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반응 않고 지혜롭게 대응하기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엄마의 뱃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다가 어느 날, 탄생이라는 여행을 하게 되는데, 엄마의 좁은 질을 빠져나오느라고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엄마의 몸 밖으로 나와 보니 다른 존재가 자기를 만지고, 이전과는 다른 온도며, 빛, 그리고 소리를 듣게 된다. 이런 모든 것이 아기에게는 스트레스다.
이런 스트레스는 우리가 숨을 멈추는 그 순간까지 피할 수 없다.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공부를 잘 해야 하는 공부의 경쟁, 좀 더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입학의 경쟁, 좀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는 취업의 경쟁, 좀 더 좋은 집과 많은 것을 가져야 하는 소유의 경쟁 등, 이 모든 것이 다 스트레스다.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독감 백신을 맞고 죽었다는 사람들이 속출하니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나 맞지 않아야 하나 갈등이 생긴다. 코로나19로 친구도 잘 만나지 못하고, 모임도 하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다 스트레스다.
나쁜 일뿐만 아니라 좋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를 들어, 행복한 결혼을 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 결혼 예물이며 폐백, 그리고 신혼여행 장소를 정하면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 결혼해본 사람들은 다 공감할 것이다.
그러면 스트레스는 다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적당한 열등감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 동기를 부여하고, 우리의 삶을 한 단계 위로 성장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기타줄과도 같다. 기타 줄이 너무 느슨하면 적절한 소리를 낼 수 없어 리듬을 만들지 못하므로 줄을 당겨 조율해야 하는데, 그러나 줄을 너무 세게 당기면 줄이 끊어지기 때문에 적당한 조율의 기술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우리의 삶을 좀 더 활기차고, 좀 더 풍성한 것으로 만들지만, 그 경계를 넘어 서는 심한 스트레스는 우리의 삶을 파괴시킨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는 보통 경계를 넘어 서는 심한 스트레스를 말한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스트레스도 심한 스트레스를 말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작은 에이즈(AIDS)’라고 불릴 만큼 우리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면역력이 약화된 우리의 신체는 자연히 각종 질병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암의 발생도 면역력의 약화가 하나의 원인이라면 암도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로 생기는 감정을 억압하여 만성화되면 불안, 심장병, 고혈압, 만성 두통, 수면장애, 소화 장애 등의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차선책은 스트레스에 반응(reaction)하지 말고 대응(response)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반응한다고 하는 것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즉 자동항법 장치처럼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입력된 자동항법 장치는 분노하고, 신경질과 짜증을 내고, 인내심을 잃고 안절부절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응한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일어나는 순간에 스트레스의 내용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감정과 충동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떨어져서 그것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명상에서는 이것을’ 마음챙김’ 혹은 ‘알아차림’이라고 한다. 스트레스에 반응하지 않고 대응하는 훈련을 위한 최상의 방법은 ‘명상’이다.
스트레스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을 지켜보면서, “이게 과연 이렇게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인가?" 혹은 “이미 일어난 일이야. 이쯤에서 내려놓자" 하고 마음챙김 하여 내려놓을 때마다 내적 평화와 수용과 마음의 개방은 점차 발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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