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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강아지도 함께 떠나는 패키지여행 체험기, 이런 게 가능하다고?"

by 白馬 2024. 12. 5.

 

모든 반려견 가족들은 여행을 떠날 때마다 고민에 휩싸인다. 강아지를 집에 놓고 가기도, 그렇다고 데리고 다니기에도 힘든 현실. 강아지를 받아주는 숙소는 찾기 힘들고, 설령 있다고 해도 턱없이 비싸다. 현재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그렇지만 집을 벗어나면 강아지와 함께 지낼 수 있는 곳이 너무나 제한적이다. 대부분 명소엔 강아지가 입장할 수 없고, 식당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동가방에 집어넣은 소형견만 허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양이와 달리, 야외 활동이 필수적인 강아지는 다양한 활동을 보호자와 함께 하길 원한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애원하고 꼬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강아지들을 보면,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아마도 사람 다음으로 여행을 간절히 원하는 생명체가 있다면 바로 ‘강아지’일 것이다.

 

11명의 보호자들이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공주. 반려동물 동반 전문 여행사인 ‘펫츠고 트래블’이 운영하는 ‘반려견과 함께 하는 공주 패키지 투어’다. 공주문화관광재단이 펫츠고 트래블과 손잡고, 반려동물 친화관광 활성화를 위해 기자와 인플루언서 그리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을 초대했다. 이 패키지 투어는 1박 2일 상품으로, 보호자와 강아지가 나란히 앉아 관광버스로 이동한다.

 

“이제 편안하게 펫과 함께 떠나세요!”

아침 8시 30분. 서울 동작주차근린공원에 예쁘게 차려 입은 강아지들과 아기엄마처럼 짐을 주렁주렁 든 보호자들이 모여들었다. 강아지 여행엔 늘 짐이 한가득이다. 이동가방, 배변 용품, 강아지 먹거리, 강아지 의류 등등. 보호자는 늘 같은 옷을 입어도 우리 강아지는 예쁜 옷을 입혀야 하니까. 나는 굶어도 강아지는 잘 먹어야 하니까… 이번 여행 역시 보호자들은 2일 동안 같은 옷을 입었는데, 강아지들은 시시때때로 의상이 바뀌었다. 엄마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여행의 시작

 

펫츠고 트래블의 패키지 투어는 관광버스, 일명 ‘댕댕버스’로 이동한다. 버스 뒷편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버스엔 귀여운 강아지들이 탑승하고 있어요’. 강아지들과 함께 버스로 떠나는 패키지 투어라니. 차가 없거나 운전을 하지 못하는 보호자들에게 희소식이다. 나의 강아지 ‘무무’같은 경우에는, 운전할 때 자꾸 안아달라고 보채서 자차 여행이 조금 힘들었는데, 버스 좌석 두 개를 차지하고 나란히 앉아 가니 시작이 가뿐했다.

 

강아지도 안전벨트를 메고 출발

 

여행사에서 제공한 강아지 안전벨트를 하네스에 묶고 출발했다. 이번 여행의 펫가이더(Pet Guider)인 신종태 펫츠고 부대표가 인원+견원 체크를 시작했다. 보호자가 “네!”하고 대답을 하면, 강아지도 “멍”하고 대답했다. 일정 설명을 마치니 다들 조용해진다. 이번 투어에 참여한 강아지들은 사회생활 경험이 많고 사진찍기에 익숙해서 그런지 모두 말을 잘 알아듣고 얌전했다. 버스가 소란스러웠을까? 전혀 아니었다. 코커스패니얼, 말티푸, 폼피츠, 베를링턴테리어, 푸숑, 몰티즈, 치와와, 믹스견 등 다양한 강아지 친구들의 여행은 생각보다 평화로웠다. 평상시 사납거나 유독 많이 짖는 강아지라면 이런 패키지 투어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금학생태공원 둘레길

 

포토존 천국, 금강신관공원

맨 처음 도착한 금학생태공원은 공주 10경 중 하나로, 생태관찰을 할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이다. 패키지 투어 특성상 3.7km에 이르는 둘레길을 다 둘러보기는 어렵고, 저수지를 둘러싼 산책로를 약 40분 정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강아지들의 행복감이 한껏 올라갔다. 곳곳에 포토존이 많아 강아지들이 기념사진을 찍기도 좋다. 사실 보호자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보호자를 끌고 다니는 것처럼 보일만큼 강아지들의 에너지가 넘쳤다. 아직은 여행의 시작이니까. 그러나 그 속도감은 오후에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니…

 

무지개와 노을이 아름다운 예하지 마을

천태산 기슭에 자리잡은 예하지 마을. 무지개(예)와 노을(하)이 유독 아름다운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예하지 마을은 팜스테이 등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마을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강아지 동반 체험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데는 마을 어르신들의 넓은 결단력이 있다.

