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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진안 고원의 산들이 겨울이 온다고 일렀다 [지도 위를 걷다 진안 덕태산·천상데미]

by 白馬 2024. 12. 20.

1. 잡목 우거져 비좁은 등산로
첫번째 산행코스_덕태산

하늘과 산 그 중간에 자리잡은 천상의 정자를 바라보며 하산을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을씨년스럽다. 지겹다 못해 치를 떨 정도의 더위가 소리 없이 지나갔다. 가을바람도 금세 지나갈 것이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가을을 배웅하러 산에 오르기로 했다. 계절마다 소풍을 떠나듯 산에 함께 오르는 친구 이미림, 조희현과 동행했다. 

산은 계절을 배웅하고 마중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우직하게 그 자리에 서서 햇살과 빛깔을 있는 그대로 바꿀 뿐이다. 있는 그대로, 솔직담백하다. 사람도 산을 닮아 이렇게 솔직하면 좋으련만 말처럼 쉽지 않다. 

호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운장산과 그 아래 마이산을 지나 1,000m 고지의 덕태산으로 향했다. 덕태산은 진안고원의 웅장한 산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천 고지의 산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덜 유명하다. 아마도 바로 옆에 있는 마이산이 너무 유명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른 아침 덕태산을 끼고 흐르는 백운동 계곡으로 향했다. 우리는 백운마을에서 덕태산으로 올라 시루봉과 선각산을 지나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걷기로 했다. 총거리 약 13km의 짧지 않은 코스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곳곳에 걸린 입산 통제 현수막이 보였다. 산림치유원 조성공사로 인해 2024년 10월까지 입산을 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의처로 전화를 걸어 물었다. 

“덕태산에서 삿갓봉까지는 통행할 수 있습니다. 선각산 등산로는 전면 통제고요. 덕태산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오거나 장수 방면으로 내려가야 됩니다. 그러면 안전 산행하십시오!”

우리는 일단 덕태산까지 올라 하산 코스를 결정하기로 했다. 덕태산으로 오르는 첫 번째 골짜기 홍골을 지나 덕대사 방향으로 향했다. 거리는 1km 남짓. 가파른 아스팔트길이 이어졌다. 한 계절 지나서야 만난 친구들과 도란도란 안부를 물으며 거닐었다. 덕대사에 가까워졌다. 사찰에서 나와 마을로 내려가던 사람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등산하시나 봐요. 저기 덕대사 법당에 가시면 음료랑 물이랑 있어요. 들러서 드시고 가세요.”

등산로는 덕대사로 오르기 전 왼쪽 계단으로 나 있었다. 잘 닦여 있는 목재 계단과 안내판이 보였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1.00km. 목재 계단을 오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이 희미하다. 부러진 잡목과 말라비틀어진 낙엽이 한데 뒤섞여 흙길을 이루고 있었다. 곳곳에는 안전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위험해서 못 오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콧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아름다운 길도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월요일 아침 출근길 같았다. 종아리 근육이 빳빳하게 땅길 만큼 경사가 가팔랐다. 

밧줄을 잡고 힘껏 오르던 중 쏜살같이 하산 중이던 구성모씨와 마주쳤다. 거칠고 비좁은 등산로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쓴 주황색 모자에 눈길이 쏠렸다. 그는 74세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호쾌했다. 산림청과 블랙야크, 한국의 산하는 물론 500대 명산 인증에 도전 중이라고 말했다. 

“딸내미가 그러더라고요. 아빠,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에 갔었을 거야!” 

그는 금방 내려왔던 길을 돌아보며 우리에게 또 말했다. 

“아직 정상까지 한참 남았어요. 아마도 계속 힘들 겁니다. 그래도 천천히 올라가면 될 거예요.” 

산에서는 모두 거짓말쟁이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어보면 얼마가 되었든 거의 다 왔노라고 말해 주는 법인데, 그는 계절이 지나는 산처럼 솔직담백했다. 아직 많이 남았다고, 그래서 아마도 더 힘들 거라고 답했다. 그리고 다시금 쏜살같이 하산길로 사라졌다. 

그의 솔직함 덕분이었는지 남은 여정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마주치는 사람들 덕분에 다소 거칠고 조망 없는 산도 지루하지 않았다. 

 

희미한 길 따라 정상에 오르다

백운마을부터 덕태산 정상까지 쉴겨를 없이 계속 올랐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다시 길이 희미해졌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과 앙상한 나뭇가지가 길에 가득했다. 멀찌감치 노란 등산리본이 보였다. 바위나 나무를 부여잡고 힘껏 올랐다. 힘겹게 오르고 나니 큼지막한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있었다. 

