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해상 기름유출사고로 시름에 잠긴 태안. 예전 모습을 되찾아가는 해변의 모습도 여행객을 유혹하지만 꼭 바다를 테마로 잡지 않더라도 태안은 둘러볼 만한 곳들이 많은 곳이다. 특히 온갖 꽃들이 흐드러진 이 계절은 태안이 사철 중 가장 아름다운 때이기도 하다.
태안에 발을 들여놓자 가장 먼저 반기는 꽃은 백합이다. 태안에서 안면도 방면으로 길을 틀어 조금 내려가다 보면 송암화훼단지가 나오는데 이곳에는 세상의 모든 백합들이 다 피어 있다. 백합을 심어 놓은 곳의 면적만도 무려 20ha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 꽃지해수욕장. 아래는 안면도자연휴양림 소나무숲.아래 외쪽은 청산수목원 연못의 개구리왕눈이 모형.
↑ 송암화훼단지 내 백합꽃밭.
백합은 전 세계적으로 130여 종이 분포하고 국내에는 10여 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말로는 '나리꽃'이라고 한다. 하늘말나리, 섬말나리, 날개하늘나리, 솔나리 등 예쁜 이름을 가진 것들이 많다.
화훼단지는 크게 야외전시장과 실내전시장으로 나뉘어 있다. 소나무숲속에 자리한 실내전시장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백합과 꽃장식 등을 선보인다. 야외전시장은 무지개동산, 분화구동산, 수생식물원 등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무지개동산에는 1억 송이가 넘는 백합들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보통 '백합' 하면 하얀색을 떠올리게 마련. 하지만 이곳에는 가지각색의 백합들이 있다. 빨강, 주황, 노랑, 보라…. 꽃밭을 걷는 게 마치 무지개를 타고 오르는 것 같다.
송암화훼단지에서 나와 안면도 쪽으로 5㎞ 정도 더 가면 청산수목원에 닿는다. 오직 7~8월에만 개방하는 수목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목원을 대표하는 꽃이 여름을 상징하는 연꽃이다.
청산수목원에는 백련, 홍련, 노랑어리연 등 200종이 넘는 수련이 피어 있다. 연밭 사이 방죽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연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청산수목원을 방문하려면 되도록 오전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연꽃은 새벽부터 개화하기 시작해 오후 3시가 넘어서면 잎을 오므리기 때문이다. 수련은 보통의 연꽃보다 더 일찍 봉오리를 닫아 버린다.
한편 방죽 위에서는 연꽃사진전이 열린다. 청산수목원의 주인공인 다양한 연꽃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수목원에서는 연잎차를 비롯해, 아이스크림, 칼국수 등 연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도 맛 볼 수 있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익히 잘 알려진 곳이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소나무숲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안면송'이라는 자체 이름을 가질 정도다. 다른 곳의 소나무에 비해 훨씬 크고 또 곧다. 이 휴양림에는 175ha의 넓은 소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국내 유일의 소나무 단일 숲으로 대부분의 소나무들이 수령 100년이 넘은 것들이다. 소나무숲을 따라 난 3.5㎞가량의 길은 산책하기에 무난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주고, 알싸한 소나무의 피톤치드가 흐리마리한 정신을 일깨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면도자연휴양림에 수목원이 따로 있는지 잘 모른다. 휴양림과 거의 비슷한 면적의 수목원이 맞은편에 있다. 이곳에는 철쭉원, 한국정원, 야생화꽃길, 생태습지원, 유리온실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한국정원과 수더분한 우리 꽃들이 가득한 야생화꽃길이 아름답다. 그밖에도 방향수원, 약용수원, 식용수원, 지피원, 조팝나무원, 자생화원 등 눈길 닿는 곳마다 테마꽃밭이다.
서산에서 안면도 방면으로 빠지지 않고 내쳐 32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태안반도가 나오는데 이곳에 천리포수목원이 있다. 이 수목원은 고 민병갈 씨(본명 칼 밀러)가 일군 곳이다. 25세에 연합군 중위로 한국에 온 후 1962년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수목원의 면적은 18ha로 어마어마하다. 총 1만 300종의 식물들이 이곳에서 자란다. 특히 목련류는 세계 최고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수목원은 모두 7개 지역으로 나뉜다. 산과 들, 바다 위의 작은 섬이 천리포수목원의 일부다. 7개의 지역 중에서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하는 곳은 본원이 유일하다. 수목원 앞 '낭새섬'을 비롯해 다른 지역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다. 수집된 식물 대부분은 본원에 식재돼 있다.
본원 연못에는 수련과 가시연이 만발하고, 산책로 주변에는 수십 개의 종을 매달아 놓은 듯한 디기탈리스와 섬초롱 등 예쁜 꽃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이름처럼 '만병초원'에도 꽃들이 가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천리포수목원은 일반에 개방을 하지 않는다. 방문을 원한다면 후원회원이 되어야 한다. 1년 단위로 회비를 받는다.
더 들러볼 만한 곳으로 오키드타운과 팜카밀레허브농원도 있다. 오키드타운은 송암화훼단지에서 청산수목원 가는 길에 있다. 청산수목원 약 500m 못 미쳐 우측에 오키드타운이 보인다. 오키드타운은 세계의 진귀한 난과 허브가 가득한 곳이다. 유리온실로 만들어진 식물원은 난으로 만든 원두막, 난과 연꽃이 어우러진 연못, 난 터널, 동양란 동산 등으로 꾸며져 있다. 난과 허브를 직접 만져보고 다양한 허브차와 음식들도 맛볼 수 있다. 허브비누와 양초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장이 마련돼 있어 가족나들이에도 참 좋다. 입장권을 제시하면 출구에서 2년 동안 정성들여 키운 난을 하나 준다.
팜카밀레허브농원은 청산수목원에서 안면도 방면으로 200m쯤 내려가다 보면 나온다. 이곳은 허브를 가꾸고 향기를 전달하는 농원이다. 국내 최초로 허브차를 수입, 제조·판매해온 (주)허브라가 운영하는 곳으로 다른 허브농원과 달리 온실보다 야외전시장 위주로 꾸며져 있다. 캐모마일가든, 로즈가든, 라벤다가든, 토피어리가든 등 7개의 테마전시공간이 있고, 허브공방에서는 허브화장품과 비누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태안 방면 32번 국도→태안→77번 국도→송암화훼단지→청산수목원→안면대교→안면도자연휴양림.
★잠자리:
안면도자연휴양림(www.anmyon huyang.go.kr 041-674-5019) 내 숲속의 집이 있다. 태안에서 안면대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황도라는 섬이 있다. 다리가 놓여 있어서 차로 갈 수 있는 섬으로 이곳에 예쁜 펜션들이 많다.
★먹거리:
안면도는 입이 즐거운 곳이다. 요즘 놀래기와 우럭이 제철이다. 안면도의 들목인 백사장항에 기대를 충족시키는 횟집이 있다. 하얀 이층건물 '복음횟집'(041-673-5349)이 그곳이다. 회맛도 맛이지만 딸려 나오는 음식들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종류가 많다. 놀래기와 우럭은 ㎏당 6만 원. 만약 한상차림코스(10만 원)를 주문한다면 대하와 연포탕 등도 맛볼 수 있다.
★오늘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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