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맛따라] 장수 장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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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생가참숯가마가든
겨울철 등산학교로 안성마춤
- 장수 사람들의 논개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하다. 그냥 ‘논개’가 아니다. ‘논개님’, ‘주논개님’이다. 논개는 장수 사람들의 ‘님’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님’으로 추앙받아 마땅하다. 꽃다운 열아홉 나이에 논개가 선택한 순국의 길은 인류역사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불멸의 민족혼이다.
장계와 육십령을 잇는 26번 국도 상에서 남향으로 743번 지방도로 꺾어들면 장안산 산행들머리 무령고개로 이어진다. 이 지방도변에서 대곡저수지를 만나게 되고, 금방 폐교가 된 대곡리 주촌초등학교가 나타난다. ‘뽕밭이 변하여 바다가 된다’는 말은 있지만, ‘학교가 변하여 식당이 된다’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논개생가참숯가든(063-352-1116)’이 바로 이런 경우다. 폐교된 학교건물과 운동장 모두를 인수하여 식당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식당 전체 분위기는 넓고 시원하다. 10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식탁이 펼쳐져 있고, 50명이 민박할 수 있다.
전통 참숯을 이용한 찜질방에서 찜질하고 목초액에 담구어 구워먹는 삼겹살 맛이 짱이다. 겨울철 등산학교를 개최하기에 안성마춤이겠다. 흑돼지참숯구이(200g 9,000원)가 대표음식인데, 청국장(5,000원)도 차려낸다. 청국장은 천연보약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그 열풍이 대단하다. 항암 효능, 뇌졸중 예방, 다이어트식, 치매 예방, 골다공증 예방, 심지어 심장병과 돌연사 예방, 빈혈을 없애주는 천연 조혈제, 먹는 천연 무좀약에 천연 비아그라인 것으로도 알려져 노년층에게는 폭발적인 인기식품이 되고 있다.
옥호가 말해 주듯 논개생가가 300m 거리에 있다.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소문이 크게 나 있는 박종태-안옥이 주인 내외 슬하에는 1남4녀가 모두 다 잘 성장했는데, 특히 셋째 딸 근아씨는 JTV 투데이7 담당 아나운서로 장수 사람들이 큰 자랑으로 삼고 있는 딸이기도 하다. 논개 생가를 둘러보고 찾아오는 일본 손님들도 종종 있다고 했다. 양식이 살아있는 일본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며 안주인 안옥이씨는 곱게 웃었다.
서울숯불갈비
장계여성산악회원들의 참새방앗간
-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 무진장 장수와 장안산 가는 길은 장계로 통했다. 대구의 어느 산악회가 장안산을 올랐다가 하산길 장계에서 멋진 단합대회를 했었다며 추천해준 ‘서울숯불갈비(063-352-2933)’를 찾아갔다. 돼지갈비에 하산주 한 잔씩 걸치면서 냉면을 먹었다는 업소였는데, 장계면사무소에서 뒤쪽으로 100여m 거리 길가에 외롭게 떨어져 있는 집이다. 객을 반갑게 맞이하는 분이 놀랍도록 친절했다. 장계 사람들은 모두가 부인처럼 친절하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보통 수준이라며 겸손해 했다. 깔끔한 분위기에 친절한 종사자들, 객의 마음부터 사로잡는데 음식 또한 보통 수준이 아니다.
- 더 깊이 들어가 알아보니 안주인 신(辛)점선씨가 장계여성산악회(회장 박찬숙)의 골수산꾼인데, 이 집은 암참새(결례)들의 방앗간이었다. 취재차 들른 날은 마침 신동마을 대동회가 열리던 날이라 회원들 중 산악회 회원들만 따로 남아 수다(결례)를 떨고 있는 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장계여성산악회는 40대에서 70대까지 회원 30명이 매달 16일 정례산행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한다. 살고 있는 고장 가까운 곳에 명산들이 많지만 간간히 원정산행도 한다고 했다. 회원들 대부분이 비주류(非酒類)이고 가장 활달한 성격의 S회원만 주류라, 원정산행 관광버스 속에서는 수통에다 술을 담아 마시기 때문에 몇몇 회원들만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자신이 주당임을 만천하에 알리게 되었다며 좌중을 웃겼다.
바깥주인 이상우씨는 유독 대구 산꾼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여하튼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100석 규모. 돼지갈비(250g) 7,000원, 냉면 5,000원, 한우불고기(200g) 9,000원.
- 장안산관광농원
장수흑돼지 바비큐에 놀란다
- 장안산 등산나들목 여러 곳 중에서 계남면 지소골은 고속도로 장수 나들목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로 아주 가깝다. 자신의 차편이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장수 나들목을 1차 목표지점으로 하고 떠나면 된다. 수도권에서 3시간, 영남권에서 2시간~2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호남권 전주라면 40분, 광주는 1시간30분이면 된다. 충청권 대전이면 1시간이면 되고, 가장 먼 춘천에서도 4시간30분 거리다.