나무 앞으로 성큼 나아가자 산 그림자와 백운마을 일대가 훤히 보였다. 시야가 트이니 마음도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오르면 이곳에서 아침햇살이 드리우는 마을 풍경을 볼 수 있을 듯했다. 덕태산 정상까지 약 0.1km가 남았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점전폭포까지는 1.5km 남았다. 호흡을 고르고 마지막 걸음을 재촉했다. 

산행을 시작한 후 첫 쉼이었다. 우리는 배낭을 풀고 잠시 숨을 골랐다. 하산 코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시루봉과 삿갓봉을 지나 장수 방면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퍽 고단했지만 1,000m 해발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꽤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휴식도 잠시, 얼마 남지 않은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경사는 더없이 비좁았다. 덕태산 정상은 전망이 매우 뛰어났다. 이곳에 올라서면 진안고원의 진짜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앙증맞은 정상석 앞에 나무로 된 울타리가 둘러 있고, 그 앞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문득 여름이 다시 왔나 싶을 정도로 온몸이 후끈거렸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덕태산 정상에서 탁 트인 전망을 마주했다.가을아, 조심히 가렴.

 

정상에서의 달콤한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출발했다. 정상에서 고작 5분 남짓 지났을까?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산허리가 뚝 끊기고, 공사 차량이 오가는 큰 길이 나 있었다. 우리는 희미한 길을 따라 다시 숲속으로 들어섰다. 비교적 편한 오솔길이 이어졌다. 곳곳에 구절초가 무심히 피어 있었다. 이제야 여름을 지나 가을 배웅 길에 나선 듯했다.

 

헬기장에 도착하자 억새가 가득했다. 한가운데에 ‘덕태산 해발 1,101.8m’ 정상석이 앙증맞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상석을 정면에 두고 돌아서니 시루봉(1,147m)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었다. 수풀이 우거져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내판을 지나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등산로는 아주 비좁고 잡목이 우거져 있어 마치 정글에 드는 느낌이었다. 목재 계단이 있지만 낙엽과 잡목에 가려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발을 헛디뎌 다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했다. 어마어마한 산죽 군락지를 헤치고 나아갔다. 산속에 오로지 두꺼운 외투가 나뭇가지를 스치는 소리만 울렸다. 높이 자란 조릿대는 내 키를 훌쩍 넘었다.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억새가 가득했던 덕태산 헬기장 풍경.

 

 

길 위에서 가을 배웅하기

걸음을 재촉하지 않으면 조릿대 숲속에 갇힐 것만 같았다. 우리는 거의 뛰다시피 했다. 은빛 철사로 이루어진 안전난간이 비탈진 경사에 서 있었다. 난간을 붙잡고 섰다. 멀리 마이산이 보였다. 지금까지 본 마이산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다. 산행을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시루봉에 도착했다. 하늘 한복판에 떠 있던 해가 어느덧 서쪽으로 차츰차츰 기울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으스스 한기가 느껴졌다. 가을이 가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산죽 군락지를 헤치고 나아갔다.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홍두깨재(961m)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루봉에서 신나게 내리막길을 내달리다가 다시 약간의 오르막을 치고 올랐다. 삿갓봉으로 오르는 길이 고비였다. 계속 오르는 것보다 잠시 내리막길을 걷다 다시금 오르는 일이 더 힘들다. 그래서인지 발걸음이 더뎌졌다. 느릿느릿 걷다 보니 바람이 한결 더 잘 느껴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가을을 배웅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 보니 성큼 삿갓봉이 다가왔다. 우리는 선각산을 코앞에 두고 오계치 방면으로 발길을 돌렸다. 진안고원에서 바라보는 천상데미 깃대봉 풍경이 마음에 쏙 들어 그리 아쉽지 않았다. 

오계치는 다섯 오五, 시내 계溪 자를 쓴다. 팔공산 줄기 사이의 다섯 골짜기에서 이 고개를 향해 시내가 흐른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도착하자 길이 사방으로 나 있었다. 금방 우리가 내려온 길과 팔공산으로 향하는 길, 와룡자연휴양림과 데미샘자연휴양림으로 각각 내려가는 길까지 네 가지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우리는 데미샘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진안군 콜택시를 이용해 들머리 백운마을로 이동하기로 했다. 오계치에서부터 들머리까지는 아스팔트길이 아주 잘 닦여 있었다. 길 잃을 염려도 없고, 어둑어둑한 즈음에도 온갖 조명 도구들이 길을 밝혔다. 

