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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경상도의 숨은 명산 천생산] 왜적이 못 넘본 천혜의 요새 ‘테이블 마운틴’

白馬 2024. 3. 22. 07:02

정상의 미덕암, 멀리 금오산.

 

 

경부고속도로 구미 나들목 못미처 금오산을 두고 대구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단칼에 산 정상을 베어낸 듯한 일자一字 모양의 산이 보인다. 주검이 누운 형국이라 까마귀가 발복한다는 것으로 금오산의 안산案山 천생산이다. 대통령 부친의 무덤이 있다는 금오탁시金烏啄屍 명당. 고구려 스님 묵호자墨胡子가 저녁놀에 금 까마귀를 보고 호명한 금오산의 이름도 예사롭지 않은데 건너편 천생산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람이 죽으면 까마귀를 통해 승천하는 것으로 여겨 산악지대에서는 조장鳥葬하는 풍습이 있었고, 까마귀가 시신을 쪼아 먹는 형국을 신성시했다. 금오金烏는 태양 속의 세 발 까마귀 삼족오三足烏, 태양의 상징이다. 이런 자리는 제왕의 터, 부귀 명당이지만 고난과 위험이 따른다고 한다.

 

천생산은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높이 407m 바위산이다. 생김새가 특이해 하늘이 만든 산이라 천생산天生山이지만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동쪽에서 바라보면 정상이 하늘 천자天字, 한일자一字로 보인다 해서 일자봉, 병풍을 둘러친 것 같아 병풍바위, 함지박을 엎어 놓은 모습이라 방티산, 박혁거세가 처음 산성을 쌓았다고 혁거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천생산성 표석, 이곳이 정상이다.

 

산성은 경상북도 기념물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천생성산天生城山은 동쪽 8리에 있다. 사면에 석벽이 깎아 세운 듯하여 성이 되었는데 마치 하늘이 만든 것 같다 해서 이렇게 이름 지은 것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산림욕장에서 천룡사, 미덕암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원점회귀 3.6km, 2시간이면 넉넉하다. 

 

바윗덩어리 역암 지대

오전 11시 천생산성 산림욕장, 등산로 입구부터 산성 터다. 소나무와 굴참나무 빼곡한 숲속 길 500m 정도 오르니 여러 갈래 산길. 다소 헷갈리는 듯하지만 어디서 올라도 정상으로 연결된다. 상수리·노간주·감태·소나무 길 오르는데 바위 따라 구불구불 비틀려진 나무들이 많이 자란다. 자갈 섞인 바윗덩어리 퍼석퍼석하다. 마치 콘크리트를 쏟아 부은 듯한 역암礫巖 지대, 퇴적암층의 자갈로 뭉쳐져 생긴 것이다. 조약돌로 이루어진 바위는 군데군데 굵은 자갈이 떨어져 나간 자국이 있다. 가로로 길게 뻗은 기묘한 봉우리를 생각하며 정상으로 오른다. 

 

천생산 숲길.

 
 

오전 11시 25분, 나무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일련번호 표찰을 붙여 놨는데 드문드문 소나무 무덤이 보인다. 파란 솔이끼 붙은 바위를 지나면서 산성 터 흔적이다. 거북바위를 두고 잠시 내리막길, 솔숲이 이어지는 바윗길 오르니 입구보다 더 많은 자갈돌이 바위에 박혀 있다. 옛적에 바닷속이 뒤집혀 솟아올랐는지 벼랑에 튀어 오른 큰 바위는 심해의 유물같이 서 있다. 하도 많이 밟고 오르내려선지 숲속 길은 반들거리고 앙상한 나무뿌리가 갈비뼈처럼 불거져 나와 안쓰럽다. 

 

바로 앞에 정상의 바위 봉우리는 가깝지만 높다. 겨울 햇살은 걸어가는 4시 방향에서 비춘다. 너럭바위 쉼터를 뒤로하고 11시 40분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천룡사 길이다. 지금부터 가파른 오르막 계단, 학학거리며 땀을 닦고 바위와 나무계단을 번갈아 오르니 아래는 천룡사 지붕이다. 산업도로, 아파트 단지, 공장, 질주하는 자동차들. 불편하지만 두꺼운 장갑을 꼈다 벗었다 한다. 가파른 바윗길이 끝나고 정오 무렵 천생산성 표지석(미덕암 0.3·남문지 0.1·북문지 0.7km), 이곳이 해발 407m 정상이다. 미덕암 바위에 서니 눈앞에 구미공단과 금오산(976m)이 가깝다. 

 

천혜의 성벽 천생산, 위쪽 가운데 뾰족한 바위가 미덕암이다.