- 계남면 지소골에는 하산길 등산망태를 풀어 놓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안산관광농원(063-352-0308)이 있다. 7만여 평의 넓은 공간에 조성해 놓은 관광농원에서는 대표음식인 장수흑돼지 바비큐를 구워 놓고 하산주 한 잔을 나누면서 하루 산행을 반추해 보기에 딱 어울리는 곳이다. 주인 양남덕(47)씨가 자신있게 내 놓는 회심의 작품 흑돼지 바비큐는 그만이 알고 있는 특이한 시설과 비법으로 구워낸다고 했다. 고기는 속살부터 알맞게 익힌다는 것이다. 보통 고기의 겉이 탈 정도가 되어야만 속살이 익는 구이방법과는 아주 판이하다. 장수흑돼지 바비큐(200g) 8,000원.
여름이면 500~60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족구장과 50야드 골프연습장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본관 식당 2층과 별관 황토방에서 민박 가능(120명 동시 수용). 산악회 단합대회 장소로 적격이겠다.
- 송천가든
동서와 영호남 화합의 집
- ‘하늘과 땅이 장구하다 해도 언제인가 끝날 때가 있지만 / 우리의 못다 한 이 한은 언제까지나 끊어지지 않으리라(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백낙천이 현종과 양귀비의 못다 한 사랑을 슬퍼한 시 한 구절이다. 봄이 오면 논개사당 앞 노란 산수유에 봄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을 것이다. 하지만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순국한 논개의 봄은 영원히, 다시는 오지 못할지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 장수읍 두산리 19번 국도 동쪽, 남산 기슭에는 논개의 숭고한 넋이 살아 숨쉬는 논개사당(전북기념물 제46호)이 있다. 이 사당은 호남절의록 호남삼강록 의암주논개사적비 등에 근거, 역사적인 고증을 거치고 1956년에 건립했다. 한편, 1846년(헌종 12) 장수현감으로 부임했던 정주석(鄭胄錫)은 이곳이 논개가 자란 고장임을 알리는논개생향비(論介生鄕碑)를 세웠다. 이 비는 1956년 사당 건립 당시 발굴되어 지금은 경내에 보관하고 있다. 논개사당은 입장료와 주차비는 받지 않는다(063-351-4837).
논개사당 초입 19번 국도에서는 742번 지방도가 동서로 뻗어 나간다. 동쪽 논개사당으로 들어가는 길은 장안산 산행나들목 덕산계곡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진안군 백운면에 닿는다. 백운면으로 꺽어 들어가는 길 코너에 장수 밖 외지로 널리 소문이 나 있는 버섯전골 전문점 ‘송천가든(063-351-2296)’이 있다. 논개사당을 참배하는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집이라 관광업계에서는 논개사당 하면 송천가든을 연상할 정도라고 했다. 옥호 송천은 현지 지명이다.
장수 토박이인 주인 한준상(54)씨는 경남 통영 출신 부인 이문숙(50)씨와 결혼했다. 경상도 출신 부인을 맞은 가장 큰 이유는 “농담이 아니다”며 동서(東西)와 영호남(嶺湖南) 화합 차원이었음을 크게 강조했다. 의미가 깊은 강조였다. 버섯전골 1인분 8,000원(2인분 이상 주문), 토종돼지생구이 1인분 9,000원(2인분 이상 주문). 후식으로 나오는 집에서 만든 식혜 맛이 끝내준다고 자랑.
- 용추폭포가든
대전·전주권 산꾼들 시산제 명업소
- 장수 나들목에서 덕유산 나들목까지는 35번 고속도로 상의 한 구간으로 17km 10분 거리다. 장안산 산행을 마치고 하산 뒷풀이를 위해 덕유산 나들목을 거쳐 칠연계곡으로 들어가 본다. 이곳에는 산행에서 얻을 수 있는 큰 덤 하나가 있다. 전국 산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용추폭포가든(063-323-0838)을 들러볼 일이다. 덕유산 나들목에서 19번 국도로 나와 우회전, 300m 거리에 727번 지방도로 꺾어서 들어가는 표시판이 있다. 이 지방도를 타고 3~4분 거리, 용추폭포에서 다리를 건너지 말고 우회전해 칠연계곡 방향으로 돌리면 마주치는 집이다. 닭백숙 35,000원, 버섯전골·해물탕·알탕 29,000원(4인 기준 공기밥 포함).
이 식당은 얼른 보기에 평범한 업소 같지만 전국 명산자락 업소경연대회라도 연다면 으뜸업소로 뽑힐 만하다. 산악회 기획담당자나 총무가 고심하게 되는 일 중 하나가 ‘시산제는 어디서 어떻게’다. 늘 같은 장소에서 올리는 경우도 있고 장소를 바꾸어 가며 개최하기도 한다. 산악회로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인데 첫 단추를 잘 끼워야만 하겠다.
