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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요가 깃든 순백의 설국… 눈내린 내장사

by 白馬 2007. 2. 2.

         고요가 깃든 순백의 설국… 눈내린 내장사

    눈 내린 겨울 산사의 정취는 호젓함 이상이다. 정한한 가람에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내려 앉는 날 사찰의 고적미는 최고조에 이른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대웅전 앞마당에 들어 서는 사이 어느덧 팍팍한 일상은 산문 밖 딴 세상일이고 만다.

    국내 사찰 중 설경이 아름다운 곳을 꼽자면 전북 정읍 내장사를 빼놓을 수 없다. 고요가 깃든 절집 진입로부터 원적암, 벽련암으로 이어지는 산사 트레킹 속에 설경의 진수와 마음의 평화를 함께 구할 수 있다.

     
    ▲ 내장사
    단풍보다 고운 눈꽃터널

    ▶ 빼어난 고적미 '내장사 설경'


    내장산은 단풍 못지않게 한겨울 설경도 압권이다. 특히 서래봉, 망해봉, 연지봉 등 눈 덮인 기암고봉의 절경과 어우러진 고찰 내장사의 풍광은 한 폭의 동양화에 다름없다.

    내장산 일원은 유독 눈이 많다. 때문에 겨울 가뭄으로 눈이 적은 올 겨울에도 내장사 지붕과 장독대에는 언제나 하얀 눈이 덮여 있다.

    정읍 등 주변 평야지대에 잔설이 깔리던 지난 주말 내장산엔 설국이 펼쳐졌다. 평균 기온이 평지와는 4~5도 가량 차이가 난데다 습기를 머금은 서해의 찬 공기가 내장산에 열심히 눈구름을 날라다 준 덕분이다.

    내장사 설경 감상은 내장산 국립공원 입구 '내장호' 부터 시작된다. 이른 아침 도로 옆 취수탑 언저리에 서면 순백의 세상 위로 떠오르는 해돋이와 함께 맑은 호수에 투영된 서래봉의 설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어 사찰 어귀 단풍터널이 눈꽃터널로 바뀐 진입로를 걷는 느낌도 색다르다. 평화와 고요가 깃든 포근한 눈길을 따라 산문으로 향하는 마음엔 상서로운 기운마저 전해 오는 듯 하다.

    일주문을 지나 흰눈을 이고 있는 부도탑 군락지에서 잠시 인생무상을 떠 올린 후 대웅전 마당으로 발길을 옮기자면 내장사 설경의 진수가 펼쳐진다.

    내장사 사찰 사진 촬영 담당 무각 스님에게 베스트 감상 포인트를 물었다.

    스님은 대웅전 입구에서 바라보는 서래봉을 최고의 비경으로 꼽았다. 산정이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서래봉은 그 생김새가 '써래'처럼 생겼다 해서, 그리고 서쪽에서 온 달마대사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그렇게 불려진다고 했다. 또 종무소 앞에서 대웅전과 진신사리탑을 함께 넣어 바라보는 화각, 그리고 정해루에서 대웅전 쪽을 바라보는 모습도 비경으로 추천한다.

    본래 겨울 내장사의 명물로는 사찰 뒷마당 설경 속에 걸려 있는 빨간 홍시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올 겨울은 부지런한 산새들이 모조리 쪼아 먹어 명물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아름다운 산사의 설경 감상 이면엔 스님들의 고통도 함께 따른다. 한번 눈이 내렸다 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눈을 치워야 해 '산부처'의 눈에도 눈은 지긋지긋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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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련암 설경
    3.6㎞ 겨울기행 백미

    ▶ 설경 속 내장산 트레킹


    '내장산 골짜구니 돌벼래 우에/ 불타는 가을 단풍 자랑 말아라/ 신선봉 등 너머로 눈 퍼붓는 날/ 비자림 푸른 숲이 더욱 좋구나'

    노산 이은상 선생이 노래한 겨울 내장의 풍치이다.

    대문호의 묘사처럼 내장산의 설경은 가히 압권이다.

    청정한 산 속 공기를 맡으며 걷는 일주문∼원적암~벽련암∼내장사에 이르는 3.6㎞ 트레킹 코스(1시간30분소요)는 사찰 기행의 백미이다. 특히 '뽀드득' 발끝으로부터 전해오는 경쾌한 촉감은 기분 좋은 이끌림 이상이다. 내장산의 설질은 유독 습기를 촉촉이 머금어 부드러운 감촉이 특징이다.

    원적암 가는 길은 완만한 지세로 편안한 느낌의 트레킹 코스이다. 눈꽃 터널을 따라 청정계곡수가 흘러내리고 수 백년 수령의 아름드리 비자림과 대숲의 설경, 흰눈을 이고 있는 산죽의 자태가 이어진다. 평탄했던 산길은 원적암 코밑에서 가파른 돌계단으로 변한다.

    손바닥만한 원적암은 그야말로 소담한 토굴이다. 낡은 선방과 불상을 모신 암자가 전부. 원적암 부터 벽련암을 향하는 길은 눈꽃 감상의 최적 포인트이다. 짚신 바닥에 잎을 깔았다는 신갈나무, 참나무 중 제일 졸병 급이라는 졸참나무, 떡을 싸는데 썼다는 떡갈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참나무 군락지에 하얀 눈꽃이 피어난다. 또 까치집처럼 나무에 주렁주렁 걸려 있는 겨우살이의 자태도 앙증맞다. 느릿느릿 눈꽃을 감상하다 만나게 되는 벽련암은 본래 내장사의 본찰이다. 절 앞마당이 전망 포인트로 앞으로는 신선봉과 제비봉, 뒤로는 불출봉과 서래봉 등 아홉 봉우리 기암 괴봉이 연꽃잎처럼 둘러쳐져 있다. 덕분에 이 일대 산세는 무풍지대. 그래서 눈꽃도 예쁘게 핀다.

    벽련암 설경은 눈이 막 그치고 햇살이 드리워지는 순간 가장 아름답다. 고찰 뒤로 펼쳐진 서래봉이 선경을 연출한다. 또 대웅전 앞 누각에 누워 서래봉 쪽을 바라보자면 '하늘 바다'와 같은 환상의 전경이 펼쳐진다.


    여행메모 

    ▶ 가는 길

    ◇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간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정읍 IC~정읍 시내~29번 국도 순창 방향(20분)~내장사

    ◇ 열차편: KTX 용산역~정읍역 2시간18분 소요. 정읍역~내장사 입구 시내버스 운행/ 택시 8000~9000원선. 미터요금만 받는다.

    ▶ 템플스테이= 정기적 템플스테이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룹(6~7명), 개인(1~2명) 단위 1박2일, 2박3일 정도의 사찰 체험은 가능하다. 기본 예불 등 사찰 예절과 기도, 참선 등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형태다. 내장사 홈페이지(www.naejangsa.org) 참조.(문의: 무각 스님)

    ▶ 먹을거리= 내장산 아래 국립공원 입구 상가에 산채정식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가가 즐비하다. 토박이들에게 잘 알려진 전라회관(063-538-3239)에서는 전주비빔밥(7000원), 돌솥비빔밥(8000원), 30여 가지의 각종 산나물과 불고기 등 5가지 불판이 상에 오르는 산채정식(1만5000원) 등이 유명하다.

    ▶ 여행상품= 철도전문 홍익여행사(02-717-1002)와 청송여행사(02-853-7787)에서는 내장산 눈꽃 열차여행상품을 출시했다. 당일 일정이 6만~6만8000원, 1박2일에 14만1000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