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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로봇 산행 시대 필드테스트] 로봇 산행, 현실이 되다

by 白馬 2024. 9. 24.

 

70대·40대 시험 산행… “글쎄”가 “이럴 수가”로

 

 

GOOD
· 경사로 계단에서 확실한 효과
· 에너지 소비량 16% 줄여
· 배낭 무게 60% 감소 효과
· 보행 약자, 노인층에 어필

 

BAD
· 비싼 가격
· 배터리 2시간… 한나절 산행엔 무리
· 보조 배터리 충전 불가
· 불규칙한 등산로에서는 효과 적어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 들어서는 양재연씨와 문호상씨.

 

“정말 이게 도움이 된다고요?”

미심쩍은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그리고 이어 미심쩍은 눈빛이 배낭에서 꺼낸 작은 크기의 가방을 향했다. 의심은 전염됐다. 직접 착용하고 사용해 본 바로는 분명 도움이 체감됐었는데 그러고 보면 실내, 평지에서 단시간 써봤을 뿐이었다. 산은 훨씬 더 복잡하고, 길고, 그리고 더 가혹한 환경이다.

“제가 착용하고 얘기하면 독자 분들은 광고 기사라고 생각하실 테니 직접 착용해 보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진짜 산행 로봇의 시대가 올 것인지 가늠할 수 있게요!”

산행 보조 로봇은 과연 실제 산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 현재 산행 보조 로봇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곳이 한 곳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이다. 아직 본격적인 단계는 아니고 지난 3월 웨어러블 로봇을 생산하는 위로보틱스와 제휴를 맺고 현재 3대를 현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긴급 출동 같은 때 쓰기보다는 대피소 출근하는 직원이 활용하는 편인데 꽤 만족도가 높다는 후문이다.

이들이 운용하는 장비 이름은 윔이다. 현재 대부분의 웨어러블 로봇이 보행 약자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생산되고 있지만, 이 장비는 범용성이 높아 산악 지형에서도 사용하기 적합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윔의 총 무게는 1.6kg이다. 대사에너지는 평균 16% 감소되고, 20kg 배낭을 멘 상태에서 평지를 걸을 때 이 무게가 12kg 줄어들어 마치 8kg만 멘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근부하는 평균 대퇴직근 16.8%, 장딴지근 13.5%, 햄스트링 반건양근 11.3% 감소한다. 

에너지는 16% 감소한다는데 배낭의 무게는 60%인 12kg이나 줄어들었다니 얼마나 도움이 될지 감이 오지 않는다. 또 로봇 자체 무게도 감당해야 한다. 500ml 생수통 3개를 더 짊어지고 걷는 셈이다. 게다가 무릎과 허리가 철제 프레임으로 연결된 모습은 마치 부목을 댄 것같이 답답해 보인다.

 

내리막모드에선 도움 효과가 크게 체감되진 않았다.

 
 

“다리가 먼저 나가는 느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위로보틱스사로부터 윔 1대를 대여 받았다. 동행은 70대 여성 양재연씨와 신체가 튼튼한 MZ세대 트레일러너인 문호상씨. 서로 신체조건이 정반대인 이들을 섭외했다. 물론, 로봇이 주는 효능감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거 이렇게 입는 거 맞아요? 불편한데….”

무더위가 짓누르는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서 먼저 양씨가 로봇을 입어본다. 굳이 이곳을 시험장으로 택한 이유는 이곳이 매바위에 이르기까지 수천 개의 계단이 이어지는 ‘오르막 지옥’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이 11자로 보행할 것이라 상정하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형이 복잡한 암릉이거나 돌계단이면 그 효과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고 한다.

“너무 불편하면 조금 헐겁게 할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허리 벨트와 무릎 밴드를 차례로 착용한다. 꽉 조이는 것이 불편하다고 해서 약간 여유를 뒀다. 그리고 본체를 각각에 결속했다.

“생각보다 착용감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네요. 허리 벨트와 무릎 밴드 모두요. 다만 배에 달려 있는 본체가 확실히 좀 무거운 느낌이 들어요.”

본체에는 배터리와 구동계가 달려 있어 사실상 로봇 전체 무게 1.6kg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양씨가 천천히 움직인다. 평지에선 로봇이 딱히 소리를 내지 않는데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자 모터 구동음이 격렬해진다. 마치 사람의 숨소리처럼 헐떡거린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의아한 소리에 한 번씩 신기한 눈길을 쓱 던져두고 간다.

커다란 등산로안내도를 지나자 곧 자그마한 계곡이 나온다. 몇 등산객이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한다. 과연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맑아 청계淸溪란 이름이 붙을 만하다. 한편 조선시대에는 청계산을 청룡산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청룡이 승천한 전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풍수지리적으로는 과천을 기준으로 서쪽 관악산은 백호산, 동쪽 청계산은 청룡산이라고 봐서 그렇다고도 한다. 그런데 당시 궁궐을 기준으로 남쪽 관악산은 주작산 노릇도 했으니 일산다역一山多役으로 바빴을 것 같다. 

