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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경상도의 숨은 명산] 저 멀리 오륙도·광안대교… 정상 밑엔 억새밭

by 白馬 2025. 2. 24.
 

부산 해운대구 장산

 

대천공원 호수에서 바라 본 장산.

 

연분홍 치마 봄바람에 휘날릴 때는 아니라도 대천공원 일대의 날씨는 봄이다. ‘봄날은 간다’ 콧노래 흥얼거리지만, 봄맞이 준비하는 나무들. 나무는 남루와 우중충한 겨울 색을 벗는다. 어수선한 시절 당하고 보니 너무 찬란해서 빛을 가리던 지난 봄날의 역설, 혼란한 시대 마음 졸이던 사람들 생각하며 걷는다. 북쪽 동해는 영하의 날씨지만 이곳은 영상 10℃, 봄이 기지개를 켜는 듯 개나리는 벌써 노란 꽃을 틔웠다. 새봄을 기다리며 오후 1시쯤 다리 밑을 지나 대천호수 옆으로 올라간다. 

장산萇山(634m)은 부산 해운대구 북쪽에 있는 신도시의 주산이다. 옛날 ‘웃뫼’라 부르면서 상산上山으로, 동래에 장산국이 있었다 해서 장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한자 장萇은 나무 이름, 풀이름의 뜻이다. 억새와도 의미가 통하는 것으로 여긴다. 조선 후기 벌목 금지를 위해 봉산封山으로 지정하고 동래부사와 경상 좌수사가 관리했다. 일반적인 등산 구간은 해운대구 대천공원 호수 옆으로 올라간다. 길이 넓고 정비가 잘돼 있다. 곰솔을 비롯한 여러 가지 나무들과 계곡, 억새, 너덜 등 볼거리가 많다. 대천공원 주차장에서 호수, 옥녀봉, 중봉, 정상, 억새밭, 너덜지대, 폭포를 거쳐 되돌아오는 데 대략 6.4km, 4시간 정도 걸린다. 등산로가 많아 자칫하면 길이 헷갈릴 수 있다. 정상 쪽은 군부대가 있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등산로 입구.

 

호수를 지나 등산로 입구(정상 3.1·중봉 2·옥녀봉 1.5km)에 서니 계곡 물소리가 겨울을 깨우며 맑게 들리고 포근한 바람에 물결도 설렌 듯. 오후 1시 20분 산마루 움푹 들어간 능선 안부鞍部에 닿는다. 사방오리·신갈·사스레피·꽝꽝·철쭉·진달래·곰솔·산벚나무를 바라보다 10분 더 올라 묘지 근처(정상 1.9·대천공원 1.3km)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만난다. “조금 더 올라가면 힘든 구간 또 있는데, 즐거워 보이네요” 한다. 우리들의 밝은 표정을 아는지 별안간 새 한 마리 포르르 날아와 수첩 위에서 펄럭거리다 금세 날아간다. 소나무 바위 지대에 오르니 날은 갑자기 흐려지면서 바람 소리 쏴쏴 들리고 오는 봄을 시샘하는지 건너편 산 너머에서 찬바람이 불어 닥친다.

중봉.

 

산·강·바다를 품은 삼포지향

오후 1시 40분 바위 지대에 오르니 땀이 흐르고 속옷은 다 젖은 듯 축축하다. 헬기 소리, 까마귀 소리 시끄럽게 들린다. 곰솔·쥐똥·상수리·사스레피·신갈나무. 곰솔 이파리는 바늘처럼 억세고 단단하게 삐쳤다. 해풍에 버티며 해안을 따라 잘 자라므로 해송海松으로 불린다. 척박하고 바닷가의 거친 바람과 염분에도 잘 견뎌 방풍림으로 많이 심는다. 일본에서는 소나무의 대표로 쿠로마츠黑松 인데 강인한 남성의 상징, 나무껍질이 검어 검솔, 곰솔이 됐다. 

