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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충남 서천 “쏴아 쏴아 쏴아~” 갈대밭의 모닝콜

by 白馬 2008. 6. 6.
충남 서천 “쏴아 쏴아 쏴아~” 갈대밭의 모닝콜
 

충청남도 최남단에 자리한 서천은 봄이면 쫀득쫀득한 쭈꾸미, 가을이면 구수한 전어향으로 전구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서천 사람들은 쭈꾸미나 전어를 활용한 축제가 ‘관광서천’을 알리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자부심으로 삼지 않는다.

자연발생적인 것도 아닌 데다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이 채 10년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백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장답게 오랜 역사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장항읍 송림리해변, 신성리 갈대밭, 한산의 모시와 소곡주 등이 대표적인 ‘관광상품’들이다.


금강 하구둑을 경계로 전북 군산과 마주하는 서천군 장항읍에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굴뚝이 마중한다. 높이 210m의 바위산인 전망산 위에 솟아오른 110m 높이의 굴뚝으로 장항제련소의 랜드마크이다.

굴뚝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짙은 소나무숲을 지나면 넓게 펼쳐진 송림백사장이 가로막는다. 길이만도 3㎞에 이르는 백사장에 서면 앞으로는 멍이 든 것 처럼 검게 빛나는 갯벌, 뒤로는 아름드리 소나무 수십만 그루가 병풍처럼 에둘러 마치 한 폭의 수묵화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전해진다.

갯벌과 송림 사이에 일부러 굵은 선을 그은 것처럼 노란 빛이 인상적인 송림백사장의 가장 큰 특징은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이다. 한 움큼 쥐었다 싶은데 모래시계처럼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모두 빠져나갈 만큼 곱다.

그런데 이 모래에는 염분·철분·우라늄 성분이 많이 섞여 있어 찜질로 제격이라고 한다. 고려시대 정2품 평장사 두영철이 이곳으로 유배와 모래찜질로 건강을 되찾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제 여름이면 모래찜질을 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백사장을 관리하는 송림리 사람들도 오래 전부터 매년 음력 4월 20일을 ‘모래 눈 뜨는 날’로 정해 행사를 갖는다. 모래 눈 뜨는 날이란 이맘때면 기온이 올라 찜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초·중·말복, 단오, 칠월 칠석 등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모래찜질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힘겨운 농사철에 짬짬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특별한 날을 만들어놓은 듯 싶다.

평야처럼 광활한 갯벌은 생명의 보고다. 백합·모시조개 등 조개류를 비롯해 다양한 생명이 갯벌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당장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금새 한 광주리 담아올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이곳에서는 조개의 여왕으로 불리는 백합조개가 많이 잡힌다. 전국 수확량의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서천군 동남쪽 화양면 신성리 금강하구 일대는 지금 광활한 초록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약 19만 8000㎡(약 6만평)에 이르는 벌판에서 사람 키만큼 자란 갈대가 바람에 따라 이리 쏠리고 저리 밀리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신성리갈대밭은 새벽에 특히 아름답다. 멀리서 어슴푸레 밝아오는 여명을 배경으로 밤새 깊은 잠에 빠졌던 새들이 아침을 노래하기 시작하면 갈대가 “쏴아~ 쏴아~” 소리내며 이리저리 군무를 추기 때문이다.


한산모시와 한산 소곡주는 서천이 자랑하는 대표적 전통 문화 유산이자 관광상품이다. 문헌에 의하면 모시로 만든 옷감의 역사는 9세기 신라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특히 한산면에서 나는 한산모시가 제일로 꼽힌다. 신성리에서 5분 거리인 한산면에 가면 지금도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모시를 제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모시는 얼핏 깻잎으로 착각하기 쉬운 다년생 풀로 줄기가 황갈색으로 변할 무렵 수확한다. 수확한 모시는 태모시 만들기·모시째기·모시삼기·모시굿·꾸리감기·모시날기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옷감으로 변신한다. 이 모든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가격이 비싼 편이다.

서천은 오는 13일부터 4일 동안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한산모시문화제를 진행한다. 이 기간 모시의 제작과정을 모두 볼 수 있으며, 직접 체험도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통을 고집하는 것은 또 있다. 15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산 소곡주이다. 소곡주는 교동법주(신라)·계명주(고구려)와 함께 삼국시대 3대 명주로 꼽히는 소곡주는 일본청주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전통주 명인인 우희열(70) 씨는 지금도 시어머니에게 배운 전통 기법 그대로 술을 빚고 있다. 우 씨가 안내하는 대로 술이 익어가는 숙성고에 들어서자 향긋한 술내음이 코를 간지른다.

숙성고 안 항아리는 약 30개. 지난 2월 담가진 술이 이제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우 씨는 이 중 하나의 항아리 뚜껑을 열고 용수를 깊이 박는다. 순간 지난 100일 동안 숙성된 술이 용수에 가득 담겨진다. 순간 우 씨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돈다. 품질의 성패가 달린 순간이기 때문이다. 작은 쪽박으로 한 모금 떠 마신 우 씨의 표정에 안도감이 흐른다. 제대로 빚어진 것이다.

우 씨는 “소곡주에는 다른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서 떠낸 술은 저장고로 옮겨지는데, 맑은 술을 내놓기 위해 자연 침전을 기다리는 과정이다. 소곡주에는 다양한 효과가 있고, 특히 뒤끝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다”고 강조했다. 041-951-0290.


▲가는 길& 먹을 거리=서울에서 출발하면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서천IC를 통해 서천으로 접어든 후 장항에 이르러 우회전하면 송림백사장, 좌회전하면 신성리 갈대밭과 한산면에 이른다.

서천은 바다를 끼고 있는 고장답게 해산물을 이용한 먹을 거리가 풍부하다. 이중 장항읍내 할매온정집(041-956-4860)의 아구요리가 유명하다. 30년 전 최선임(71) 할머니가 술국으로 내놓던 아구탕을 특화시킨 것으로 콩나물 대신 미나리나 부추를 이용하는 것이 다르다. 외지에도 널리 알려지면서 아수 수요가 폭증, "온정집이 장항 아구 가격을 올려놓았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다.

이맘때인 음력 4월 말~6월 초와 겨울에는 아구 생간을 넣어 끓이기 때문에 걸죽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아구탕은 3만원(2인분), 아구찜은 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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