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발 가격 혁명

자체 브랜드 품질 높여 40% 싸게 이마트발 가격 혁명

 

6개브랜드 3000여 품목 제조업체와 본격 경쟁
해외 직접구매도 늘려 2010년까지 1조원으로

 

마트에서 코카콜라(1.8ℓ, 1370원) 옆에 이마트 콜라(1.5ℓ, 790원)가 있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새로 나온 이마트 콜라는 해태음료를 제조사로 두고 있으며, 전 세계 월마트 콜라 브랜드에도 납품하고 있는 코트사(社) 원액을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농심 신라면(120g×5, 2600원) 코너 옆에 이마트 자체 브랜드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120g×5, 2340원)’이 진열돼 있고,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2160g, 1만9400원)와 이마트 모카믹스(2160g, 1만5890원)가 경쟁을 벌인다면?

전국 107개 점포를 운영 중인 신세계 이마트 매장이 ‘가격을 떨어뜨린’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상품 위주로 바뀐다. 이마트는 18일부터 CJ·농심·동서식품·동원 등 기존 제조회사 브랜드 중심의 상품 운영에서 ‘자체 브랜드’ 중심 전략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자체 브랜드 상품을 동일 상품군(群) 1위 브랜드 상품과 나란히 진열하고 소비자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밝힌 자체 브랜드 상품의 가격은 기존 상품보다 20~40% 싸다.

이마트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가리켜 ‘한국의 가격혁명 1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한국의 물가가 뉴욕, 도쿄 등에 비해 너무 높기 때문에 유통업체가 주도적으로 가격 혁명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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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바뀌나

예전 이마트에도 자체 브랜드 상품은 있었다. 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싸구려라는 인식 때문에 ‘구색 맞추기’ 성격이 짙었다는 설명이다. 기존 제품 대신 이번에 선보인 자체 브랜드 상품들로 시장 점유율 1위 제조업체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내용을 보면 새롭게 출범한 브랜드는 6개로 구성돼 있다. fresh(프레쉬), BESTSELECT(베스트셀렉트), E·MART(이마트), happy choice(해피쵸이스), loving home(러빙홈), Plusmate(플러스메이트) 등이며, 약 3000여 품목에 이른다. 초저가 상품을 일컫는 해피쵸이스를 제외하면 기존 1위 상품과 품질에서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관련 시장 점유율 2위 이하 업체들이다. 이마트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의 경우 삼양에서, 이마트 모카믹스는 쟈뎅에서 각각 공급 받는다.

자체 브랜드 확장을 위해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구해오는 해외 직소싱(sourcing) 물량도 늘어난다. 올해 1000억원에서 2010년에는 10배에 이르는 1조원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 소싱 상품과 PL상품과 같은 신규 상품개발 등을 전담할 ‘신상품개발본부’를 새로 조직하고 부사장급이 조직을 담당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선진국에서는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가 매장을 장악

이마트의 정책 변화에 대해 업계에서는 품목별로 시장을 장악한 제조업체와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농심·동원·CJ 등 식품 대기업들은 이마트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대해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유통업체의 힘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나 테스코는 자체 브랜드 매출 비중이 40~50%에 달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9.7%(10조원)에서 2010년 23%(2조4000억원), 2012년 25%, 2017년에는 최대 3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신세계 이마트 부문 이경상 대표는 “원가구조 개선, 산지 직거래 및 해외소싱의 확대 등을 통해 소비자 가격을 떨어뜨리는 등 상품 가격을 리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PL(Private Label, 자체 브랜드)상품

PB(Private Brand)상품이라고도 한다.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기획 개발해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협력 제조회사와 계약을 맺고 물건을 공급 받는다. 매장에서는 유통업체 브랜드를 달고 팔린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방식으로 영국의 막스앤스펜서의 경우 자체 브랜드 비중이 10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