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면 마음이들어오고. 마음을 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우리 함께라서 행복한 세상...건강하게 행복한 하루 지내세요.

좋은글들

충만한 기쁨의 삶을 누리다

白馬 2023. 4. 26. 06:59

몰입의 행복

 
 

나이 칠십이 되도록 베이커리를 하는 친구가 있다. 그의 아버지도 시장통에서 도넛을 만들어 판 것으로 기억한다.친구는 빵 안에 넣는 일본말로 ‘앙꼬’라고 부르는 팥소를 만들기 위해 일본의 장인을 찾아가 그 기술을 전수 받았다.

그는 매일 밤 열시부터 아무도 보지 못하게 하고 혼자 새벽 두시까지 팥을 삶고 거품을 걸러내곤 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최고품질의 ‘앙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년전부터 경기도 광주 쪽의 부지에 조경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잔디밭을 조성하고 인공폭포를 만들고 나무를 심고 조각품을 배치하고 있다.

그는 평생의 꿈인 아름다운 베이커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일만 하지 말고 노년에 좀 쉬면서 살아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일중독이었다.

 

“그래그래. 지금 하는 일만 끝나면 해변에 빌라를 얻어 빈둥거리며 지내던가 크루즈를 타고 돈을 펑펑 쓰면서 세계일주를 할거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일만하다가 저 세상으로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가 바닷가 빌라에서 산다든가 세계일주 크루즈를 하면 행복해 지는 것일까.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중에 노년의 희망사항이 나오는 부분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는 선명한 노을이 지는 에게해의 해변에서 칵테일을 옆에 놓고 수영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물의 흐름에 온몸을 맡기면서 배영을 하면 푸른 하늘을 나는 새 같은 느낌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노년에 책을 읽고 첼로와 그리스어를 배우고 싶다고도 했다.

 

그런 게 행복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키는 지중해에 있는 섬의 빌라에서도 그의 본업인 글을 쓰고 있었다. 쉬지 않고 자기 일에 몰입했던 건 아닐까.

 

세계일주 쿠르주 선을 탄 적이 있었다. 천국을 그 배 안에 실현 시킨 것 같았다. 최고의 요리들이 뷔페에 쌓여있고 매일 댄스파티와 화려한 공연들이 펼쳐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먹고 마시고 즐기면 된다.

 

이주일쯤 지나자 사람들은 몸을 뒤틀면서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화려한 쇼 공연이나 댄스파티도 심드렁해진 것 같았다. 승객들이 배의 구석구석에서 뭔가 하는 것 같았다. 중년의 백인 여성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자기는 런던에서 평생 교사로 지냈는데 자기에게 셰익스피어를 공부해 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을 모아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자기가 평생 하던 일로 돌아가고 싶은 것 같았다. 배 안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 지고 있었다. 스케치북과 수채화 연필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라도 잡아서 몰입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칠십대쯤으로 보이는 한 영국 노인은 배의 구석진 곳에 앉아서 앞에 둥근 테에 끼워진 천을 놓고 십자수를 놓는데 몰입하고 있었다.

 

배에서 한국인 재벌 이세를 우연히 보게 됐다. 그는 미녀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위스키나 브랜디에 절어 있었다. 배가 도시에 정박하면 그는 여자와 함께 세계 최고급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명품쇼핑을 하고 배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에게 그런 것들은 더 이상 쾌락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항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일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따금씩 ‘내가 뭘 하고 있지?’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난 얼마나 행복하지?’하고 확인해 보곤 한다. 자기가 좋아 하는 분야에 푹 빠진 채 평생을 사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게 아닐까.

 

내가 아는 화가가 있다. 그는 직업이 화가이고 취미가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그는 손이 가만히 있었던 적이 없다고 했다. 끊임없이 드로잉 연습을 했다. 밖에 있는 자기의 화실에서 대작을 그리고 밤에는 자기의 작은 방에서 소품을 만들었다.

화가로서 존재하는 것 그리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 그의 행복인 것 같았다. 구도자의 모습 같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재미없고 단순한 인생일지 몰라도 본인은 늘 충만한 행복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닷가 해변을 산책할 때면 종종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을 본다. 파도가 밀려오면 그 모래성은 사라진다. 그래도 아이들은 정신없이 모래성을 쌓아 올린다. 그 과정의 몰입이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

 

어른들도 아이들 같이 일이라는 행복한 장난을 한다. 뒤늦게 목공기술을 배워 의자를 만드는 영화감독을 봤다.

손가락을 다쳐도 그는 행복해 했다. 가구를 만들거나 글을 짓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하거나 뭔가를 만드는 건 성취감과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서 거기에 몰입할 수 있을 때 행복해 지는 것 같다.

 

너무 무리한 목표를 잡지도 말고 너무 쉬운 일을 고르지도 말고 적당히 어려운 일을 잡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

'좋은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엔 이런 편지를 받고 싶다  (0) 2016.10.01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0) 2016.08.23
명상 말씀  (0) 2016.05.13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 이 외 수  (0) 2013.09.16
너무 어렵게 살지말자  (0) 201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