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대게냐? 동해가 게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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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영덕에 대게 먹으러 가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 영덕에 가면 이미 대게 시즌 끝.
대게는 11월 1일부터 다음해 5월 31일까지만 잡을 수 있다. 번식기인 6월부터 10월 말까지는 어자원 보호 차원에서 대게를 잡을수도 없고 판매도 금지된다.맛도 떨어진다. 대신 러시아, 북한, 일본 등 수입산이나 일반적으로 ‘홍게’로 알려진 붉은대게를 먹어야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대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게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요상한 놈이 동해에서 잡히기 시작했다.
이름 하여 ‘너도대게’
경북 영덕군 강구항 대게전문점 ‘김가네’를 운영하면서 대게를 직접 잡기도 하는 유정군 사장은 ‘너도대게’라는 희한한 이름의 유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새로운 게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대학교수님이 몇 해 전 조사를 나왔답니다. 교수님이 이리저리 둘러봤더니, 생김새며 맛이 대게와 너무 비슷하더란 거죠. 그래서 ‘너도 대게냐?’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그게 이름으로 굳었다는 거에요.” 국립수산과학원 설명은 다르다. 수산과학원 박종화 연구관은 “너도대게는 아직 학술적으로 등재되지 않은 가칭”이라며 “너도밤나무에서 착안해 붙인 이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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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과학원이 너도대게 자원조사를 실시한 건 1999년. ‘국립수산진흥원(현 수산과학원)에서는 경상북도 동해안에서 크기와 모양이 대게와 비슷한 새로운 종류의 게(가칭 너도대게)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혔다. …
국립수산진흥원에서는 이 새로운 게가 외관상 대게나 붉은대게와 비슷하기는 하나 형태학적으로 외부 색깔, 배갑후측면의 과립상돌기, 갑 좌우측 가시 형태 등이 각각 차이가 있으며 분포해역에 있어서도 대게와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해안 심해의 새로운 종이라고 밝혔다. …’
(1999년 9월 15일 작성 ‘동해안 심해 새로운 게(가칭 너도대게) 자원 분포 확인’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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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대게는 대게와 홍게의 교잡종으로 파악된다. 대게와 너도대게, 홍게는 모양이 거의 같다. 등껍질이 대게는 갈색이 섞인 주황색, 너도대게는 붉은색이 감도는 주황색, 홍게는 선명한 붉은색으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서식지도 수심 500~1000m로 200~400m 얕은 바다에 사는 대게와 1500~2500m 깊은 바다에 사는 홍게의 중간쯤 된다.
맛도 대게와 홍게가 섞여있다. 대게와 너도대게, 홍게를 삶아 맛봤다. 대게 살은 조직이 좁쌀처럼 굵고 짧아서 씹으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다. 반면 너도대게와 홍게는 결이 곱고 길다. 또 대게는 감칠맛이 짙고 묵직하다. 홍게는 가볍고 단순한 단맛이면서 약간 짜다. 너도대게는 대게보다 약한 감칠맛에 홍게의 달큰한 맛이 섞여있다. 가격도 홍게보다는 비싸지만 대게와 비교하면 3분의 1~3분의 2 수준이다. 너도대게는 아직 금어기(禁漁期)가 없다. 그래서 여름에도 갓 잡은 싱싱한 너도대게를 맛볼 수 있다. 유정군 사장은 “너도대게는 6월부터 10월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여름철 영덕을 찾는 휴가객이나, 여름 어한기를 견디기 힘들던 어민 양쪽에 반가운 소식이다. 수산과학원 박종화 연구관은 “너무 많이 잡으면 자원이 감소할 수 있으니 앞으로 대게와 비슷한 자원보호 법령을 마련할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구항에서 지금 너도대게는 크고 살이 꽉 찬 상품(上品) 1㎏짜리 한 마리가 6만~7만원에 거래된다. 최상품 ‘너도박달’은 10만원이 넘기도 한다. 작고 살이 덜 찬 너도대게는 1만원에도 판매된다. 5월 31일 이전 잡아둔 대게를 보유한 식당도 있지만, 거의 맛보기 힘들다. 수입산은 1㎏당 2만5000원에 판매된다. 홍게는 대게전문점에서는 팔지 않고, 도소매점에서 5000원~3만원에 거래된다.
찜을 먹으면 각종 반찬과 함께 구수하고 시원한 매운탕이 나온다.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내장에 참기름, 참깨를 넣은 비빔밥이 식사로 나온다. 1인당 3만5000원 정도는 먹어야 배 부르다. 택배도 가능하다. 원하는 대로 쪄서도 보내주고 살아있는 그대로 보내주기도 한다. 10만원 이상 주문하면 택배비가 없고, 이하면 4000원이다. 김가네(054-733-6889) 등 200여 대게전문점이 강구항에서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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