계곡을 지나치자 곧 기다렸던 계단이 시작된다. 양씨는 영 불편한 눈치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기함 반, 불편함 반이에요. 다리가 막 먼저 나가려고 하는 느낌? 익숙해지면 문제가 없을 것 같긴 한데 지금은 저보다 로봇이 더 앞서 나가려고 해요. 제 발걸음에 맞춰서 보조를 해줘야 하는데 보조가 아니라 더 떠밀어내고 있어요.”

 

매바위에 도착한 문호상씨가 로봇의 도움을 받아 오르고 있다.

 

“날아다니는 기분” 

적응에 애를 먹는 양씨에게 잠시 시간을 주고자 대신 트레일러너인 문씨가 장비를 착용했다. 문씨는 “이런 장비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다니실 정도로 걷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 번 써보고 아버지께 도움이 될 것 같은지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이거 진짜 날아다니는 기분인데요? 전혀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트레일러닝 신기록도 세울 수 있겠어요. 다만 발의 각도나 다리의 각도가 수시로 달라지는 구간에선 불편한 감이 있네요.”

“울퉁불퉁한 돌계단이 많은 곳들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 외에 다른 지형은 어떤가요?”

“네. 아무래도 무릎을 올려주는 힘의 방향이 오직 수직이니깐 돌계단에서 몸을 비틀어 꺾어 오른다든지 다리를 사선으로 뻗어 오르면 다리가 엉뚱하게 나가는 기분이 좀 들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경사로나 계단에선 확실히 효과가 엄청나요. 그러니까 딱 11자 보행이 강제되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요.”

 

문씨는 윔을 착용하자 “날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계단이 많기로 유명한 산들이 윔을 활용하기에 최적이다. 청계산은 물론 소요산이나 계양산, 치악산의 사다리병창길, 청량산 등이 계단 때문에 혼이 쏙 나간다고 악명이 자자한 곳들이다.

다만 문씨의 희망대로 트레일러닝에서 활용하긴 조금 무리가 있었다. 너무 빨리 달리니 로봇이 휴식모드로 강제 전환됐다. 러닝 모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 너무 빠르게 동력을 주다 보면 걷다가 다리가 멈췄는데 기계는 동력을 줘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자동으로 로봇이 꺼진다고 한다.

“운동 모드도 있다는데 한 번 해볼게요. 러닝 훈련에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윔의 운동 모드는 이런 것이다. 발을 들어 올려주던 동력을 반대로 돌려 누른다. 기존에 동력을 받아서 신나게 치고 나가던 다리에 급제동이 걸린다.

“이것도 신기하네요. 모래주머니를 찬 느낌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물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확실히 힘을 더 줘야 되네요.”

모래주머니는 다리 끝에 하중이 있어 달리게 되면 무릎 관절이 소위 ‘털리는’ 듯한 느낌을 줘 관절에 악영향을 준다. 하지만 윔은 무릎 위를 제어하니 무릎 관절에 주는 부하가 덜하다. 이 운동모드는 내리막모드와 작용 방식이 똑같은데, 윔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무릎 충격하중을 13% 줄여준다고 한다. 다만 내리막에서 사용했을 때 실제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줄어들었는지 체감하긴 어려웠다. 

 

계단처럼 11자 보행이 가능한 지형에서 가장 효율이 좋다.

 

꽉 묶어야 힘 제대로 조달받을 수 있어

어느덧 길마재 정자에 올랐다. 이제 매바위가 지척이다. “아버지에게 꽤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문씨가 최종 결론을 내린 뒤 다시 양씨가 로봇을 착용했다. 문씨가 조언했다.

“아까 좀 헐겁게 했잖아요. 조금 답답하더라도 확실하게 꽉 조여서 몸에 밀착시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양씨가 눈을 질끈 감고 끈을 조인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선다. 그의 입에서 “어머”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리가 너무 가벼워졌어요. 마치 발레리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인데요. 저는 아무리 날이 맑아도 비옷을 넣을 정도로 산행 장비를 다 챙기고 다니거든요. 배낭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이게 확실히 몸에 꽉 붙들어 매야지 효과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거였군요.”

 

매바위에 선 양씨.

 

무더위와 끝없는 오르막에 지쳐 영 속도가 나지 않았는데 양씨의 등산 속도가 한결 빨라졌다. 여름산행이라 휴식을 반복해야 하는데 배에 달린 본체 때문에 쉴 수 있는 자세가 한정적인 점은 감내해야 했다.

