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설악산 신선대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깊고 깊어 3월이 되어도 겨울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설악.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설악에서 산악사진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아내는 건 꽤 피곤하고 어렵다. 혹독한 추위와 낮의 해 길이가 짧아서 쉽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약간의 눈이라도 내리면 수시로 입산통제를 하는 공단의 정책도 한 몫 한다.
그래서 늘 눈으로 푹 덮인 설악산 공룡능선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었다. 봄, 여름, 가을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설악을 들락거렸지만 겨울은 상기의 이유로 잘 오르지 못했다. 그러면서 1월과 2월이 속절없이 지나가고 남녘 어느 고찰에선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다가오는 봄이 반갑겠지만, 설악에선 얘기가 좀 다르다. 이는 설악산의 산불방지통제도 곧 시작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보통 공휴일을 고려해 3월 2~4일 중에 시작된다. 올해는 3월 4일이다.
아무튼 강원도 대다수의 산들은 아직 깊은 겨울. 그러다 3월의 첫날이 시작됐고, 때 이른 이상 고온으로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해발고도가 낮은 곳은 비가 오더라도 1,000m가 넘는 설악산 공룡능선에선 흰 눈으로 변해 펑펑 내릴 것이라 짐작했다.
그래서 문 닫기 직전의 설악으로 서둘러 갔다. 천불동계곡을 지나면서 내리던 빗줄기는 빗물인지 눈인지 모를 형태로 바뀌더니 급기야 양폭대피소를 지나자 확연한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다소 무리를 해 무너미고개에 이르자 내리던 비는 방앗간 백설기 가루 같은 모양의 눈으로 바뀌어 퍼부어 내렸다.
무너미고개에서 공룡능선 초입 신선대까지는 1km 남짓. 돌아갈까 말까 수많은 갈등 속에서 결국 신선대에 이르렀다. 이제 눈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 붓는다. 결국 되돌아가지도 못한 채 절벽에서 눈을 피하며 눈이 그치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눈앞에 범봉, 1275봉 봉우리 암벽에 3월 습기를 머금은 눈들이 하얗게 달라붙었다. 보기 힘든 광경이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3월 설악 공룡능선의 눈 덮인 장쾌한 장면을 담아냈다. 신선대는 산사진가들에게 설악산에서 최고로 조망이 좋은 곳으로 여겨진다. 탁 트인 설악산 공룡능선 전경을 사계절 장쾌하게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는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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