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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운탄고도 1330] 기차가 주인공인 길… 종착점은 동해 바다

白馬 2022. 9. 16. 06:10

7, 8, 9길 미니가이드
삼척시 도계읍 가로지르며 옛 탄광촌 생활 엿보기

 

운탄고도1330 8길에는 ‘마을의 신전’이라고 알려진 하고사리역이 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한국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이다.

 

운탄고도1330은 각 코스마다 다른 콘셉트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옛 탄광과 광부가 중심이고 영월과 정선, 삼척과 태백에 살았던 지역민들의 스토리가 곁가지를 이룬다. 

‘다음 코스는 어떨까?’ ‘여기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각 코스에 발을 들일 때마다 궁금증이 샘솟으며 자연스레 다음 코스로 이끈다. 4, 5길의 주인공이 광부들이었다면, 7, 8, 9길은 ‘기차’가 주요 소재다. 

자동차마저 닿기 힘든 오지를 관통하는 열차! 기관사와 역무원, 수시로 역에 드나들었던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는 것이다. 이 흥미로운 스토리는 태백시에 있는 ‘순직산업전사위령탑’에서 시작된다.

 

7길 시작점인 순직산업전사위령탑. 1975년 11월 세워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져 있다.

 

7길, “기차가 고개를 어떻게 넘었을까?” 

7길은 도계역에서 끝난다. 18.07km, 보통 걸음으로 8시간 정도 걸린다. 순직산업전사위령탑은 이 지역에서 순직한 광부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탑이다. 여기서 그동안 길을 잘 이끌어준 광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다음 코스로 떠나기에 적절하다. 탑을 지나면 길은 살짝 가팔라지면서 대조봉(1,135m)으로 이어진다. 

 

하이원 추추파크에 복원된 ‘인클라인 철도’. 경사가 급한 지역에서 열차가 어떻게 다녔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대조봉을 찾는 등산객 대부분이 정상에 오른 다음 연화산(1,171m)으로 가는데, 운탄고도길은 삼척시와 태백시의 경계를 지나 마을 아래쪽으로 난 철길을 따라간다. 여기서 통리역, 심포리역, 나한정역, 흥전역으로 이어지는 ‘스위치백’ 철길을 볼 수 있다. 스위치백 철길이 생기기 전 통리역~심포리역을 잇는 ‘인클라인 철도’가 있었다. 지금은 ‘하이원 추추파크’에서 철로를 복원해 놨다. 경사가 굉장히 급해 당시 승객들은 운행 중인 열차에서 내려 걸어서 고갯길을 오르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재미있는 철길 구간을 지나 ‘오십천’을 따라가면 ‘흥전삭도마을’을 지난다. 이곳 역시 한때 광산으로 흥했지만 지금은 당시 석탄을 나르던 ‘삭도’ 를 개조한 관광시설과 마을을 수놓은 벽화가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8길 중간에 위치한 하고사리역.

 

8길, ‘마을의 신전’ 간이역 둘러보기

도계역에서 시작해 신기역까지 철길을 따라가는 코스다. 17.7km에 이르며 5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8길에서 눈길을 끄는 건 간이역들이다. 고사리역, 하고사리역, 마차리역 등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 역들 모두 지금은 폐쇄됐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이 철로는 일제 강점기 때 석탄 채굴 목적으로 부설됐다. 그러니까 ‘자원 수탈’용으로 만들어져 철로를 지나다니는 기차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석탄이었다. 당시 하고사리역은 이 자리에 ‘도계광업소’가 만들어지는 바람에 없어졌고, 역사가 석탄채굴과 가까운 쪽으로 옮겨지면서 고사리역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역사 중 가장 작은 규모라 할 수 있는 지금의 하고사리역은 마을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후에 다시 지은 것이다. 창고 같은 이미지이지만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다. 문화재청 자료는 하고사리역을 두고 ‘마을의 강력한 신전’이라고 했다.

 

9길 끝에는 볼거리가 많다. 삼척장미공원도 그중 하나다.

 

9길, 물따라 길따라 유유자적 마무리

신기역을 떠나 동해로 접어드는 운탄고도1330의 마지막 코스, 이른바 ‘바다에 이르는 길’이다. 삼척항을 지나 ‘소망의 탑’까지 이어진 길은 약 25km, 보통 걸음으로 8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꽤 긴 코스다. 

 

오십천 따라서 9길을 걷다보면 절벽 위에 솟은 누각, 죽서루를 볼 수 있다. 보물 제213호로 고려시대 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9길의 하이라이트는 오십천이다. 물을 따라 걸으면서 그간 걸어왔던 길을 되새김할 수 있는 구간이다. 오십천의 협곡이 끝날 때 즈음 ‘죽서루’가 나온다. 여기서 운탄고도1330을 마무리하기에 딱이다. 주변 경치가 좋기 때문이다. 죽서루는 송강 정철(1536~1593)이 지은 <관동별곡>에 소개된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로 절벽 위에 솟은 누각과 주변에 늘어선 송림, 뒤쪽의 태백산지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죽서루에서 삼척항과 소망의 탑이 지척이다. 소망의 탑은 2000년 삼척시에서 세운 것으로 새로운 천 년의 시작을 기념한다. 탑 아래 여러 사람의 타임캡슐이 묻혀 있는데, 운탄고도1330을 무사히 마쳤다면 여기에 소망을 적어 묻어놓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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