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명상을 좀 길게 한 날이나 특별한 주제를 의미 있게 성찰한 날에는 보통 명상일지(瞑想日誌)를 쓴다. 옛날에 써놓았던 명상일지를 읽으면, 그때의 감정과 깨달음이 되살아나 새로운 감동과 기쁨을 느낀다.
명상일지의 어떤 내용은 내가 써놓고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이게 내가 쓴 것이 맞나?’ 싶은 것도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신선하고 깊은 깨달음의 내용이면, 그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감동과 깨달음을 다시 얻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명상을 수련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명상일지와 명상시(瞑想詩)를 써보라고 권고하곤 한다.
명상시(瞑想詩)라고 해서 일반 시(詩)와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다만 명상 중에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 느낌, 그림, 깨달음 등을 시 형태의 글로 옮겨 놓은 것을 나는 명상시라고 부를 뿐이다.
나는 명상시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좀처럼 고쳐 쓰지 않는다. 명상 중에 떠오른 생각을 그냥 글로 옮겨 놓기 때문에 시의 문장이 화려하지도 않고 때로는 투박하기까지 하지만, 내용은 진실 되고 삶의 의미가 배어 있다.
아래에 <그리움>이란 제목을 붙인 명상시를 하나 소개한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있다.
깊은 밤
나는 잠 못 이루며 뜰을 서성이고 있다.
나도 모르는 그가 나를 흔들어
그리움에 목이 타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그리움의 정체를 모른다.
그러나 나를 흔들어 잠 못 들며 서성이게 하는
그이에 대한 그리움인 것만은 확실하다.
시편의 노래처럼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같이
내 영혼은 그를 찾아 목이 마르다.
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를 흔들어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목마르게 하는
당신은 과연 누구십니까?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은, 인간은 중년기 이전에는 관심의 에너지가 외부를 향해 흐르지만, 중년기 이후에는 관심의 에너지가 내면을 향해 흐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중년기 이전에는 좋은 직장을 얻는 것,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 등 관심의 에너지가 온통 외부를 향해 있지만, 중년기 이후에는, 나는 누구인가, 삶이란 무엇이며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등등의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도 언제부터인가 절대자인 하느님을 만나 이런 질문들을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성직자이지만 신(神)은 언제나 저만큼 멀리 떨어져 있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 이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함은 깊어져 갔고, 손에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은 커져만 갔다. 이것은 실존적 목마름이고, 인간의 근원적 고독의 외로움이다.
이 시는 그런 안타까움으로 잠 못 이루며 서성이는 내 모습을 표현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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