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춘양장에 이르는 보부상 대장정의 대미
- 첫째 고개 첫사랑을 못 잊어서 울고 넘던 아리랑고개 꼬불꼬불, 둘째 고개 둘도 없는 님을 두고, 셋째 고개 셋방살이 삼 년만에 보따리 싸고 넘던 고개, 넷째 고개 네가 네가 내 간장을 애태우고 스리살살 넘던 고개, 다섯째 고개 다홍치마 첫날밤에 방구 끼고 넘던 고개. 꼬불꼬불 한 많은 인생을 노래하는 아홉 낭군을 모셨던 백두대간 상의 구부시령(九夫侍嶺)과 유사한 산.
- ▲ 아홉사리봉 정상. 숲 사이로 형제봉, 왕두산, 각화산과 왼쪽 끝으로 백두대간 상의 구룡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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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닷가 부구(현 덕구)에서 보부상들이 바지게에 소금 해산물 등을 짊어지고 내륙의 춘양땅을 향하여 십이령인 바릿재~새재~느삼밭재~저진치~한나무재~넓재~고채비재~멧재~배나들재를 지나 노루재나 살피재, 또는 아홉사리재를 넘으면 춘양장에 이르게 되는, 힘들고 험난했던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하였던 산이 아홉사리봉(742.3m)인 것이다.
경북 최북단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경계 오지에 위치한 아홉사리봉. 산행들머리는 소천면 현동리 소천으로 택했다. 동행은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이영숙씨. 현동주유소 삼거리에서 춘양 방면의 국도를 따라 소천중고교와 노인회관 앞에 이르니 구 노루재길과 신 노루재터널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오른쪽의 옛날 노루재 길로 들어서자 이내 노루재길과 시동리 시라리골이 갈리는 삼거리다.
시라리골로 오르내리는 원점회귀형 산행
- ▲ 시라리골 입구의 농산물 판매 원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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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른편 시라리골로 드니 방금 시끄럽던 자동차 소음이 조용하다. 한갓진 산모퉁이를 돌아들자 농가가 나타나고, 또 한 번 모퉁이를 돌자 왼편 소나무 언덕 돌담을 에두른 성황당이 어설프고, 길게 뻗어오른 시라리골이 한눈에 잘 든다. 새마을공동농기계 보관창고 앞도 지난다. 수량이 많지 않은 개울에는 버들치들이 사람 그림자에 바쁘게 바위틈을 오간다. 성황당에서 마을길로 약 20분 소요에 숯검뎅이 아죽아죽 붙은 가마솥 3기가 쪼로리 앉아있는 김두용씨 농가 마당 사거리다.
오른쪽은 절골, 직진은 하산길로 생각해 놓은 살피재, 산행은 왼편 아홉사리골로 방향을 틀어 올린다. 경운기 길이다. 경운기 바퀴가 헛돌며 튀긴 돌들이 너저분하다. 뒤를 돌아보니 절골쪽 산사면 솔밭 일부가 까맣게 그슬려있다. 3개월 전쯤 절골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72세)이 감자를 심으려고 밭둑에 불을 놓은 것이 산으로 옮겨 붙었으나 다행히 신고가 빨라 산불은 일찍 진화되었으나 불행하게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당황한 나머지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그만 불에 타 사망하고 말았다.
- ▲ 아홉사리재에서 정상으로 향하다가 만난 복사꽃 길.
- 구부야 구부야 갈지자를 쓰는 길옆 숲에는 분홍색 꽃을 피운 줄딸기가 뒤웅박치고, 흰 도포자락 펄럭이는 조팝나무와 귀룽나무 꽃은 역광에 눈이 부시다. 아홉사리골로 들어선 지 약 25분 소요에 시야가 확 트이는 분지에 이르니 건너편 밭머리에 컨테이너가 보이는 삼거리다. ‘현동간’ 전봇대를 따라 오른편 수렛길로 간다.
