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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창 청보리밭축제

by 白馬 2007. 4. 19.

      고창 청보리밭축제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4월14일부터 5월13일까지 30일간 학원농장에서 펼쳐져
▲ 2007년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4월14일부터 5월13일까지 초록 물결 가득한 청보리밭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봄이 아주 깊었다. 성미 급한 복숭아꽃, 살구꽃은 어느새 피었다가 스러졌고, 아기 진달래는 연분홍 꽃잎을 여기저기서 터뜨리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숲은 기적처럼 아침저녁이 다르게 연둣빛으로 물들어간다. 이 즈음이면 전북 고창도 봄의 한가운데 들어서게 된다. 이 화창한 봄날에 널따란 초록 들판에서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을 만끽하고 싶다면 고창 공음면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을 거닐어보자. 때맞춰 선운산을 오르면 선운사의 붉은 늦동백도 감상할 수 있으니 참으로 행복한 봄날이 아닐 수 없다.


봄이 되면 어떤 노래가 떠오르는지. 동요 ‘고향의 봄’도 좋고, 대중가요 ‘봄날은 간다’도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어떨까.


“보리피리 불며 / 봄언덕 고향 그리워 / 피-ㄹ 닐니리 / 보리피리 불며 /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 피-ㄹ 닐니리 / 보리피리 불며 /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 피-ㄹ 닐니리 / 보리피리 불며 / 방랑의 기산화 / 눈물의 언덕을 지나 / 피-ㄹ 닐니리”


한하운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정말 옛 추억이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피어오른다. 그렇다. 보리밭! 새봄을 맞아 수많은 축제가 유혹하고 있지만, 올해는 청보리밭을 거닐며 이 노래도 불러보자. 아니면 그냥 보리피리만 불어도 좋으리라.


30여만 평의 들판을 뒤덮은 청보리밭 장관
보리는 11월 초에 파종하면 11월 말쯤에 잔디 크기로 자라난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성장을 멈추고 눈 속에서 새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겨울을 이겨낸 보리는 3월 초부터 쑥쑥 자라나는데, 4월 초에 이삭이 나오기 시작해 5월 중순까지 푸름을 자랑한다. 이어 5월 중순부터 누렇게 변하며 점차 익기 시작하고 6월 초에 수확하게 된다. 짧지 않은 보리의 일생이다.


▲ 모양성이라고도 불리는 고창읍성. 성벽을 한 바퀴 걷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고창 고인돌.

흔히 말하는 ‘청보리’는 어떤 종자가 아니라 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누렇게 익기 전까지의 푸른 색의 보리를 말한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청보리밭. 이 무렵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鶴宛農場) 청보리밭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다. 여인의 곡선을 닮은 호남땅 특유의 부드러운 구릉을 뒤덮은 청보리밭을 보는 순간 누구나 절로 감탄사를 터뜨리게 마련이다. 면적이 무려 여의도 넓이와 맞먹는 30여만 평이나 된다. 상상해보라. 여의도 전체가 청보리밭으로 뒤덮인 광경을.


학원농장은 봄엔 보리밭과 가을엔 메밀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인 농원이다. 농장을 이처럼 가꾼 주인공은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아들로서 대그룹 이사까지 지냈던 진영호씨. 그는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귀거래사’를 부르고, 1992년 낙향한 뒤 잡목만 무성했던 야산이나 불모지를 개간해 지금의 농장을 일구었다.
학원농장이 관광농장으로 인가받고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한 1994년 이전에도 보리는 많이 재배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보리는 단순 농작물이었을 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사진작가들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관광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첫 청보리축제가 열리던 2004년엔 한 달 동안 무려 20여만 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인 부안면 선운리에 세워진 미당 서정주문학관. / 고창 청보리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청보리밭 사잇길을 걷고 있다.
청보리밭 사잇길 걷기 등 다양한 체험 가능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는 2007년도 고창청보리밭 축제는 4월14일(토)부터 5월13일(일)까지 30일간 초록 물결 가득한 청보리밭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기간엔 보리밭 사잇길 걷기 체험과 보리음식 먹기 체험 등이 매일 열리며, 일요일엔 농악놀이와 창작무용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게지기, 항아리투호놀이, 윷놀이, 굴렁쇠 등의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청보리축제 기간에는 매주 토ㆍ일요일 오후 2시 공음면 청보리 축제장 특설무대에서 판소리 체험마당도 열릴 예전이다. 이 행사에는 내로라하는 명창과 고수가 출연해 흥을 돋운다.

3월 중순 현재 학원농장의 보리는 약간 어린 편이지만, 4월 첫째 주말인 7일(토)이면 보리가 30~40cm 정도 자라고 보리이삭이 나오기 직전이라 한다. 그러다 축제가 시작되는 둘째 주말인 14일에 들어서면 청보리는 아주 무성해진다. 축제기간 중에는 보리밭이 매우 번잡하니 가능하면 주중에 찾고,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찾을 거라면 오전 10시 이전에 다녀가는 게 좋다.


무엇보다 이곳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 자세한 사항은 고창군 홈페이지(www.gochang.go.kr)나 청보리축제 홈페이지(www.boribat.com)를 참조하거나 전화(063-562-9895)로 문의.


