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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병영마을로 가보자. 마을 곳곳이 돌담으로 이어지니 가을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돌을 쌓고 그 사이에 물에 갠 흙을 발라 돌담을 만들었으니 저도 몰래 옛 추억이 생각나고 담 위에 늘어진 호박 덩굴이 정겨움과 푸근함을 준다.
병영마을은 전남 강진에 있다. 마을 이름은 병마절도사의 영(營)이 있던 곳이란 뜻이다. 낙안읍성이 적의 침입을 피하기 위해 성을 쌓고 그 안에 백성들이 살던 곳임에 비해 이곳 병영마을은 전라도의 군수권을 통괄했던 병마절도사가 주둔하던 병영성이 있던 곳으로 성 안에는 백성이 아닌 군사들이 머물렀다. 그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데 대표적인 곳이 전라병영성지와 병영마을의 돌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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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성(사적 397호)은 조선태종 17년(1417)에 초대병마절제사 마천목(馬天牧 1358~1431) 장군이 축조하였다. 이후 고종 32년(1895)년 갑오경장까지 제주도를 포함해 53주 6진을 총괄했으니 그 위치와 역할이 대단했다할 수 있다. 병영성은 설성이라고도 불리는데 그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진다.
병영성을 쌓은 마천목 장군이 성을 쌓기 위해 고민하던 중 꿈속에 신령이 나타나 일망대에서 활을 쏘았다 한다. 잠이 깨어 꿈속의 장소를 찾아가니 간밤에 내린 눈이 모두 녹았지만 성벽의 형태처럼 동그랗게 눈이 녹지 않고 있어 그 자리를 따라 성을 쌓았다. 하여 설성(雪城)이라 불리는 것이다.
둘레는 2천8백 척에 높이는 18척으로 옹성이 12개, 포루가 2개, 우물이 9개 있었으며 2층 누각의 남문, 동문, 북문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성벽만 조금 남아 있기에 복원 공사 중이다. 당시 병영성 주위와 마을에 3000여 호가 살았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당했다(현재는 3백여 세대). 병영성은 근 500년 동안 그 역할을 충실히 했으니 병영마을 자체가 수인산, 성자산, 별락산, 화방산 등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천연요새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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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의 흔적이 가득한 병영마을
병영마을에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바로 네덜란드 사람 하멜과 관련된 장소들이다.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Hamel hendrik ?~1692)은 선원 33명과 함께 효종 7년(1656)에 이곳 병영마을로 압송된다. 현종 4년(1663)까지 있었으니 8년 정도 병영마을에 머물렀던 셈이다. 몇몇은 결혼해 살기도 하고 생계를 위해 잡역을 하거나 나막신을 만들어 팔고 춤판을 벌여 삯을 얹기도 했다. 마을 중앙에는 800년 묵은 거대한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 385호)가 있는데 하멜 일행은 은행나무 아래에서 수인산성을 바라보며 고향생각에 잠기곤 했다. 마을 한쪽으로는 제법 큰 개울이 지나는 데 적벽청류라 새겨진 바위벽 아래에서 천렵을 즐겼다한다. 하멜이 여수로 떠날 당시 22명이 생존 했으니 나머지 11명은 이곳 병영땅에 뼈를 묻었다고 할 수 있다. 후에 돌아가 쓴 ‘하멜표류기’에는 이곳 병영에서의 생활이 상당 부분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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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병영마을의 자랑인 돌담은 하멜이 가르쳐주어 쌓은 네덜란드 식이다. 가능한 납작한 돌을 골라 15도 정도 눕혀서 촘촘하게 쌓고 흙으로 고정시킨 후 다음 층은 반대방향으로 15도 정도를 눕혀 쌓는 것으로 이 마을 사람들은 ‘하멜식 담쌓기’라 부른다. 이 방식으로 담을 쌓으면 마치 빗살무늬 토기와 같은 무늬가 된다. 돌담 위에는 기와를 얹거나 구들장처럼 넓고 납작한 돌로 마무리를 했다.