발아래 항구의 뱃소리, 해안선을 막아선 초고층 아파트 단지, 광안대교. 부산은 산·강·바다를 품은 도시로 ‘삼포지향三抱之鄕’이라 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지세가 바다에 연해 있으며 대마도와 가장 가깝다’고 했다. 맑은 날 남서쪽 대마도가 보이고 수영만 일대가 발아래 있다. 

좀 전에 만났던 사람들 얘기가 맞다. 힘든 구간이라 밧줄에 의지하며 오르는데 땀이 나고 더워서 외투를 다 열어젖혔다. 오후 1시 45분, 바위산 옥녀봉(383m)에 서니 곰솔 너머 바다 풍경이 볼 만하다. 아파트에 가려진 해운대 해수욕장, 바다 위로 길게 뻗은 광안대교 아래 햇살이 흘러가고 멀리 오륙도까지 보인다. 남쪽 바다에서 반사되는 빛과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에 눈살을 찌푸린다. 이곳에서 보이는 왼쪽은 동해, 오른쪽은 남해다. 잠시 바위를 지나 내리막길부터 찬바람이 몰아치고 귀가 시리다. 맞은편이 정상인 듯한데 오른쪽은 돌과 바위들이 강물처럼 길게 흘러내린 너덜지대. 오후 2시경, 장산 너덜길 표지판(간비오산,봉수대 2.5·중봉 0.3·정상 1.5·대천공원 1.7·옥녀봉 0.2km)에 서니 오른쪽으로 대천공원 갈림길이 숲속으로 나 있다. 0.4km 더 가서 중봉(403m), 해운대 시가지와 바다의 조망은 이곳에서도 훤하다. 

 

하늘을 꿈꾸는 장산, 금련산맥

10분쯤 지나 안부 갈림길에서 나무 계단을 오른다. 편백나무 조림지 바라보다 곧바로 안내판(정상 1.1·대천공원 2.2·옥녀봉 0.6·반송1동,체육공원 5.6km)이 나타난다. 쉼터에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 모자를 눌러쓴 연인과 외국인들까지 많이 올라왔다. 오후 2시 반경 군부대인 듯 철책 따라 갈림길(정상 0.2·억새밭 1.5·대천공원 2.4km) 지나 곧바로 정상, 해발 634m 장산 꼭대기에 서니 넓고 장중한 산임을 느껴본다. 왼편 동쪽부터 기장, 송정,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달맞이 언덕, 미포, 해운대 해수욕장, 오륙도, 광안대교, 광안리해수욕장. 서쪽으로 금련산, 백양산, 반여동, 옥봉산, 금정산, 윤산. 바로 옆에 군부대 철조망, 안테나. 이른바 “바다를 품고 하늘을 꿈꾸는 장산”이다. 발아래 세상과 멀리 하늘과 맞닿은 바다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중봉 너머 보이는 정상.

 

부산에는 금정金井·금련金蓮·신어산맥神魚山脈 세 갈래가 있는데 장산은 금련산맥의 최고봉, 금정산(800m), 백양산(641m)에 이어 부산에서 세 번째 높다. 2021년 전국 최초 구립區立공원으로 지정됐다. 금련산맥은 동해안에서 해운대·수영·영도구의 남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달음산達陰山(586m)을 거쳐 해운대 장산(634m), 금련산金蓮山(413m), 황령산荒嶺山(427m)을 지나 영도구의 봉래산蓬萊山(395m)에 이른다. 산이 다소 낮고 연속성이 약하나 바다 쪽에 치우친 해안산맥으로 내륙과 해안을 가른다.

장산 꼭대기는 한국전쟁 이후 군부대와 무선기지국이 들어서면서 출입이 제한됐지만 지난 2022년 70여 년 만에 개방되었다. 철책을 따라 길이 나 있고 곳곳에 훈련 시설과 유격장, 지뢰매설 표지가 보인다. 오랫동안 군부대가 주둔해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자연이 잘 보존돼 많은 사람이 찾는 곳으로 정상 아래 억새 군락지는 가을 산행에도 딱 좋다. 

