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호 뱃길로 다녀오는 길 트여
- ▲ 깃대봉 서쪽 조망. 청평호, 북한강, 홍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평호 왼쪽은 뾰루봉, 오른쪽은 호명산이다. 멀리 깃대봉, 천마산, 축령산, 운악산 명지산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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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락산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강원도 홍천군 서면 경계인 널미재 북쪽에 자리한 산이다. 널미재에서 북으로 뻗은 장락산 능선은 약 7km 거리인 왕터산에 이르러 여맥을 홍천강에 가라앉힌다.
장락산 산행은 널미재를 기점으로 정상~깃대봉~화채봉을 지난 삼거리에서 서쪽 앞버덩골을 경유해 홍천강변 이지펜션 나루터로 하산하는 코스가 정석이다.
이지펜션 나루터에서 남쪽 비좁은 길을 따라 약 1.5km 거리인 미사2리 새마을회관 종점까지 걸어 나와야 한다. 하산 후 지친 상태에서 뙤약볕을 쪼이며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을 1.5km 가량 걸어 나온다는 것은 번거롭고 짜증나는 일이다.
버스를 대절하는 안내등산의 경우에도 미사2리 새마을회관 버스종점까지만 운행이 가능하다. 이후로는 승용차도 교행이 안 될 정도로 비좁은 길이다. 미사리에서도 오후 5시30분 버스가 설악행 막차이기 때문에 귀경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정상과 깃대봉 사이 이정표 삼거리에서 장락분교로 하산하는 경우가 많다.
- ▲ [위] 앞버덩 이지펜션 앞에 접안된 청평페리호에 오르고 있는 등산인들. [가운데] 양진나루로 향하는 선상에서 뒤돌아본 장락산. 앞 왼쪽은 장락산 뱃길 코스를 개발한 권택운 동서남북산악회 고문. [아래] 널미재에서 산행준비 중인 등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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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불편한 귀경길을 시원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생겼다. 이지펜션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청평댐과 가까운 양진나루로 나오는 것이다.
배를 타고 나오는 동안 홍천강~북한강~청평호 물살을 가르며 1시간 가까이 선상에서 장락산을 뒤돌아보게 된다. 여기에다 뱃길 양쪽으로 펼쳐지는 강과 호반을 에워싼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경관들을 눈요기하는 즐거움이 따른다. 이 코스는 최근 동서남북산악회(회장 백승노) 회원들이 개발했다.
널미재에서 장락산 오름길은 두 곳이 있다. 고갯마루에서 동쪽 홍천땅으로 약 40m 거리에 있는 ‘널미재’ 비석 뒤편 미루나무숲으로 들어가는 길과, 널미재 오르기 전 방일해장국 동쪽 40m 거리 푯말(↑장락산 정상 3.50km)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두 길은 10분 거리 푯말 삼거리(←하산 0.50km, 장락산 3.00km→ 푯말)에서 만난다. 이어 능선길로 35분 가량 오르면 삼각점(용두 21)이 있는 지형 도상 장락산 정상(627.3m봉)에 닿는다. 이 봉우리는 주변이 숲으로 에워싸여 전혀 조망이 안 된다.
- ▲ 취재산행을 함께한 동서남북산악회원들이 장락산 정상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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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3m봉에서 25분 더 가면 실제 정상인 635m봉에 닿는다. 실제 정상에는 가평군에서 정상비석을 세워 놓았다. 이곳 또한 사방이 나무들로 에워싸여 조망이 안 된다. 정상비석 옆에 서서 기념사진이나 찍는 장소에 불과하다.
이어 북릉으로 들어서서 1시간 거리에 이르면 미사리 방면 길이 있는 안부 삼거리에 닿는다. 가평군에서 세운 푯말(↑왕터산 4.35km, 장락산 2.40km↓)과 미사리 주민들이 세운 푯말(←미사리 2km)이 있다.
- ▲ 깃대봉에서 남으로 본 왕터산 정상. 왼쪽 멀리는 용문산, 오른쪽은 유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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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북릉을 타고 25분 가면 깃대봉(삼각점 용두 303)에 오른다. 여기 정상에서도 조망은 괜찮지만, 북쪽 30m 거리 전망바위로 나서면 더욱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남으로는 장락산 정상 뒤로 용문산이 보인다. 정상 오른쪽 뒤 멀리로는 어비산 유명산 화야산, 남서쪽으로는 곡달산이 눈에 와 닿는다.