 

예하지 마을에서 단체 사진 찍는 강아지들

 

한껏 멋을 낸 강아지들이 관광버스에서 줄지어 내리는 모습을, 마을 어르신들은 아직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신다. 이번이 세번째 강아지 단체 방문이라 했다. 처음에는 ‘개를 사람이 안고’ 다니거나, ‘개가 옷을 입고’ 다니거나, ‘개가 사람이 밥 먹는 곳에 같이 들어가는’ 등의 행동이 달갑지 않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반려견 문화를 받아들이고 마을 활성화를 위해 어르신들도 마음을 활짝 열었다. 지금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면, 어르신들께서 먼저 아는 체를 해주신다.

점심식사는 마을 주민분들께서 직접 만드는 시골 백반이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있지만, 공주 특산품인 알밤 후식이 별미다. 무엇보다도 강아지를 이동가방에 넣기만 하면 식당에 들어가 따뜻한 온돌 바닥에 앉아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예하지 마을, 고무마 경단 만들기 체험

 

난이도 있는 고구마 경단 만들기

예하지 마을에서는 마을에서 수확한 고구마로 고구마 경단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물론 강아지와 함께. 사람이 먹을 것과 강아지가 먹을 경단, 두 가지를 만든다. 찐 고구마가 소쿠리채 등장하자 모든 강아지들은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강아지용 경단은 닭고기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식탐이 강한 무무 같은 아이들은 경단을 만드는 동안,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사실 고구마 경단 만들기는 초등학생도 할 만큼, 난이도가 매우 낮은 체험 프로그램이다.

고구마 경단 만드는 도중 자제력을 잃어버린 무무

 

하지만, 강아지를 옆 의자에 앉히고, 강아지 최애 간식인 ‘고구마+닭고기’ 경단을 만든다는 것은 보호자의 정신력이 상당히 요구되는 일이다. 강아지의 고구마 기습공격을 끊임없이 막아야 하니까. 재미있는 건, 모든 보호자들이 본인이 먹을 경단은 대충 만들어도 강아지들이 먹을 경단은 예쁘고 정성껏 만든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사진 명소, 메타세콰이어길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막상 함께 찍은 사진은 없고, 강아지 단독 사진만 수백 장 남는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펫츠고 트래블의 패키지 투어에 참여하면 전문 사직작가가 보호자와 강아지가 함께 하는 멋진 사진을 찍어준다. 공주 정안천생태공원의 메타세콰이아 길은 인생사진 아니, 견생사진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자연스럽게 둘이 숲길을 걷는 사진은 모두의 프로필 사진이 되었다.

일상 세라믹, 도자기 체험

 

강아지와 도자기 만들기 체험

오후 4시가 되자 그제서야 강아지들은 ‘강행군’에 지쳐 버스에서 잠이 들었다. 도자기 공방인 ‘일상 세라믹 스튜디오’는 강아지를 동반해 직접 백자토를 빚을 수 있는 곳이다. 강아지들이 까불다가 도자기를 깨거나 작업을 방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미 강아지들은 충분히 산책을 한 터라 보호자들이 도자기를 빚는 동안 모두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아마도 여행사에서 의도한 일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호자들은 완벽하게 고요한 상태에서 도자기 빚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백자토에 크리스마스 패턴과 강아지 패턴을 새기며 추억도 함께 새겼다. 4주 후에 받을 도자기 그릇을 기대하며.

 

글램핑 기분 가득한 바비큐 디너

저녁식사는 글램핑 시설이 있는 고기정원. 야외인 듯 실내인 듯한 글램핑 시설 안에서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먹고, 강아지들은 낮에 만든 고구마 경단을 먹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기엄마들이 서로 금세 친해지는 것처럼, 반려견 가족도 마찬가지. 보호자들은 둘러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당에서 얌전히 기다리는 우주

 

유독 눈에 띄는 강아지는 ‘우주’다. 항상 고글을 쓰고 있는 우주를 자세히 보니, 눈 주변에 털이 없고 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우주는 유기견이었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염산 테러를 당했어요.”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나온 우주는 지금 영선 씨를 만나 제2의 행복한 견생을 살고 있다. 우주의 몸상태는 좋지 않지만, 마음만은 회복한 것이 확실해 보였다. “이 정도 시력이라도 남아있을 때, 우주에게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매주 여행을 떠납니다.” 영선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학대당했다가 내게 온 무무를, 나는 한껏 안아주었다.