 

호국의 성지 천생산성

천생산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금오산과 마주 보며 구미 동쪽을 둘러싸고 있다. 산행은 보통 천생산성 산림욕장에서 시작해 천룡사, 미덕암을 지나 정상에 오른 뒤 바로 내려가거나 다소 먼 거리인 검성지에서 오르기도 한다. 장천면 천생사 구간이 가장 짧다. 산은 높지 않아 오르는 데 힘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고 산마루가 길고 평탄하며 숲이 우거진 데다가 암벽에서 바라보는 경관도 훌륭해 산행뿐 아니라 소풍 나들이에도 좋다. 숲 체험장을 비롯한 여러 시설을 갖춘 산림욕장에는 어린이 등산로, 출렁다리 등 아기자기한 숲속의 공간이 많다. 정상 표지석 대신 천생산성 유래비, 제단, 성터가 있어 호국의 성지로 이름값을 하는 산이다. 잠시 바위 능선길 헬기장 지나 천 길 바위 쉼터에 앉아 목을 축인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미덕암 바위에 몇 사람 앉아 있는데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여러 번 셔터를 누르다 돌아선다. 12시 15분. 날마다 세월을 새기며 사는 듯 바위에 부처손, 돌이끼 다닥다닥 붙었다. 

 

천룡사.

 

왼쪽으로 천생사 내려가는 길, 오른쪽 너머 금오산이 맑다. 이곳이 성안이었으니 천혜의 요충지, 어렴풋이 산성의 윤곽을 헤아린다. 우물터인지 습기가 많고 상수리·신갈·감태·아까시·소나무, 억새와 이끼류. 저절로 씨앗이 떨어져 생긴 듯 어린 소나무들이 많다. 산성은 박혁거세 때 처음 쌓았다지만 의병장 곽재우에 의해 정상 8~9부 능선 자연 절벽을 이용해 완성했다고 한다. 금오산성, 가산산성과 함께 외침을 막는 데 중요한 거점으로 알려졌다.

 

미덕암 전설과 테이블 마운틴

12시 20분쯤 다시 정상 지점까지 왔다. 미덕암 바위 끝에 서니 사방이 확 트인 깎아지른 절벽, 금오산과 구미시가지, 낙동강, 금오산, 황악산, 멀리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주둔한 이곳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왜군이 근처 민가로 가서 촌로에게 이 산성에 제일 귀한 것이 뭐냐고 물었는데, 어리석은 촌로는 물이라고 일러주었다. 적들이 산기슭에 큰 못을 파니 성안에는 먹을 물조차 모자랐다. 그러나 장군은 큰 바위에 말을 세우고 등에 쌀을 주르르 부으면서 씻는 흉내를 낸다. 산 아래에서 이를 본 왜적들이 산성에 물이 많다고 속아 공격을 포기하자 기발한 계략으로 쌀의 덕을 보았다 해서 미덕암米德岩이라 전한다.”

 

정상의 쉼터.

 

고속도로나 수출탑, 구미공단, 검성지에서 바라보면 일자 모양의 정상을 잘 볼 수 있는데 천생산은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으로 알려졌다. 탁상산지卓狀山地를 말한다. 남아프리카·브라질·베네수엘라 등지에 있는 정상부가 평평한 산으로 탁자 모양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대략 17억 년 전 바닷속에서 모래·자갈·진흙 등이 번갈아 쌓인 퇴적층이 융기되면서 수직 균열이 생기고 비바람에 의한 침식으로 테이블 모양의 지층이 형성된 것이다. 가장 오래된 지층이며 지각 변동을 겪지 않아 수평층을 이룬다.

계단을 밟고 산 아래로 내려가는데 곧추선 바위 절벽에 부처손이 매달려 자라고 까마귀는 깍·깍·깍 끊어서 운다. 경상도 까마귀답다. 계단 밟는 소리도 탁·탁·탁, 스타카토 리듬이다. 12시 35분 다시 닿은 갈림길에서 산림욕장으로 가지 않고 천룡사로 내려간다. 굴삭기가 주인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절집 개는 무슨 사연 있는지 집배원을 막고 서서 도무지 비켜주지 않는다. 중도中道가 부처라 했거늘 저렇게 개를 달래고 있으니 부처가 따로 없다.

 

 

산행길잡이

천생산성 산림욕장 주차장(등산로 입구) → 산림욕장 → 거북바위 → 천룡사 갈림길 → 바위 전망대 → 산성표석, 미덕암 → 정상 능선길 → 소나무 쉼터(조망지점) → 정상 능선길 → 미덕암 → 천룡사 → 주차장(원점회귀)

※ 왕복 3.6km, 2시간 정도,  장천면의 천생사에서 정상 1.2km(최단거리)·검성지에서 정상까지 2.3km 정도 거리.

 

교통

고속도로 경부(구미 IC), 중부내륙(선산 IC), 중앙(가산 IC)

※ 내비게이션 → 천생산성 산림욕장 주차장(경상북도 구미시 천생산길 200 (천룡사 근처)

기차 경부선 KTX 등 구미역 정차. 구미역 앞에 시내버스 있지만 대중교통 불편.

숙식 구미 시내 다양한 식당과 모텔, 여관 등이 많음. 

 

주변 볼거리 

여헌 장현광 기념관, 박정희 대통령 생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구미공단, 금오산, 채미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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