무장읍성과 고창읍성 답사도 즐거워
고창은 청보리밭을 오가는 중에 볼거리도 아주 많다. 학원농장에서 승용차로 10분쯤 달리면 무장읍성이다. 무장(茂長)은 옛날 무송현(武松縣)과 장사현(長沙縣)을 합친 지명이다. 예전엔 현(縣)이 있을 정도로 컸다는 무장 고을이건만 지금은 탐방객들이 요기할 만한 식당 하나 변변치 않을 정도로 작은 시골마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고을의 역사와 같이한 무장읍성 안에는 객사, 동헌, 진무루 같은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고, 성 주변에도 많은 유구들이 흩어져 있다. 이곳은 1894년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봉기 현장이기도 하다.
한편, 고창 읍내에 자리한 고창읍성(사적 제145호)은 조선시대인 1453년(단종 원년)에 외침을 막기 위하여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백제 때 이곳의 지명이 모양현이었던 데서 유래한 것이다.


▲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고창읍성의 봄.

고창엔 여자들이 돌을 머리에 이고 읍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죽은 후에도 길이 환히 트여 극락으로 간다는 속설이 담긴 성밟기 풍속이 전해온다. 성밟기는 4년만에 돌아오는 윤달, 그 중에서도 윤삼월에 해야 효험이 많다고 한다. 성을 다 밟은 후에는 머리에 이었던 돌을 성 입구나 안쪽에 쌓아두도록 했는데, 결국 성밟기는 해빙기에 틈이 생길 수도 있는 성벽을 보수할 때 필요한 돌을 확보하려는 데서 유래한 슬기로운 풍습인 것이다. 고창군은 판소리의 대중화와 관광 자원화를 위해 고창읍성 광장에서 판소리 체험교실도 펼치고 있다.

모양성 앞에 있는 동리 신재효 고택
성문 앞엔 조선 후기에 창극(唱劇) 발전에 공을 세운 동리(桐里) 신재효(申在孝·1812-1884)가 말년까지 살던 고택이 있다. 이곳에서 동리는 이전까지 체계 없이 불러오던 광대소리를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가루지기타령’ ‘토끼타령’ ‘적벽가’ 등 여섯 마당의 판소리로 절차를 세우고 가사를 고쳤다.
동리 고택 옆에는 동리의 사설집을 비롯해 민족 예술로 승화한 판소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판소리박물관(063-560-2761)이 있다. 신재효의 유품과 고창 지역의 명창, 판소리 자료 등 총 1,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소리마당’에는 판소리의 기원과 판소리 시연 모형, 판소리 계보 등이 전시되어 있고, ‘아니리마당’은 고창군 소개와 신재효·진채선·김소희 등 이 지역 출신 명창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사집과 국악 관련의 음반·서적 등 희귀한 전시물도 많다. 2층에는 진환의 서양화와 김옥균의 친필, 김정희의 간찰 등 8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체험방에서는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등 각종 판소리를 들으면서 북 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이외에도 고창엔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있는데, 바로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고인돌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확인된 고인돌의 수는 55,000여 기. 이 중 절반 정도인 26,000여 기가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으며, 고창의 고인돌 숫자는 2,000기가 훨씬 넘는다. 고창에서도 고인돌이 가장 밀집되어 있는 곳은 죽림리와 상갑리 주변이다.


더불어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1915-2000) 시인의 고향인 부안면 선운리도 들러보자. 이곳엔 시인의 흔적을 되살펴볼 수 있는 미당시문학관이 서있다.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자리에 세운 문학관엔 전시동, 세미나동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각각의 전시실엔 미당의 시화도자기, ‘화사집’ 원본, 육필원고, 사진일기 등 유품 15,000여 점이 잘 배치되어 있다. 여기엔 미당의 유명 시와 친일작품도 같이 걸려있다.

 

여행정보

숙박
고창 읍내나 무장면 주변엔 숙박시설이 마땅치 않다. 학원농장에서 승용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구시포 해수욕장에 하늘민박(063-561-3324), 바다민박(063-561-3323)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대부분 콘도식 민박이라 직접 취사할 수 있다. 또 민박집은 대부분 식당을 겸하고 있다. 가격은 작은 방 30,000~40,000원 선이다.


별미
학원농장(063-564-9897)의 보리밥식당에서 맛보는 보리밥이 별미다. 청보리밭에서 직접 재배한 보리를 쓴다. 인근 밭에서 난 고사리 상추 등의 나물을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 가을에 농사를 져 수확한 메밀로는 메밀국수와 메밀묵을 차린다. 보리밥 5,000원, 메밀국수 4,000원, 메밀묵 7,000원.

교통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나들목→23번 국도(대산·고창 방면)→대산면 소재지→796번 지방도→학원 농장 / 고창 나들목-(3km)→고창읍→23번 국도(영광 방면)-(15km)→대산면 사거리(우회전)→796번 지방도-(8km)→학원농장.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수도권에서 3시간30분 소요.
서울→고창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매일 40~50분 간격으로 16회(07:00~19:00) 운행. 3시간20분 소요, 요금 12,600원.
전주→고창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매일 24회(06:05~20:30) 운행. 1시간30분 소요, 요금 5,300원.
광주→고창 종합버스터미널 매일 8회(08:50~16:20)운행. 1시간40분 소요, 요금 고창 4,200원, 선운사 6,100원.
고창→청보리밭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매일 수시(06:20~21:40) 운행하는 무장행 버스 이용. 무장에서 매일 13회(06:45~20:10) 운행하는 공음 방면 군내버스 이용해 선산에서 하차. 축제장까지 도보 10분 소요. 무장에서 택시 7,000원.
*고창 시외버스정류장 063-563-3366, 3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