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같은거야?!
갑순이는 어느 날
바나나가 몹시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퇴근길에
바나나 몇 개를 사 들고 지하철 안으로 내려갔다.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무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빠-앙’ 하고 지하철이 승강장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런, 지하철이 만원이 아닌가?
‘사람들 틈에 끼여 있으면 바나나가 뭉개질 텐데?’
걱정할 틈도 없이 승강장에 줄지어 선 사람들에게
떠밀려 지하철을 타버린 갑순이.
마구 밀고 들어오는 건장한 남자들 틈으로
바나나 봉지가 사라지는 걸 필사적으로 막았다.
결국 한 개만 멀쩡하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뭉개졌다.
갑순이는 마지막 남은 바나나를 정성스레 감싸쥐고
가끔씩 잘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갈 무렵
바로 뒤에 선 남자의 콧김이
그녀의 머리와 목덜미에 닿는 것이 느껴진다.
다른 때 같았으면 매우 불쾌했을 그 숨결이
오늘은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마지막 한 개나마 잘 간수하고 있다는 것과
빨리 그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이상야릇한 흥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을 몇 군데 지나면서 긴장한 탓인지
바나나를 쥔 손에 땀이 고일 무렵
뒤에 서 있는 남자의 숨소리가 고르지 않은 게 영 이상하다.
사람들이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지하철 안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는데도
오히려 그 남자는 몸을 더욱 밀착해오는 게 아닌가.
뭔가 불길한 예감이 스치려는 순간
그 남자의 입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내뱉는 한마디.
:
:
:
:
“아가씨, 그만 놔줄 때도 됐잖아?”
:
:
: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변해갔고
결국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던진 한마디
:
:
:
:
:
“왜, 휘어진게 똑 같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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