서쪽으로는 북한강과 청평호 건너로 뾰루봉과 호명산이 조망된다. 그 뒤로는 깃대봉과 축령산이, 북서로는 칼봉 약수봉 매봉 연인산 운악산이 보인다. 북으로는 홍천강 건너로 가평읍과 함께 명지산 화악산 응봉 등 이 하늘금을 이룬다.
깃대봉 전망바위를 뒤로하고 20분 가면 화채봉에 닿는다. 암봉인 화채봉도 깃대봉 못지않은 조망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서쪽 아래 미사2리가 샅샅이 조망된다. 미사리 뒤로는 남이섬에서 흘러오는 북한강과 합수되는 홍천강 풍광이 한 폭 그림처럼 펼쳐진다.
하산 길은 오른쪽(북동쪽) 길이다. 왼쪽 길은 절벽을 통과하므로 매우 위험하다. 오른쪽 급사면을 10분 내려서면 삼거리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서쪽 계곡길은 앞버덩골을 경유해 이지펜션으로 이어진다. 귀경길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 이곳에서 하산한다.
- ▲ 왕터산 정상 푯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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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터산은 안부에서 계속 북쪽 능선을 탄다. 7~8분 거리인 416m봉을 넘어 5분 내려가면 서쪽 도장골 방면 길과 만나는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암릉길로 5분 오르면 남쪽 화채봉과 서북쪽 홍천강이 조망되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바위를 뒤로하고 5~6분 더 오르면 왕터산 정상(↓왕터산 6.75km, 도장골 2.60km↑ 푯말)이다. 정상에서는 전혀 조망이 안 된다. 정상에서 도장골 화살표 방면(북쪽)으로는 방향도 틀리고 길도 없다. 북동쪽 마곡리 떼내 마을 방면으로만 산길이 있다.
하산은 다시 남쪽 안부로 되내려와(7분 소요) 서쪽 지능선을 타고 내린다. 3~4분 내려오면 285m봉 직전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왼쪽은 앞버덩골~이지펜션으로, 오른쪽 길은 도장골로 가는 길이다. 도장골 방면 길이 호젓하고 운치 있다.
- ▲ 아직 등산인들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태고적 자연이 살아 있는 도장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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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적 자연미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도장골 계곡길로 30분 내려오면 오래된 기와집에 닿는다. 기와집 옆에는 도자기를 굽던 가마터가 남아 있다. 이 도자기터 때문에 이 골짜기 이름이 도자기골로 불리었는데, 도장골로 잘못 전해진 것이다.
일명 도장골 할머니집으로 불리는 기와집은 미사리에서 들어오는 승용차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도장골 할머니집에서 남쪽 강변길로 15분 나오면(약 0.7km) 이지펜션이다.
널미재를 출발하여 정상~깃대봉~화채봉~왕터산~도장골을 경유해 이지펜션으로 내려서는 산행거리는 약 10km로, 6시간30분 안팎이 소요된다.
/ 글·사진 박영래 객원기자
- 왕터산 도장골 산 증인 우귀예 할머니
- ▲ 청평페리호 선장 할머니이신 왕터산 도장골 산 증인 우귀예(87) 할머니(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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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골 우귀예(87) 할머니는 60여 년 전 미사리 끝 마을인 도장골 입구 강변에 정착한 분이다. 당시에는 왕터산 자락과 도장골 주변에는 화전민 몇 가구만 살았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4남매를 낳아 키웠다.
60년 전 이곳에 사발을 굽는 가마터가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신 할머니께 “어떻게 60대로 보입니까?”라고 묻자 “시집 올 때 구루무 처음이자 딱 한 번 발라본 이후 화장품이라곤 전혀 발라 본 적 없지, 그냥 강바람에다 자연 그대로 둔 얼굴이라 건강한거지”라는 말에 이어 “공기 좋은 이곳에서 아직 감기 한 번 안 걸려 본 것이 건강비결”이라고 하신다.