병영마을 뿐 아니라 인근 도룡 마을에도 이 같은 하멜식 담쌓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돌담, 홍교, 청자, 문학이 어우러진 강진
병영마을의 돌담은 다른 곳에 비해 담장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보통 2m 정도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곳도 있으니 말을 타고 순시를 할 때 집안이 훤히 보일 것을 염려한 것이다. 마을 한 가운데에는 폭이 6-7m나 되는 넓은 골목이 있으니 이를 ‘한골목(골목이 크고 넓다는 의미)’이라 부른다. 이를 중심으로 2m 내외의 골목들이 질서 정연이 연결되어 있으니 이 또한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골목임을 알 수 있다. 담장이 검게 변한 곳이 있는데 이는 1894년 동학농민 전쟁으로 불이 탄 흔적이니 500년이 넘는 장고한 세월의 역사가 돌담에 모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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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마을에는 작고 예쁜 홍교가 있다. 홍교는 병영의 관문으로 화강암 74개를 이용해 무지개처럼 쌓았는데 지금은 홍예(虹霓)만이 남아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면 홍예의 상단 중앙에 여의주를 입에 물고 머리를 치켜든 용의 머리를 볼 수 있다. 전문을 보낼 때 병마절도사와 함께 병졸 전체가 와서 의식을 행하던 배전각(排箋閣)이란 건물이 있었기에 배전각 홍교라고도 불린다. 바로 옆에는 연꽃과 매화마름이 가득하고 붉은 배롱나무 꽃이 어우러지는 저수지가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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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마을을 돌아본 후에는 도룡마을도 둘러볼만하다. 병영마을에 비해 골목들이 작고 아기자기해 돌아보는 맛이 또 다르다. 길모퉁이 곳곳에 전라도 사투리를 적은 나무판을 달아놓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란이 피기까지~’의 생생한 흔적이 있는 영랑생가를 둘러보고 위쪽에 영랑선생이 글공부를 하던 금서당(琴書堂)에 들러 남도의 황금빛 들녘을 내려보는 것도 좋다. 현재는 완향 선생의 작품을 전시한 아틀리에 겸 완향찻집으로 사용되고 있다. 돌아 나오는 길에는 청자박물관에 들러본다. 검은 흙으로 모양을 만들고 조각을 새겨 넣은 후 붉은 흙과 흰 흙을 채워 구우면 흰 색과 검은 색 문양이 생기는 상감기법의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좋다. 수백 여 도요지에서 만든 상감도 자기를 마량포구로 날랐고 이를 노리는 왜적을 막기 위해 병영성을 쌓았던 병영마을 선조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아름다운 경치와 높은 예술 혼이 흐르는 강진의 가을은 더욱 눈부시다.
●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강진군청 : www.gangjin.go.kr
- 강진청자자료박물관 : www.gangjinfes.or.kr
○ 문의전화
-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관광진흥계 061)430-3224
- 강진군 병영면사무소 061)430-3670
○ 대중교통 정보
[ 기차 ] 서울, 용산~목포, 나주, 송정리 하루 15~16회 3시간 10분 소요
* 문의 : 한국철도공사 1544-7788, www.korail.go.kr
[ 버스 ] 서울-강진 하루 6회, 5시간20분 소요
부산-강진 하루 14회, 4시간 40분 소요
광주-강진 20분 간격, 1시간 20분 소요
목포-강진 30분 간격, 40분소요
*문의 : 강진공용정류소(061-432-9777)
[ 비행기 ] 서울-광주 대한항공 6~7회, 아시아나 각 6회, 55분 소요
서울-목포 대한항공 2회, 아시아나 3회, 60분 소요
*문의 대한항공 1588-2001, 아시아나 항공 1588-8000
○ 자가운전 정보
[서울-강진] 서해안 고속도로 이용, 365km 5시간 20분 소요
[부산-강진] 부산-순천-장흥-강진 병영 : 남해고속도로남해 고속도로 이용, 200km, 4시간 40분 소요
○ 숙박정보
- 아미산 모텔 : 도암면에 위치, 학교자리에 새로 지어 공기 좋은 곳 061)433-2136
- 보금모텔 : 강진 터미널 앞 쪽의 조용한 숙소 061)434-2836
- 마량 테마모텔 : 바다가 잘 보이는 곳 061)432-2626
- 백련사 템플 스테이 : 만덕리 소재 061)432-0837
○ 식당정보
- 설성식당 : 강진군 병영면 소재지, 돼지불고기 백반 한상(4인분) 2만원, 061)433-1282
- 수인관 : 강진군 병영면 소재, 돼지불고기 백반 한상(4인분) 2만원 061)432-1027
- 청자골 종가집 : 강진군 군동면 호계리, 한정식(4인 기본) 8만원, 12만원, 16만원. 061)433-1100
○ 축제 및 행사정보
- 제11회 강진청자문화제: 2006. 10. 14(토)~10. 22(일) 9일간 문의 전화 061)430-3807
○ 이색체험 정보
- 와보랑께 박물관 : 전남 사투리, 민속자료 3천여 점 구비, 도룡리 소재 061)432-1465 www.와보랑께.kr
○ 주변 볼거리
- 무위사, 영랑생가, 강진 청자박물관, 다산초당, 백련사, 마량포구, 강진 수산물 경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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