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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살점이 떨어지는 추위에도 강원도 고성을 찾는 이유

by 白馬 2009. 1. 15.
살점이 떨어지는 추위에도 강원도 고성을 찾는 이유

미시령이나 진부령을 넘어서면 북쪽으로는 오롯이 강원도 고성 땅이다. 남한 최북단답게 고성에 불어오는 겨울 바람은 모질도록 차갑다. 시베리아에서 출발, 동해바다를 관통한 바람은 비수보다 날카롭다. 어느 겨울날 중국 만리장성 성루에 서서 삭풍을 온몸으로 받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처럼 살점이 떨어져나갈 것같은 추위에도 고성을 찾은 이유는 뭘까. 멋진 겨울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다. 산·바다·호수가 속살을 부비며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겨울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살포시 눈을 이고 선 금강산 자락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느다란 선을 그리며 어서 오라 손짓하고, 푸른 바다는 바람의 장단에 맞춰 끝없이 춤을 춘다. 그 사이 호수는 겨울의 진객 고니를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한가로이 노래하고 있다.  

또다시 갈 수 없는 금강산

고성은 한반도 분단의 축소판이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으로 갈렸다. 남측에 고성군이 있고, 북측에도 같은 이름을 쓴다. 이름을 놓고 본다면 북측이 원조다. 한때 금강산 관광의 관문으로 이용됐던 장전항이 고성의 군청 소재지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장전항에 가지 못한다. 대신 휴전선 부근 통일전망대까지만 갈 수 있다. 몇 달 전 금강산에서 관광객이 피살된 후 금강산 관광이 전면 통제된 탓이다. 통일안보공원에서 입장료와 주차료(각각 3000원)를 내면 출발 시간을 알려준다. 이곳에서 약 5분쯤 가면 민간인통제선을 지키는 군인에게서 출입증을 받는다. 다시 10여분, 길을 따라 북으로 달리면 통일전망대에 이른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평범하다. 그러나 전망대에 서면 만감이 교차한다. 통일이 먼 훗날의 이야기만은 아닐듯 했는데, 4㎞도 되지 않는 이 길은 또다시 분단의 상처를 들춰냈다.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길게 포장된 도로는 썰렁하기만 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줄을 잇는, 남북화해의 상징처럼 시끌벅적한 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온정리에 남은 현대아산 직원을 위해 물자를 운송하는 트럭만이 간간이 오갈 뿐이다.

그래도 자연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를 따르고 있다. 이 시간의 흐름이 펼치는 풍경은 장관이다. 손에 잡힐듯 펼쳐지는 외금강의 주 능선과 해금강은 특히 겨울이 아름답다. 속살까지 오롯이 볼 수 있어서다. 금강산 가는 길에 자리한 구선봉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멀리 일출봉·채하봉·육선봉·집선봉·세존봉·옥녀봉·신선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오른쪽 바닷가에는 해금강이 파도와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문득 전망대 한켠에 서서 한없이 북녘을 바라보고 있는 성모마리아상과 통일미륵불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기대하며 미동도 없이 서 있는 것일까. 갑자기 김남조 시인의 "겨울바다"가 떠올랐다.


겨울바다는 끝이 아닌 시작

겨울바다는 여름처럼 끓어오르는 에너지 대신 모든 것이 정지한 듯 황량함마저 감돌고 있었다. 차 안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겨울바다는 오히려 푸근함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망망대해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은 가만히 서 있기조차 버거울 만큼 강렬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한 발자국 밖으로 나섰을 뿐인데 차이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바람을 뚫고 백사장을 걸어 파도가 끝없이 밀려드는 곳까지 발길을 옮겼다. 그곳에 시인이 노래했던 "미지의 새"가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시인은 우리 모두 미지라는 새를 한 마리 품고 산다고 했던가. 또한 이 새는 삶에 대한 의지 혹은 희망으로 불린다고도 했던가. 이를 잊어버린 사람에게 겨울바다는 절망의 끝일 수 있고, 가슴 깊숙히 간직하고 있다면 새로운 희망의 출발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거침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바람이 잦아지면 잔잔해질 것이다. 이는 곧 시간의 흐름이다. 시인도 시간만이 상처를 씻어줄 것이라 주장하지 않았던가.

미지의 새를 품고 사는 만큼 번뇌가 없을 수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해답을 찾고 싶은가. 그렇다면 한번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겨울 바닷가를 찾아보라.


점점이 박힌 보석같은 화진포·송지호

고성에는 화진포와 송지호라 불리는 커다란 호수가 두 개 있다. 이들은 원래 바다였으나 오랜 세월 토사가 둑을 만들어 육지쪽 영역이 호수로 변한 석호들이다. 때문에 물은 짠맛이 강하다.

화진포는 일제 강점기 때 외국인의 전용 별장으로 인기가 높았다. 해방 후 북한 치하에선 김일성이 바닷가 언덕 위에 있는 건물을 별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전쟁 후 남한 땅이 된 후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이기붕 부통령이 호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는 방향으로 별장을 지었을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김일성 별장은 지금 화진포의 성이란 이름으로 불리는데, 김일성과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호수에서는 겨울의 진객 고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대신 가마우지·물닭·청둥오리·갈매기 등이 각기 제 영역을 지키면서 한가로이 겨울을 즐기고 있었다.

호수 밖으로는 화진포해수욕장이 길게 누워있다. 8년 전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송승헌)가 죽음을 앞둔 은서(송혜교)를 업고 걸었던 곳이다. 해수욕장 끝쪽에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무덤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금구도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화진포에서 약 25㎞ 남쪽에 있는 송지호는 화진포보다 작은 대신 아기자기한 맛이 강하다. 3층 규모의 예쁜 전망대에 올라 호수의 전경을 감상한 후 호숫가에 설치된 데크에서 속살을 살펴보면 나름대로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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