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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 목민관의 애민 정신이 깃든 숲, 하동송림

by 白馬 2025. 1. 8.

솔잎 가득한 숲길을 거닐어 보자.

 

오래전부터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한민족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조선의 선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계절 내내 푸른 자태를 뽐내는 것은 물론, 단단한 철갑을 두른 듯한 줄기의 껍질, 올곧게 솟아난 형태, 궂은 날씨마저 견디는 모습이 강인한 생명력과 올곧은 기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섬진강의 모래사장과 하동송림, 그리고 하동읍내 풍경

 

여전히 소나무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 어디에서도 소나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큰 규모로 숲을 이루는 것은 주로 강원도의 산간 지역이지만, 남도에서도 울창한 소나무 숲을 찾아볼 수 있다. 경상남도 하동군의 소나무 숲을 눈여겨보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동읍 광평리의 섬진강 유역, 봄꽃으로 이름난 이곳에 큰 규모의 소나무 숲이 자리한다. 국가유산 천연기념물인 ‘하동송림’이다.

섬진강과 드넓은 모래사장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년)에 당시 하동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만든 인공 숲이다. 하동 주민들이 섬진강에서 날아오는 모래바람에 고초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가 관리들에게 강변에 소나무 숲을 조성하라는 명을 내렸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나무 숲을 만들어 섬진강과 마을 사이를 가로막아 모래나 바닷바람이 날아드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하동도호부사 전천상의 조치에 감복했고, 대를 이어 그의 업적을 기리게 되었다.

울창한 소나무숲과 섬진강 모래사장이 어우러지는 풍경

 

이 소나무 숲은 단순히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해 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섬진강과 모래사장, 울창한 송림이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도 선물했다. 아름다운 이 풍경 덕분에 하동은 백사청송(白沙靑松)의 고장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때의 모습은 일부만 남아 있다. 지금은 900여 그루의 소나무만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하동송림에는 초창기에 심었던 것들을 비롯해 후계목(천연기념물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개체), 군민이 기증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하동도호부사 전천상 기적비가 공원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섬진강이 범람해 마을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송림 한가운데 제방을 쌓았고, 제방 안쪽에 자리한 소나무 숲은 시간이 흘러 마을이 커짐에 따라 하동송림의 규모가 점차 줄어들었다. 현재 하동중학교와 하동고등학교, 광평마을 일부까지도 전천상이 조림한 소나무 숲이었다고 하니, 어림짐작으로나마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섬진강을 곁에 두고 각양각색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소나무 수백 그루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다. 꾸준히 후계목을 심어 하동송림을 유지하려는 하동군과 주민의 노력 덕분이다. 남은 소나무 숲을 중심으로 송림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전천상의 공로를 기리는 기적비(사적을 적은 비)가 그 시작점이다. 2016년, 하동군수 명의로 세운 이 기적비에는 그의 출신부터 하동도호부사 부임 후 업적에 관해 상세히 쓰여 있다.

하동송림 입구에 자리한 맞이나무

 

관리번호 1번목인 ‘맞이나무’가 기념비 뒤에서 오가는 이들에게 인사를 하는 듯이 줄기를 겸손하게 숙이고 있다. 그 건너편으로는 관리번호 2번목 ‘원앙나무’가 존재감을 과시한다. 바로 옆에서 씨앗을 틔운 뒤, 자라나며 하나가 된 연리목이다. 사람의 인체를 빼닮았다는 관리번호 45번목 ‘고운매나무’, 나뭇가지를 펼친 형태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못난이나무’가 된 관리번호 552번 등은 입구에서 사진으로 먼저 만날 수 있다. 보물찾기하듯이 하나씩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꾸준히 소나무를 심어 숲을 유지한다.

 

숲 한가운데로 오솔길이, 가장자리로는 자전거도로를 겸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어느 길이든 천천히 거닐어 보자. 반드시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소나무 숲을 즐기면 된다. 소나무마다 각기 다른 모양새로 줄기를 뻗은 모습이 서로 다르면서도 사뭇 조화를 이룬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져 들어오는 햇볕이 더해지면, 마치 한 폭의 동양화와도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하동읍의 북적이는 거리와는 상반되는 분위기가 마치 속세를 벗어난 순간을 느끼게끔 해주는 것만 같다.

하동송림의 소나무들은 10m를 훌쩍 넘는 높이를 자랑한다.

 

소나무는 잎에서 천연 제초제라 불리는 갈로탄닌을 생성한다. 갈로탄닌은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타감작용을 일으키는데, 그래서인지 숲에서 다른 식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동송림공원에 솔잎이 켜켜이 쌓인 것도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두툼하게 쌓인 솔잎은 오가는 이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푹신한 감촉을 준다. 그러니 두 갈래, 혹은 세 갈래로 뻗은 산책로를 따라 걷지 않아도 된다.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 솔잎이 쌓인 숲을 자유롭게 거닐어 보자.

섬진강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는 이들이 많다.