할머니집 앞 강변에도 나루터가 있다. 그래서 저 나루터는 왜 있느냐고 물었다. “옛날 여기는 학교가 없어 아이들이 양진초교(고성리)엘 다녔어. 배타고 다녔지. 그 때 우리 애들도 배 타고 학교를 다녔으니까 집 앞에 나루가 있는 거지. 요즘으로 치면 자가용 주차장이란 말이야” 하신다.
“양진나루에서 뜨는 청평페리호는 타 보셨어요?”라는 질문에는 “아, 그 배-. 선장 호근이가 나한테 할머니라 불러. 그 배가 본래 여기 애들 학교 갈 때 통학하는 배였어. 그런데 다 떠나고 학교 갈 애들 없어지니까 그 배를 팔더라고. 그래서 그 배를 내 둘째 아들 노한상이가 샀어. 호근이가 한상이 집안이니까 호근이가 내 조카지”라며 청평페리호의 내력을 털어 놓으신다.
노한상씨는 현재 왕터산 왕터나루 북쪽 강 건너 춘천땅인 박암리 왕터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는 집에 불상을 모시고 있는 불교신자에다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신다. 식사를 하고 가라는 고집을 뿌리치고 발길을 옮기는데 “왕터산에 등산 올 때 청평페리호 타는 거 나한테 전화해도 돼. 호근이한테 배 대라고 내가 말할께”라는 말씀이 귓전에 들려왔다.
교통
서울→설악 청량리역 앞 버스환승정류소에서 1330-5번 좌석버스 1시간 간격(06:20~22:00)으로 운행. 청평 경유. 요금 1,800원.
상봉터미널에서 1일 8회(08:00~20:05) 운행하는 유명산행, 1일 5회(06:50~19:30) 운행하는 모곡행 버스 이용. 요금 5,100원.
열차편 청량리역에서 1일 19회(06:15~22:20) 운행하는 남춘천행 하행선 이용, 청평역에서 하차. 요금 3,100원.
청평→설악 버스 수시 운행.
설악→미사리 1일 5회(08:25, 11:00, 13:05, 17:10, 19:55) 운행. 요금 1,250원. 19:30편 버스는 종점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09:00에 나감.
미사리→설악 1일 4회(09:00, 11:30, 13:30, 17:30) 운행. 설악 터미널 안내전화 031-584-7072.
청평→고성리 양진나루 버스터미널에서 1일 6회(06:30, 09:00, 11:30, 15:20, 17:30, 18:40) 운행. 요금 2,100원. 약 30분 소요.
고성리 양진나루→청평 1일 6회(07:00, 09:30, 12:00, 15:50, 18:00, 19:10) 운행. 청평 시내버스 안내전화 031-585-7242(진흥고속).
양진나루→왕터나루 청평페리호 출항시간 일요일·휴일 1일 2회(10:00, 12:30). 배삯 어른 왕복 9,000원. 어린이 4,500원. 1시간20분 소요. 평일 15인 이상 예약시 수시 운항.
왕터산 아래 나루터로 하산, 배를 타고 양진나루로 나오는 경우 반드시 청평페리호 선장과 예약되어 있어야 한다. 15인 이상이면 양진나루에서 왕터산 아래 나루터들로 배로 들어가 산행을 즐기고, 다시 나루터로 하산, 배편으로 다시 양진나루도 나올 수 있다. 예약전화 박호근 선장 031-584-0232, 휴대폰 011-707-0232.
미사리 왕터산 도장골 입구 전통한옥펜션 팜카티지(0505-584-7279), 팜카티지 남쪽의 산울로수상스키(031-585-5540), 이지펜션(031-584-6775·011-302-9034), 미사2리 새마을회관 북쪽 왕터산 이정표 옆 도원펜션(585-5006) 등이 있다. 팜카티지의 경우 반드시 식사준비를 해가야 한다. 취사 가능.
유명산 방면 갈림길 왼쪽으로 있는 금강산막국수(031-585-7708), 버스터미널 맞은편 아구찜 전문 해물나라(585-8333)가 인기 있다. 3대째 영업 중인 금강산막국수에서 막국수(5,000원), 녹두지짐(6,000원), 메밀지짐(4,000원), 편육(9,000원), 김치보쌈(대 33,000원, 중 25,000원, 소 17,000원), 동동주(5,000원) 등을 판다. 널미재에서는 방일해장국(584-3116)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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