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불면·우울증… "자신감 회복이 우선이죠"
여성 갱년기 '리얼 토크'
고혈압·당뇨 없어야 호르몬제 사용 권장 유방암 걱정되면 식물성 에스트로겐 복용
●김경숙(53·경기 분당): 요즘 생리가 있다 없다 한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턱 막히는 증상이 나타나곤 해 계산대 앞에서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대형 마트에도 거의 가지 않는다. 호르몬 주사를 맞아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동생이 유방암을 앓은 적이 있고 본인도 1년 전 유방에 양성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어 망설이고 있다.
●김용숙(50·서울 신내동):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고 덥다. 언니가 폐경기 때 우울증으로 심하게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어 본인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이다. 태반주사, 오메가-3 등 폐경기에 좋다는 것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듣고 있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자궁 근종이 있고 갑상선질환을 앓고 있다.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은 82.4세. 여성들의 평균 폐경 연령 51세를 빼면 31.4년. 여성들에게 폐경 이후의 삶은 인생 전체의 38%나 차지한다. 이 때문에 폐경이 '여자로서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제2의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폐경기를 맞은 여성 두 명이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를 만나 폐경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 ▲ (왼쪽부터)김경숙ㆍ김용숙씨, 이임순 교수. 이임순 교수가 폐경기 여성의 건강과 호르몬제 이용 시 주의할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경숙: 요즘 우울하고 예민해져 가족끼리 다툼도 잦아졌어요. 폐경이 오면 원래 우울해진다는데… 우울증 약이라도 먹어야 될까요?
이임순: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불면증, 우울증, 불안감, 기억력 감퇴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폐경기 즈음에는 보통 자식들은 커서 직장 생활을 할 때고, 남편도 자리를 잡아 사업 등으로 바쁜 때죠. 혼자 집에 남게 돼 그에 따른 허전함이나 상실감이 커질 수 있어요. '빈둥지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음이 울적해 우울증,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죠. 병원에서는 에스트로겐이 심리적인 증상도 경감시키므로 호르몬 요법을 먼저 시도해 봐요. 다만 폐경기 여성이 그 전부터 우울증이 있었다면 호르몬 요법과 항우울제를 같이 처방하기도 합니다.
김용숙: 코고는 소리도 듣기 싫을 정도로 남편이 귀찮을 때가 있어요. 각방이라도 써야 하나요?
이임순: 여성호르몬이 결핍되면서 질이 위축돼 폐경기 여성은 성생활 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안드로겐도 감소하면서 성욕도 감소하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년 이후에 피부 주름살, 뱃살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더 이상 매력이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더 많아요. 운동 등 자기관리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고요. 질에다 바르는 에스트로겐 크림이나 질정제 등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경숙: 1년 전 유방 양성종양 진단을 받았어요. 호르몬제를 써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이임순: 유방암이 걱정돼 호르몬제를 이용하지 못하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괜찮아요. 그러나 너무 오래 복용하는 것보다 증상이 심한 시기에만 먹는 것이 좋아요. 갱년기 증상도 없는데 미리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고요. 간혹 호르몬제나 건강기능식품으로 폐경을 늦출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현재로선 폐경을 늦출 방법은 없습니다.
김용숙: 친구가 태반주사를 맞는데, 피부도 탱탱해지고 피로감도 덜 하다고 하네요. 효과가 있는 걸까요?
이임순: 의사 중에 태반 주사의 효과를 인정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태반제제들은 고온에서 오랫동안 가열한 것인데 호르몬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의심스럽고, 먹어서 효과가 있는지도 미지수에요.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과연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도 모르는 상태고요. 현재 대한폐경학회에서는 태반주사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김용숙: 호르몬제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은요?
이임순: 호르몬제는 폐경기 증상이 있으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질환이 없는 사람이 5년 정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과거에는 무조건 호르몬제를 쓰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상태에 따라 호르몬제를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생리가 이제 막 끊겨 생리를 연장하고 싶은 사람은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합성제제를 쓰고, 자궁 적출을 한 사람은 에스트로겐 제제만 사용해요. 최근에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유방, 자궁을 피해 선택적으로 필요한 곳에만 에스트로겐 효과를 나타내는 호르몬제, 이뇨작용이 있어 체중 증가를 방지하는 호르몬제 등도 나와 있습니다.
김용숙: 폐경 후 조심해야 할 병이 있나요?
이임순: 여성호르몬은 그 자체가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고혈압, 뇌졸중, 심혈관 질환의 발병율이 높아집니다. 또 체내 칼슘이 많이 빠지므로 골다공증도 조심해야 합니다. 골밀도 검사, 부인과 진찰, 유방검진, 자궁경부암 검사, 갑상선 호르몬 검사 등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경숙: 폐경기 여성들에게 좋은 음식과 운동이 있나요?
이임순: 에스트로겐 함유가 높은 콩류, 버찌, 사과, 양파, 승마, 당귀, 인삼 등을 먹으면 폐경과 관련된 증상을 경감시키거나 호전시킨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의학적인 근거가 다소 미흡한 편이기는 합니다. 운동은 달리기, 걷기, 근력 운동, 춤추기 등이 좋아요. 운동량은 자신의 최대 운동능력의 60~70% 정도가 적당하며 80%가 넘는 운동은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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