많은 산악회가 시산제를 용추폭포가든에서 해오고 있다. 특히 전주권이나 대전권 산악회가 이 집을 선택한다. 40분에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최고의 겨울 명산 덕유산 자락이고 보니 자연스런 추세이겠다. 넓은 공간의 주차장에 100명까지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식탁이 펼쳐져 있고, 40명까지 민박이 가능하다. 순박하기 그지없는 주인 내외(박춘우-박을순)의 인정에 끌려 모두가 단골이 돼 버린다.
다미식당
뚝배기보다 장맛 추어탕집
- 지방도시에 가보면 시청이나 군청 직원들, 그리고 직장인들이 단골로 이용하는 집들이 있다. 이 식당들은 모두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음식 맛이 ‘끝내준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음식값이 싸다는 것이다. 장수 갔던 날, 처량하게 초겨울 비를 맞으며 점심 한 끼를 해결해야 할 집을 찾았다. 지역사정을 잘 안다는 분이 첫 마디로 ‘다미식당(063-351-0950)’을 추천해 주었다. 그러면서 미안해하는 기색으로 “허름하고 규모가 작다”고 했다. 규모야 어디 ‘가방 크다고 우등생인가’이고, 허름한 것이야 ‘오랜 전통의 훈장’이겠지. 위생적으로 하자만 없다면 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 예상대로였다. 사실 우리는 이런 집을 두고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고 하지 않는가. 식탁이 11개였던가. 다행히 동행 두 사람이 앉을 자리는 있었다. 옥호 접두어로 ‘추어탕 전문점’이 적혀 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이 남원과 가까운 남원추어탕의 영향권이었다. 광한루 주변에는 추어탕집 1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주인에게 실례가 되지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꾸라지는 어디 것이냐고. 주인 김순자(60)씨는 정확하게 답변해 주었다. 남원 운봉에서 양식한 것을 가져다 쓴다고.
114 안내전화로 서울에 있는 남원추어탕 안내를 요청하면 어느 구 어느 동이냐는 답변을 듣게 되고, 어느 동네인지 모른다고 하면 그 옥호는 50집도 넘는다는 답이 돌아온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는데, 임의로 한 집을 골라 미꾸라지는 어디서 갖고 오느냐고 물어보면 그거야 남원에서 갖고 온 자연산이라고 하는 업소가 있기에 문제다.
남원에서도 자연산 미꾸라지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실정이라는데, 쯧쯧. 소위 중국산 ‘짜장’ 미꾸라지만 아니라면 좋겠다. 다미식당은 주인의 나이만큼이나 20년 전통을 좁은 바닥에서 쌓아온 집이니 무엇보다 신뢰가 간다.
남원까지 가지 않고 장수에서 남원 본바닥 추어탕에 뒤지지 않는 맛난 추어탕을 먹을 수 있어서 참으로 즐거운 한 끼였다. 군청에서 50m 거리. 추어탕 6,000원.
이것은 축지법이다. 전라북도 땅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은 무진장 멀게만 느껴졌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확 달라졌다. 장안산(1,237m)이 솟아 있는 장수는 전북 동부 산간지역으로 예로부터 교통이 아주 불편한 고장이었다. 외지에서 장수로 닿는 길은 전주에서 장계, 남원에서 장계, 무주~장계간의 국도와 팔랑치를 넘는 장계~거창간의 국도로, 장계면 장계리에서 교차한다. 그래서 장계면은 군청소재지 장수읍보다 교통 중심지가 되어 있지만, 장계로 닿는 길들 역시 멀기만 했다.
사정이 달라진 지금은 88올림픽고속도로가 장수군 남부인 번암면을 지나고, 35번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도 군 북부인 계북면과 장계면을 통과한다. 그런데다가 장수와 익산을 잇는 20번 익산-장수간 고속도로마저 2007년 12월에 개통되어 천천면과 장계면을 지나게 되니 전국 주요 도시에서 장수 나들목까지는 짧은 시간에 쉽게 닿을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실로 축지법이다.
백두대간의 영취산(1,076m)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갈라져 나오면서 가장 먼저 우뚝 솟은 장안산은 장수군의 장수읍과 번암, 계남, 장계 등 1개읍 3개면으로 둘러싸여 있다. 장안산은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이기도 한데, 남서쪽의 덕산계곡, 남동쪽의 지지계곡 등 그윽한 골짜기들이 많아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장안산 산행 나들목 중 한 곳인 장계면 대곡리 주촌 마을은 순국의 여인 주논개(朱論介)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원래의 생가지로 알려진 마을은 대곡저수지 축조로 수몰되어 논개의 할아버지가 서당을 차렸던 곳으로 전해지는 바로 위쪽에다 2000년에 생가지로 복원해 놓았다. 장안산 산행길에서는 1593년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중에 ‘종교보다 더 깊은 거룩한 분노’로 진주 남강 의암에서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毛谷村六助)를 수장시키고 장렬하게 순국한 숭고한 조선의 여인 논개의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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