강아지와 보호자에겐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다. ‘미미’는 임시보호 중인 강아지지만, 몇 년째 입양이 안 되어서 사실상 보호자가 키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광복절에 태어난 ‘광복’이는 대전에서 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한다. 지금의 반려가족을 만나 새 삶을 살고 있는 강아지들. 그리고 강아지를 통해서 행복해지는 사람들. 사람과 강아지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의미가 된다. 강아지와 함께 살 수 있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봤자 고작 20년. 이 짧은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고 싶어 우리는 여행을 온 것이 아닐까.

커피 인터뷰 카페 야외정원에서 강아지들 단체 사진

 

드넓은 잔디 카페, 강아지들의 만족도 최상

이튿날, 조식 겸 중식으로 만둣국을 먹은 뒤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커피 인터뷰’로 이동했다. 드넓은 잔디 공원에서 서울의 강아지들은 마음껏 뛰어놀았다.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보니, 여행 중 가장 ‘개행복’한 장소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전에는 실내 공간에도 강아지가 들어갈 수 있었지만, 운영 중 펫티켓이 잘 지켜지지 않아 야외만 허락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었다고 한다.

 

브라운뮬리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핑크

가을 끝자락이라 핑크뮬리는 브라운뮬리가 되었다. 유구읍에 자리한 핑크뮬리 정원에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강아지 사진을 찍는 것은 어린 아이 사진 찍기와 같다. “여기 봐! 무무야~ 간식간식! 고구마!!” 무무는 소리를 못 듣는 청각장애견인데도, 다른 보호자들은 카메라 옆에서 손짓을 과도하게 하며, 나와 무무의 인생견생 사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었다. 화장실에 갈 때는 서로의 강아지를 봐주고, 카메라 앞에서도 한 컷의 사진을 위해 도와주는 것은 반려인들의 인지상정이다. 강아지 패키지 여행의 장점 중 하나다.

 

왜 공주로 떠났을까

굳이 왜 반려견 여행지로 ‘공주’인가 묻는다면, 사실 근거는 빈약하다. 공주에 방문해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할 수 있는 시설은 그리 많지 않다. 식음료 시설 67곳, 체험시설 및 관광지 12곳, 숙박시설도 10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펫츠고 신종태 부대표는, “공주시는 반려친화관광도시로 변화하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를 해가고 있습니다. 공주는 큰 공원부터 동네 곳곳 작은 공원이 많으며, 교통량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보호자가 화장실에 간 동안 강아지를 돌봐주는 펫가이더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동반한 여행이 매우 힘든 게 사실이다. 반려동물 친화도시로 선정된 여느 도시를 가봐도 과연 반려동물 친화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강아지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유명관광지엔 반려견 출입 금지라는 표지가 크게 붙어있으니… 소형견이 아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원과 소수의 카페, 식당만 이용할 수밖에 없어 늘 아쉽다. 그래도 공주시같은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친화도시라는 이름을 걸고 변화를 꾀한다는 사실 자체가 반려문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용감한 시도가 아닐까. 한번에 완벽할 수는 없으니 지켜보는 수 밖에. 강아지과 버스를 타고 패키지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희망적이다. 펫츠고 트래블은 상시적이지는 않아도 대형견 패키지 투어도 운영한다고 하니, 대형견 가족 여러분도 희망을 가져보시길.

펫가이더가 강아지를 돌봐주는 모습

 

그리고 반려동물 가족들이 지켜야 할 펫티켓도 다시 한 번 강조해본다. 2m 이내의 목줄 착용, 공격성 있는 강아지의 경우 입마개 착용, 견주의 허락없이 다른 강아지 만지지 않기, 견주의 동의없이 강아지에게 음식을 주지 않기, 배변 수거 등. 영화 킹스맨의 명언, Manner makes man을 빌려 말한다면, Manner makes culture다. 반려동물 가족의 매너가 선진화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든다. 강아지와 함께 잘 수 있는 숙소도 많아지고, 유럽처럼 식당이나 마트에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문화. 그리고 가능할까 싶긴 하지만, 국립공원 산책도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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