 

하동송림공원의 서쪽 끝으로는 섬진강이 흐른다. 바다와 가까워지며 느리게 흐르는 강은 곳곳에 드넓은 모래사장을 남겨 두었다. 먼 옛날에는 이 모래사장이 소나무 숲을 조성하게 된 원인이었겠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에게 쉼터로 자리 잡았다. 사시사철 초록빛을 유지하는 하동송림공원과 함께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섬진강 모래사장은 방문객 사이에서 맨발 걷기 명소로 손꼽힌다.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벗고 바지를 살짝 걷은 뒤 강가를 따라 걸어 보자. 부드러운 모래와 시원한 강물은 발끝으로부터 온몸으로 활기를 공급한다. 탁 트인 하늘이 하동송림공원의 빼곡한 숲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알프스하모니철교 위에서 바라본 하동송림 풍경

 

하동송림공원과 섬진강, 그리고 소백산맥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한눈에 담는 방법이 있다. 하동송림공원의 남쪽 끄트머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알프스 하모니 철교’에 올라가 보자. 알프스 하모니 철교는 옛 경전선 철도가 지났던 곳으로, 2016년 이설되며 폐선된 경전철교를 보행교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알프스 하모니 철교부터 옛 하동역이 있는 자리까지 약 2.3km 구간을 따라 산책로와 공원이 이어지기도 한다. 선로의 흔적이 남아 있어 경전선이 지났던 구간이라는 사실을 느끼기에도 좋다. 철교 위에는 전망 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니 꼭 들러보자.

옛 경전선 산책로는 하동역까지 이어진다.

 

알프스 하모니 철교는 섬진강 건너 전라남도 광양시와도 연결된다. 경전선 개통 당시, 대전을 거치지 않고도 영남과 호남을 연결한다는 상징성을 오롯이 지켜낸 셈이다. 섬진강 위를 걸어서 영남과 호남을 오가며 섬진철교(알프스 하모니 철교의 옛 이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소설 속 최참판댁의 모습을 완벽히 구현했다.

박경리 작가의 동상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은 하동군의 고즈넉한 정취는 다른 곳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악양면 평사리가 대표적이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이곳에는 주요 무대 중 하나였던 최참판댁이 조성되어 있다. 최참판댁은 소설 ‘토지’를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 세트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주요 인물이 살았던 집이 충실히 구현되어 있다. 최참판댁 내에 자리한 박경리문학관도 함께 둘러보자.

스타웨이하동 전망대에서 섬진강과 악양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 소백산맥의 능선을 파노라마로 펼쳐 놓은 조망 명소가 최참판댁 근처에 하나 더 있다. 섬진강 수면을 기준으로 150m 높이에 설치된 스타웨이하동은 삼각형 형태의 공중 보행 시설(스카이워크), 카페 등을 갖춘 전망대다. 툭 튀어나온 전망대 주변으로 시야를 방해하는 나무와 구조물이 없어 악양평야와 주변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티카페 하동에서는 야생차 중 하나를 선택해 다도를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동군의 초록빛 겨울은 하동송림 덕분만은 아니다. 화개면을 중심으로 산골짜기마다 자리한 차밭 또한 한겨울까지 싱싱한 초록빛을 자랑한다. 화개면 깊숙한 곳에 하동야생차문화센터가 있다. 하동의 녹차에 관한 역사, 차 명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박물관을 시작으로 체험장과 판매장, 치유관 등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최근 개장한 ’티카페 하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당일 여행 코스〉

하동송림공원→스타웨이하동→최참판댁→하동야생차문화센터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하동케이블카→하동코리아짚와이어→하동송림공원→최참판댁

둘째 날 / 스타웨이하동→화개장터→쌍계사→하동야생차문화센터

여행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하동 문화관광 

 - 박경리문학관 

 - 스타웨이하동 

 - 하동야생차박물관 

 

○ 문의 전화

 - 하동군 관광안내 콜센터 1588-3186
 - 하동군청 관광진흥과 055)880-2375
 - 최참판댁 055)880-2960
 - 박경리문학관 055)882-2675
 - 스타웨이하동 055)884-7410
 - 하동야생차박물관 055)884-2955
 - 티카페하동 070)4171-8873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남부터미널-하동버스터미널, 하루 8회(06:40, 09:00, 11:00, 13:00, 14:30, 16:20, 17:40, 19:30), 3시간 50분 소요, 하동버스터미널에서 A1번 버스 탑승, 하동도서관 하차, 도보 236m 이동, 하동송림공원 도착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0-6871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 하루 33회(05:08~22:23) 운행(KTX, ITX-마음, 무궁화호), 1시간 57분~4시간 26분 소요. 광주송정역에서 경전선 부전행 무궁화호 열차 환승(하루 1회, 10:33), 하동역 하차 후 도보 121m 이동, 하동버스터미널에서 A1번 버스 탑승, 하동도서관 하차, 도보 236m 이동, 하동송림공원 도착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레츠코레일 

 

○ 자가운전 정보

하동IC→계천사거리에서 ‘구례, 쌍계사, 하동’ 방면으로 우회전→신월교차로에서 ‘쌍계사, 구례, 하동’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에서 11시 방향→신기교차로에서 ‘남원, 구례’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에서 11시 방향→송림회전교차로에서 ‘송림공원’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에서 7시 방향→하동송림공원

 

○ 숙박 정보

 - 최참판댁 한옥호텔  : 악양면 평사리길, 055)883-2225

 - 하늘꼬마키즈풀빌라  : 북천면 경서대로, 010-3889-7905

 -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  : 화개면 쌍계로, 055)880-8090

 

○ 식당 정보

 - 황금재첩식당 : 재첩모둠정식, 화개면 섬진강대로, 010-8628-2677
 - 평사리토지장터주막(최참판댁 內) : 소고기국밥, 악양면 평사리길, 055)880-2960
 - 여명가든 : 녹차오리구이, 악양면 성두길, 055)883-5292

 

○ 주변 볼거리

 - 하동화개장터

 - 금오산도립공원 

 - 쌍계사(하동) 

 - 삼성궁 

 - 지리산생태과학관 

 - 매암차문화박물관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