널푸레한 당귀밭에서 알싸한 당귀향이 실바람 타고 콧등에 와 앉는다. 버드나무가 유난히 많은 마사토 평지길이다. 이곳 꿈속 같은 분지 속에도 옛날 여러 집들이 모여 살갑게 살았었는데, 지금은 인간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무인지경이다. 분지 속 삼거리를 뒤로한 지 약 15분쯤에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들이 곧추선 주능선 안부 아홉사리재다. 얼핏 보면 삼거리인데 자세히 보니 사거리다. 현동간 86. L53, L14, L15호 전봇대도 서있다. 고개 아래 어로말에서 시원한 바람이 몰려오고 갈방산, 감의산, 월암산, 풍악산들이 이쪽을 보고 있다.
아홉사리봉으로 가는 길은 L16호 전봇대가 있는 오른쪽 수렛길이다. 콧노래 절로 나는 산사면 마사토길로 모롱이를 휑하니 돌아가려니 갑자기 시멘트포장길이 나타난다. 무릎이 앞가슴에 닿을 정도의 된비알을 올라치자 다시 평탄한 비포장길이다. 아홉사리재에서 15분 거리다. 여기서 지금까지 줄곧 따르던 수렛길을 버리고 오른쪽 소나무와 자작나무사이로 올려다보이는 능선으로 올라선다. 숲속을 더터 약 10분 소요에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들의 멋진 위용에 입을 벌리는 주능선이다.
- ▲ 주능선에 군락을 이룬 금강소나무숲.
- 왼편 주능선을 따라간다. 갈비 위로 온통 애기나리가 지천이고 춘양목, 황장목이라고 하는 금강소나무들은 모두 송진채취당한 흉측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첫번째 만나는 봉에 닿아 무심코 삼각점이 있었거니 훑어봐도 없다. 두번째 봉에도 하늘을 덮은 소나무뿐 측량점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야 지형도를 눈여겨보니 서쪽으로 살짝 비켜 내린 능선에 흉고 둘레 210cm 크기의 소나무들이 베어 제킨 곳에 삼각점(2004 재설. 춘양 421)이 있는 아홉사리봉 정상이다.
- ▲ [위]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한 흔적. [아래] 살피재의 폐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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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멧토끼 배설물이 즐비하고 이른 봄 애호랑나비는 짝찾기에 바쁘다. 북으로 소로리가 내려다뵌다. 건너편에는 각화산, 왕두산, 형제봉, 청옥산이 가깝고, 백두대간 상의 구룡산도 시야에 든다.
하산은 조금 전 동쪽으로 5분 거리에 삼각점을 찾던 두번째 봉에 이른 후 북북동 능선을 따라 살피재로 향한다. 노린내가 진하게 풍기는 오소리굴도, 멧토끼 집도 보인다.
소나무뿐인 능선을 45분 내려서자 황매화, 무궁화나무, 배나무가 주인 잃은 폐가를 지키고 있는 살피재다.
움푹 파인 살피재에서 동으로 산행들머리 시라리골로 내려서서 외딴 농가 앞을 지나 25분여에 야광나무꽃 산들어지는 아홉사리골 입구 사거리다.
/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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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현동 버스정류소~(50분)~시라리골 사거리~(40분)~아홉사리재~(50분)~정상~(45분)~살피재~(25분)~시라리골 사거리~(50분)~현동 버스정류소 <4시간20분 소요>
현동 버스정류소(054-672-7622)에서 봉화·영주·대구 방면 버스가 1일 13회(08:00, 19:30, 10:35, 11:20, 11:40, 12:35, 13:40, 15:40, 17:40, 17:50, 18:35, 19:20, 21:10) 있다.
현동에 서울행 버스는 1일 2회(08:25, 15:10), 태백행 버스는 1일 11회(09:00, 09:35, 11:55, 12:45, 14:05, 15:45, 16:55, 17:40, 18:40, 20:15, 22:30) 운행.
시내버스는 현동에서 춘양행(08:00, 15:00), 남회룡행(13:20, 18:00), 임기행(14:40, 18:30)이 있다. 요금 춘양 1,400원, 영주 9,500원, 대전 22,600원, 대구 14,100원, 태백 5,100원, 울진 7,200원.
마을버스는 현동~시라리골 왕복 하루 2회(08:30, 13:30).
소천 개인택시 672-7676, 011-501-7676.
숙식(지역번호 054)
현동기사식당(672-7677), 금강식당(672-7555), 삼강식당(672-7479), 삼강여관(672-7314), 금강여인숙(672-4023), 명산랜드(673-9966, 672-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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