망을 나타내는 눈 조각, 세계 각국의 민속의상을 입은 눈사람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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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투리조트'의 오픈으로 태백이 명실 공히 레저도시로 거듭난 느낌인데요.
▶ 2008년은 저희 시로서는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전국 제1의 석탄도시'에서 '고원레저도시'로 탈바꿈한 원년이기 때문입니다. 고원지대에 골프장, 스키장, 콘도가 문을 열고 이른바 관광도시로서의 수용태세를 갖춘 셈입니다.
- 새 이정표를 세우기까지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 그렇습니다. 평생 익숙했던 일과 환경을 넘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게 간단치는 않죠, 태백시민과 공무원 여러분의 뼈를 깎는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변신은 불가능 했을 겁니다.
- 굵직한 관광-레저 분야의 인프라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던데요.
▶ 세계 최대규모의 국민안전 체험테마파크가 내년에 들어섭니다. 외국인 체험 관광단을 유치할 수 있는 전략적 관광테마를 갖추게 된 겁니다. 또 전자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창작-생산-공급하는 세계적 수준의 'e시티'가 몇 년 사이 완성 됩니다. 줄잡아 3000~4000명의 고용효과가 기대 됩니다. 또 기존 국가대표 선수촌과 자동차경주장 등 스포츠도시를 보완 완성하고, 중소기업연수원을 유치하는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착착 진행 중입니다.
- 태백 관광산업에 절실한 요소는 무엇입니까
▶ 숙박시설이 부족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만큼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 관광 태백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 지구 온난화를 생각하면 10년 후 태백의 주가는 상상 초월 입니다. 저는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숲 가꾸기를 비롯한 친환경 관광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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