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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주산지' 300년 된 수중 왕버들 호숫가와 어우러져

by 白馬 2007. 11. 7.

       '주산지' 300년 된 수중 왕버들 호숫가와 어우러져

    물속에 잠긴 왕버들로 유명한 주산지(注山池)는 국내 물안개 감상의 대명사격이다. 가을이 내려앉은 주산지는 이즈음 알록달록 오색단풍이 녹아내려 형형색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황홀경을 담아낸다. 특히 이른 아침 물안개라도 피어오르는 날이면 신비감은 절정에 이른다.

    주산지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풍광을 선보이는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봄이면 연초록의 왕버들이 물그림자를 그려내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청징한 느낌을 더한다. 또 가을이면 다양한 수종의 화려한 단풍이 화사한 산 그림자를 투영하고, 겨울에는 부드러운 듯 소담스런 눈꽃이 순백의 설경을 그려낸다.

    그중 백미는 가을 절경. 왕버들을 감싸며 살포시 피어오른 물안개가 신비감을 더하는 만추의 풍광이 압권이다.

    이즈음 주산지는 물안개를 감상하려는 인파로 새벽부터 부산하다. 특히 단풍시즌(올해 기준 10월25일~11월7일)이면 새벽 3시부터 주요 감상 포인트는 부지런한 출사객들로 '포토라인'이 형성된다. 지난 주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사진작가, 사진 동호회원, 일반 관광객이 설치해둔 삼각대 등으로 경관 좋은 호반은 새벽 3~4시를 넘기며 일찌감치 만원사례를 빚었다. 그 열기가 연말-연시 해넘이-해돋이 구경 못지않다.

    주산지 물안개 구경은 출발부터가 운치 있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달빛을 따라 호젓한 비포장 길을 걷는 것도 색다른 감흥이다. 문득 그 옛날 밤길을 떠나는 봇짐장수가 이랬을까 하는 생각도 떠올려 진다. 800여m 쯤을 오르자 큼직한 제방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를 살짝 비켜나자 달빛 담은 호반이 어슴프레 윤곽을 드러낸다.

    주산지 물안개 감상의 최적 포인트는 300년 수령의 수중 왕버들이 서 있는 곳으로, 산책로 왼편 끝자락이다. 이곳에서는 왕버들과 단풍이 곱게 물든 산자락을 한 앵글에 담을 수 있는가 하면 툭 트인 호반도 함께 넣을 수 있다.

    새벽 3시10분. 이미 삼각대를 설치해두고 서성이는 사진작가 몇몇이 보인다. 두런두런 들리는 억양만으로도 전국 각지에서 찾았음을 알 수 있다. .

    제법 매서운 새벽 호수바람에 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물에 잠긴 왕버들 주변에 산 그림자가 아스라이 내려앉고, 어둑한 공간에 적막감과 평온함이 밀려온다. 잠시 지난 세월을 반추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다.

    밤하늘과 수많은 별을 담고 있던 주산지는 어슴푸레 날이 밝을 즈음부터 서서히 변해간다.

    6시를 넘기며 호수의 윤곽이 또렷해지자 물가 군데군데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30여 그루의 능수-왕버들이 새벽 물안개와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나무와 단풍, 물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경은 차라리 선계를 담아내는 한 폭의 수채화에 다름없다.

    물안개를 뚫고 홀연히 그 자태를 드러내는 왕버들과 단풍으로 붉게 물든 주변 풍광에 곳곳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물안개 이상으로 물속에 뿌리를 수백년씩 내리고 서 있는 왕버들의 생명력도 신비롭다.

    가을빛 풀어낸 수면 위를 이리저리 뒤덮는 물안개의 군무는 오전 8~9시 까지 이어진다.

    자연의 신비를 담고 있는 주산지는 주왕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아담한 저수지이다. 주산지는 조선 숙종(1720년) 때 인근 이전 마을의 가뭄 해소를 위해 둑을 쌓았다. 지금껏 단 한 차례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았을 만큼 수량도 풍부해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봄-가을에 감사의 고사를 지내고 있다.

    궁벽한 산골의 호젓한 저수지가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되면서부터다. 산과 하늘을 투명하게 담아낸 호수와 그 물 속에 잠긴 왕버들의 자태로 일약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