 

덕태산 (1,113m)

 

어느덧 해가 졌다. 한낮에는 퍽 덥더니, 해가 지고 나니 영락없이 가을이었다. 고작 며칠이 지나면 아마 이 가을도 지나가고,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겨울이 올 것이다. 산세는 거칠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더없이 따뜻했던 덕태산, 덕분에 지나는 계절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절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다. 

 

산행길잡이

덕태산 산행은 백운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운동마을 청정복지센터 주차장을 들머리로 삼으면 좋다. 넓은 주차 공간과 해우소가 마련되어 있다. 덕대사를 지나 덕태산 정상까지 오르는 경사가 가파르다. 산행 전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
진안고원은 겨울에 강설량이 꽤 많다. 겨울 산행 시에는 특히 안전에 유의해야 하며, 덕태산에서 시루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산죽이 제대로 관리되어 있지 않아 뚜렷하지 않다. 수풀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지만 겨울 산행에는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현재 덕태산 구간은 산불방지통제 기간으로 12월 15일까지 입산이 통제된 상태다.

 

교통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안행 고속버스를 타고 들머리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진안행 버스는 1일 2대가 운영된다(10:10, 15:10). 소요 시간은 약 3시간이며, 오전 첫차를 이용해도 당일 산행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루 전에 도착해서산행을 준비해야 한다.
진안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백운마을까지 택시비 약 3만~4만 원(진안 콜택시 063-433-2288), 데미샘자연휴양림까지는 약 4만~5만원이 예상된다. 백운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해 데미샘자연휴양림에서 콜택시를 이용, 백운마을로 돌아갈 때도 역시 4만 원 정도 가격이 책정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인근의 와룡자연휴양림에서는 진안 방면으로 이동할 수 없다. 와룡자연휴양림은 장수군에 속하기 때문.

 

맛집(지역번호 063)

진안군에서 시골순대(433-2751)에 들러 국밥 한 그릇을 먹어보자. 국물 맛이 일품이다. 덕태산 인근에는 소문난 맛집이 드물다. 들머리 인근의 백운마을에 백운회관(432-4552), 섬진각(433-4945), 선희네 식당(432-2999)등이 있으며, 데미샘 자연휴양림 인근에 데미샘가든(433-7785)의 백숙과 닭볶음탕 요리도 맛이 좋다고 한다.

*등산 지도 _ 특별부록 지도 참조

 

 

2. 천 고지에서 덩그러니 '망중한'
두 번째 산행코스_천상데미

 

천상데미정 그늘에는 문득 겨울이 오고 있었다.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입고 마저 망중한을 즐겼다.

 

삿갓봉을 지나 하산할 때 스산한 가을바람과 함께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한동안 잊히질 않았다. 지도를 펼쳐보니, 그곳이 바로 천상데미였다. 

‘데미’는 봉우리를 뜻하는 ‘더미’라는 뜻으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를 가리켜 ‘천상데미’라 한다. 두 번째 산행은 천상으로 가는 봉우리를 오르기로 했다.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을 지나 1,075m 봉우리로 오르는 코스다.

 

숲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뒤를 돌아봤다. 소풍 산행 친구들과 등산을 다녀오면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이 듬뿍 남는다.

 

데미샘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행 준비를 마쳤다. 휴양림은 잘 가꿔진 숲속 마을 같았다. 흙과 나무 계단, 자갈과 고사리, 길가에 낮게 자란 조릿대까지 아기자기한 느낌이 물씬 났다. 왼편의 숲길로 들어서자 햇볕이 잘 들지 않았다. 한낮인데도 어둑어둑한 황혼 같았다. 어디선가 데미‘샘’ 물소리가 졸졸 들리는 듯했다. 

데미샘 일대에는 숲속의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정자가 있다. 정자와 나란히 있는 데미샘 안내판을 읽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안내판이 보였다. 데미샘까지 0.69km, 천상데미까지 1.36km였다. 등산로에는 야자수 매트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매트 위로 사뿐사뿐 걸었다. 물이 많아 그런 것인지 나무들이 다른 산에 비해 더욱 울창한 듯했다. 숲 내음이 진동했다. 까치박달나무, 왕단풍나무, 산뽕나무, 물푸레나무 등 등산로에 선 나무들과 마주칠 때마다 이름을 하나씩 읊조렸다. 

