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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순도 100%의 고독을 느끼고 싶을때

by 白馬 2007. 2. 2.

         순도 100%의 고독을 느끼고 싶을때

           글루미씨의 '나 홀로 여행'
     
    ▲ 대나무의 노래를 들어보자. 특히 눈 오는 날 찾아가면 더욱 환상적이다.
    >>전남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홀로 떠나는 여행길엔 바람이 불어주면 좋겠다. 아님 촉촉한 겨울비가 내리거나 하얀 눈발이 흩날리면 더 좋겠다. 차가운 날, 시린 마음을 안고 혼자 떠나기에 좋은 곳이 바로 전남 담양에 있는 대나무골 테마공원. 반평생을 사진기자로 지낸 후 퇴직한 주인이 30여 년간 틈틈이 가꾸어 놓은 대숲이 장관을 이룬다. 겨울에는 호젓하기 그지없다. 특히 눈 오는 날 이곳을 찾으면 금상첨화.

    대숲을 찾아가는 길목도 정겹다. 살얼음이 깔린 개울에서 동동 떠다니는 청둥오리들, 속살을 드러낸 채 층층이 펼쳐져 있는 논, 흙담 뒤에 살포시 앉아있는 오동통한 항아리들이 홀로 찾아온 여행자를 푸근하게 맞아주는 것만 같다. 3만여 평에 이르는 공원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대나무뿐. 입구에서 세 갈래 길로 나뉘지만 어느 길로 먼저 들어서건 돌고 돌아 다 만나게 된다. 길은 좁지만 평탄해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빽빽한 대숲 속은 한낮에도 참 어둡다. 여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가만히 눈을 감아보자. 도심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이곳에 있다. 바로 대나무들의 합창 소리.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댓잎들이 스치며 사각거리는 소리가 별나다. 조용한 숲 속에서 바람의 세기에 따라 때론 우렁차게 소리를 내다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이기도 한다. 지휘자는 바람이다. 눈이 내리면 눈가루 또한 바람의 세기에 맞춰 춤을 추다 사르르 내려앉는다. 그 섬세한 풍경은 홀로 음미해야 제 맛이 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대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어깨와 허리가 대나무처럼 절로 펴진다. 일부러 쓸쓸해지고 싶을 때, 쓸쓸해졌다가 조용한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주는 대숲을 걸어보자. 입장료 2000원. 오전 9시~오후 7시. (061)383-9291, www.bamboopark.co.kr
     
    ▲ '철 지난' 항구 곰소항. 쓸쓸해서 더욱 좋다.

    >>전북 부안 곰소항과 줄포자연생태공원


    오랜 시간 곰삭은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은 김장철에 북적거린다. 철 지난 지금은 그저 조용한 포구일 뿐. 변산반도 남쪽에 포근히 안긴 포구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곰소 염전에도 정적만이 감돈다. 인적 없는 소금판 위엔 새하얀 구름들만 동동 떠다닌다. 특히 눈을 흠뻑 맞은 염전, 혹은 잔뜩 흐린 날의 염전은 더욱 외로워 보인다.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려는 사람들이 포구 끝에 자리한 세 그루의 소나무 옆 벤치에 앉았다가 간다. 곰소항 옆에는 바닷가 방파제를 따라 공원 조성 공사 중이다. 파도가 출렁이듯 구불구불 이어진 산책로 사이로 망망대해를 떼 지어 헤엄치는 돌고래 조각품이 눈길을 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들도 거의 없어 고독을 질겅질겅 씹기에 그만이다. 곰소항의 별미는 젓갈백반(1인분 7000원선). 작은 종지에 담긴 젓갈이 10여 가지 정도 나온다. 한 가지씩 집어 먹는 동안 혼자서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게 된다.
    ▲ 줄포자연생태공원에 갔다면 꼭 일몰을 보고 오자.

    20여만 평에 달하는 넓은 들판에 갈대밭이 펼쳐진 줄포자연생태공원(곰소항에서 차로 15분 거리)도 혼자 찾기에 좋다. 갈대숲 보호구역에 생태공원을 조성 중인 곳으로, ‘갈대숲 10리 길’을 비롯해 야생화단지, 은행나무 숲길 등 자연의 향기를 음미하기엔 그만이다. 이곳엔 입구를 가로막으며 입장료를 받는 이도, 들고나는 시간을 간섭하는 이도 없다. 2008년 11월 완공 전까진 무료 개방이다.

    갈대 숲을 헤매다 보면 막다른 길이 나오기도 한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돌아 나오다 보면 갈대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길이 아닌 길을 가보는 것도 인생’이라고. 갈대숲 사이로 떨어지는 해가 공원을 붉게 물들이면 낮선 땅에 홀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순도 100%의 적막과 고독이 기다린다. 문의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