장산 정상.

 

오후 3시경 갈림길(오른쪽 중봉 1.3·정상 0.2·직진 억새밭 1.6km)에서 억새밭 쪽으로 걷는다. 군부대 아래 포장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하산 안내 방송이 들리고 철조망, 과거 지뢰구역 팻말이며 군사시설 표지판이 있어 서둘러 간다. 시설물 차폐를 위해 심었는지 주변에 오래된 사방오리나무가 많다. 노간주·산오리·소사·사스레피·때죽·산철쭉·진달래·산벚·신갈·해송·편백나무. 고즈넉하고 완만한 산길은 콧노래도 나올 것 같은데 정상에서 1.7km, 15분쯤 내려왔을까 어느덧 광활한 억새밭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산불초소 지나 오후 3시 20분(정상 1.9·대천공원 3.6·장산마을 2.7km), 흙을 밟으며 걷는 산길, 잃어버렸던 예전의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다. 옥녀봉 갈림길(옥녀봉 2.5·대천공원 3.5km) 지나 곧바로 임도구간, 벌써 장산마을 입구까지 내려왔다. 

 

억새밭과 장산 너덜지대

오후 3시 40분 태극기 휘날리는 집, 모정원이다. 청산리 전투에 참전한 강근호 선생의 부인 이정희 여사가 한국전쟁에서 퇴역한 군인들과 생활 공동체를 꾸려 살던 곳이라 한다. 집안에는 독립운동 기록물이 전시돼 있다. 계곡 길 따라 5분가량 내려와 장산 너덜지대에서 잠시 쉬며 커피와 사과 한 입, 화강암들이 아래로 흘러내리듯 쌓여 있다. 강물이 흘러가는 것 같은 형상이라 돌강으로 부르기도 한다. 암괴류巖塊流, 비탈에 부채꼴 모양으로 쌓인 돌 더미를 애추崖錐talus, 산 정상이나 지표에 노출된 암괴 지형이 토르tor다. 대구 비슬산, 서울 관악산 정상이 대표적이다. 운동회처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체육공원, 양운폭포를 지나 호숫길 걸으니 정상이 잘 보인다. 일행들은 몇 번씩 셔터를 눌러댄다.

장산 너덜지대.

 

오후 4시 30분, 해운대도서관 옆 대천공원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배고플 때가 됐는데 미라 선생 점심 덕분에 아직도 배고프지 않다. 잘 안 먹던 장어요리를 먹었으니 그럴 수밖에, 기력이 떨어질 때 먹는 보양식의 위력을 새삼 느껴보지만, 꼬르륵 소리 날 정도로 속이 비어 있어야 나는 활력이 솟는다. 이른 시간 해운대에서의 저녁은 다음으로 미루고 곧장 달려간다. 기착지에서 국밥과 모주 한잔으로 아쉬움을 대신 한다. 

 

산행길잡이

대천공원 주차장(등산 기점) ~ 대천공원 호수(등산로 입구) ~ 옥녀봉 ~ 중봉 ~ 안부 갈림길 쉼터 ~ 억새밭 갈림길 ~ 장산 정상 ~ 정상 아래 갈림길 ~ 억새밭 ~ 장산마을 입구 ~ 모정원 ~ 장산 너덜지대 ~ 체육공원 ~ 폭포사 ~ 대천공원 호수  ~ 대천공원 주차장(원점회귀)

※ 등산로가 많아 자칫하면 길이 헷갈릴 수 있음

대략 6.4km, 4시간 정도 소요, 공원에 먼지떨이기 있음

 

교통

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로 이용

※ 내비게이션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동 1384(대천공원 공영주차장, 1일 주차요금 4,700원) 

 

숙식

해운대 시내 다양한 식당과 호텔, 여관 등이 많음

 

주변 볼거리

해운대·송정·광안리 해수욕장, 누리마루APEC하우스, 자갈치시장, 오륙도, 이기대,  송도 케이블카 등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