데미샘 일대에는 숲속의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모두 단풍을 보러 간 것인지 주말에도 텅 비어 있었다. 새는 지저귀고, 시내는 졸졸 흘렀다. 바람은 불고 우리는 다시 걸었다. 계속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치고 올랐다. 경사가 꽤 가팔라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안부에 올라서서 걸음 속도를 늦추었다. 쉬엄쉬엄 걷자 땀은 금세 마르고 부는 바람에 으스스 한기가 들었다. 산속 그늘에는 어느덧 겨울이 오고 있었다. 

 

전망 좋은 천상데미정에서 망중한 즐기기

안부를 지나 편안한 흙길을 걸었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남짓, 오늘 코스의 정상에 이르렀다. 천상데미봉에는 커다란 정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낡은 현판에는 ‘天上데미亭’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자와 순우리말이 나란히 있어 독특하고 귀여웠다. 우리는 이곳에서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로 했다. 

샤모니 몽블랑 트레킹에서 맛있게 먹었던 클리프 바CLIF BAR로 요기했다.

 

해발 500~600m에서 1,000고지까지 적지 않은 고도를 올랐지만 등산로가 잘 닦여 있어 노곤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장수군 일대의 경치도 아름다웠다. 1,000고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팔각정자라니! 시설이 다소 낡았지만 정취는 일품이었다. 지난 여름 투르 드 몽블랑Tour du Montblanc을 앞두고 샤모니에서 구매했던 클리프바를 꺼내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클리프바는 초콜렛, 오트밀 건포도, 마카다미아 등 다양한 맛이 있다. 이렇게 맛이 좋을 줄 알았다면 한 박스씩 더 사올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운동할 때 먹을 만한 행동식 이야기부터 다음 산행지를 정하기까지 우리는 조곤조곤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계절을 만끽하고 싶어 찾은 산에도 역시 사람이 있었다. 어떤 사람과 함께하는지에 따라 그 산이 다르게 기억되기도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절마다 소풍을 떠나듯이 산에 함께 가자고 말하며 다시 걸을 채비를 했다.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오계치 방향으로 내려가 데미샘자연휴양림으로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다. 오계치를 지나 헬기장으로 내려가니, 아스팔트길이 이어졌다. 이곳부터 들머리인 데미샘자연휴양림까지는 아주 편안한 길이 계속됐다. 진안고원 일대를 더 만끽하고 싶다면 덕태산에서 출발해 깃대봉을 지나 천상데미까지 한 번에 걸어도 좋을 것 같다.

 

천상데미봉에서 멀리 장수 방면을 바라본다. 해발 1,000고지에 오르자 바람이 차다.

 

진안 일대는 물론 장수 일대까지 시원한 조망이 탁 트여 있다. 인근의 이름 날리는 산보다 유명세가 덜한 덕분에 오지의 숲 느낌도 물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天上데미亭’ 현판을 가리키고 있다.

웰컴 투 데미샘, 늦은 오후에 올라 해가 지고 하산했다. 데미샘자연휴양림에는 여러 조명이 여기저기 반짝거리고 있었다.

 

천상데미

 

산행길잡이

데미샘자연휴양림에서 천상데미봉으로 올라 오계치 방면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단, 12월 15일까지 산불방지로 산행이 제한된다. 덕태산과 연계 산행을 하려면 오계치 방면에서 들머리로 내려가지 않고 직진해 삿갓봉으로 오르면 된다. 또는 선각산으로 올라 천상데미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와룡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할 경우 지역이 달라지므로 자차 회수와 대중교통 이용에 유의해야 한다.

 

교통

순천완주고속국도, 익산포항고속국도, 전주남원국도 등을 이용해 찾아갈 수 있다. 대중교통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진안행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좋다.

1일 2회(10:10, 15:10) 운행.

 

숙박

천상데미 코스의 들머리인 데미샘자연휴양림이 제격이다. 휴양림은 숲속의 집, 산속의 집, 한옥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숲 문화마당과 명상의 숲, 전망대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숲나들e 누리집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신청은 한 달 전 매월 1일 오전 9시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휴양관 4인 기준 주중 4만9,000원/주말 7만 원, 한옥동 8인 기준 주중 8만4,000원/주말 12만 원 등.
펜션을 이용하고 싶다면 인근의 데미샘빌리지펜션(진안군 백운면 백장로 638)이 있다. 매미, 호랑나비, 풍뎅이, 장수하늘소 등 객실 이름이 앙증맞다. 멀리 성수산 일대가 조망되며, 펜션 외부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마당이 조성되어 있다. 인근에 대형마트 및 편의시설이 없으므로 미리 장을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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