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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국민 78%가 등산·트레킹 즐겨…한국인에게 산은 ‘민족 정체성’ [척척박산]

by 白馬 2025. 1. 20.

한국인의 등산 사랑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는 수많은 한국인들.

 

 

K-등산 열풍에 빠진 외국인들을 신기해하고 있지만, 사실 그 전에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등산 열풍을 더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산림청의 ‘등산·트레킹 체험 국민 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산·트레킹을 즐기는 인구가 전체 국민의 78%인 3,200만 명에 달한다.

 

해외에서 걷는 인구도 많다. 대표적으로 산티아고순례길이다. ‘2023 산티아고순례길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이곳을 방문한 한국인은 총 7,56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유럽을 포함하고도 10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유럽 국가들을 빼면 미국과 멕시코에 이어 3위다. 현지인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순례를 오는 한국인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도대체 왜 한국인들은 이토록 산을 좋아할까. 지난 2024년 발표된 고려대학교 문화유산학협동과정 김재영 박사의 학위논문 <한국인의 근대적 산악 인식과 정체성>은 이 이유를 추적했다. 논문은 ‘조선은 산의 나라다’란 문장으로 시작된다. 지형 대부분이 산이기 때문에 한민족의 생활환경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국토 면적 대비 산의 비중이나 해발고도가 높은 산을 지닌 나라는 많지만, 한국의 경우 생활환경에서 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특출하게 높다는 분석이다.

 

이런 환경 탓에 유불선 종교적 경관의 무대는 산이었고, 국가도 체제유지를 위해 산을 이용했다. 산천에 제사를 올리며 왕실의 권위를 유지하기도 했다. 또 풍수지리학이 발달하고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는 산줄기와 맥에 대한 담론이 형성됐다.

 

이런 와중에 일제강점기가 시작됐고, 또 산에 대한 서구적 인식이 확산됐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산은 민족의 체력을 증명하는 정복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인은 일제강점기 국토상실을 체력증진으로 설욕하고자 했다. 그래서 산은 자연스럽게 쟁취하고 지켜야 하는 영토의 상징물이 됐다. 즉 산이 국토를 대표하게 된 것. 이제 산은 숭배의 대상에서 심미적 대상으로, 교감하는 장소에서 조사하고 탐구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산업화시기에 산에 대한 인식은 또 한 번 변화한다. 정부는 ‘체력은 국력’이라는 기치를 걸었다. 1977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원정대 파견과 한국 초등도 이러한 사조 속에서 이뤄질 수 있었다.

 

이후 산은 레저의 대상이 된다. 당시 정부는 정권 안정을 위해 관광정책을 추진하며 설악산을 산악관광의 대표로 선정했다. 설악산이 국립공원화됐고 민족적 명산으로 조명됐다. 관광 인프라도 깔렸다. 그래서 이제 산은 체력을 증명하는 대상이자 관광상품, 건강과 휴양을 즐기는 취미와 레저의 대상지가 됐다.

 

김 박사는 “한국인의 산악인식은 이처럼 이데올로기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고 했다. 즉 한국인이 산을 생각하는 방식이 곧 한국인의 정체성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는 “현재는 전통적 산악인식과 근대적 산악인식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한국인의 산악인식은 살아온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한 정신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의 산 사랑은 단순히 ‘좋으니까’ 이토록 각별한 것이 아니라 그 기저에 ‘산이 곧 한국이고, 민족의 정체성’이란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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