“확실히 정말 좋아요. 에너지를 16% 감소시켜 준다는데 체감상 그보다 훨씬 쉬워진 느낌이에요. 더 나이가 들고, 걸을 힘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더 이 로봇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대신 그런 분들은 로봇을 착용하고 이런 산보다는 아무래도 둘레길이나 둑길 같은 곳을 살랑살랑 걷는 용도로 활용하는 게 더 좋을 것 같고요.”

마지막 스퍼트로 매바위에 닿는다. 지나가는 등산객 모두 더위에 지쳐 걸음이 찐득거리게 무겁다. 취재진은 로봇 덕분에 한결 쉬운 걸음으로 올랐다. 

 

배터리는 교체형이다.

 

가격, 배터리, 스마트폰 연동…넘어야 할 산

다시 원터골 입구로 내려서면서 모두의 평가를 정리해 본다. 일단 보행 약자나 오르막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유용한 장비란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신체가 건강한 사람도 등산이 훨씬 쉽게 여겨졌다. 착용감도 좋았으며 무게도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분명 몇 가지 보인다. 

가격이 대표적이다. 장기적으로 더 기술이 개발되면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기간제 대여 서비스 등으로 풀어낼 수 있을 듯하다. 

 

앉아서 쉴 때 착용을 해제할 필요는 없다.

 

배터리 문제도 있다. 카탈로그에는 2시간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다. 2시간이란 건 로봇을 착용하고 쉴 새 없이 러닝머신을 걸었을 경우라 산에서 일부 쉬운 길은 끄고 걷고, 휴식도 취하면서 가면 이보다는 덜 사용하게 된다. 실제 취재진은 1시간 30분가량 오르막 구간에서만 사용했는데 배터리는 절반 정도 소요됐다.

어쨌든 한나절 산행에선 배터리가 방전될 수밖에 없다. 배터리가 방전되고 나면 로봇은 짐이다. 그런데 보조배터리로 충전이 불가능하고, 여분의 배터리로 교체할 수만 있다. 실제로 지리산국립공원 레인저들은 추가로 배터리를 1개 더 챙겨 다닌다고 한다.

 

윔은 가볍고 작아서 휴대성이 뛰어나다.

 

오르막, 내리막모드를 설정하고 동력의 크기를 조절하려면 전용 앱이 필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노년층에겐 이 또한 장벽이 될 수 있겠다. 특히 등산지도앱, 카메라앱 등을 수시, 상시로 켜게 되는 산의 경우 스마트폰의 배터리 소진 속도가 빠르다. 스마트폰이 방전되면 로봇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장비임은 틀림없다. 특히 설악산 오색, 지리산 중산리 같은 끝없는 오르막에서 이 로봇을 사용한다면 남녀노소 모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도움은 단순히 난이도가 쉬워지는 것을 넘어서, 근육이 더 효과적으로 무릎관절을 보호해 더 오래 산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차원의 것이다. 곧 산에서 로봇을 입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신기하지 않은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청계산 매바위(578m)

서울시 서초구 양재2동,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산행 거리 5km 산행 시간 3시간
산행난이도 ★★ (체력 갉아먹는 오르막 이어져)

 

 

산행길잡이

청계산은 동서남북 모두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어 교통편의를 고려해서 들날머리를 자유롭게 선택해도 좋다. 그중 원터골 입구는 신분당선 청계산 입구역이 있고, 주변에 공영주차장이 많아 청계산 산행의 가장 핵심이 된다. 청계산에서 가장 즐겨 찾는 코스는 원터골 입구에서 출발해 되돌아오는 코스로 먼저 옥녀봉을 들른 뒤 되짚어 나와 매봉까지 오르고 다시 원터골 입구로 돌아오는 Y자 형태의 산행이다. 약 6.7km. 정상인 망경대에는 군사기지가 위치해 있어 출입이 통제돼 굳이 정상까지 갈 별다른 이유가 없어 산꾼들은 매봉을 청계산의 주봉으로 삼아 다니고 있다. 

종주할 경우 봉오재에서 출발해 이수봉과 석기봉을 지나 매봉을 거쳐 원터골로 내려서거나, 대공원역에서 출발해 과천 매봉산, 석기봉, 망경대를 거쳐 원터골이나 매봉에서 북쪽 갱매폭포 방면으로 가서 대공원역으로 내려서는 경우가 많다. 

 

교통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들머리인 원터골 입구까지 약 600m, 도보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원터골 입구로 되돌아오는 산행이라면 교통에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원터골 입구가 아니라 청계산 동북쪽에 경부고속도로에 면해 있는 기점으로 내려온다면 수시 운행하는 4432번 버스를 활용해 서초구 일대로 갈 수 있다. 반대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넘어간다면 서울랜드를 지나 4호선 대공원역을 활용하면 된다.

 

맛집(지역번호 02)

원터골 입구는 원래 토속적인 두부집이 즐비한 곳으로 유명했다. 현재 리두부로(578-1701) 같은 곳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카페로 바뀐 상태다. 취재진은 더위로 입맛을 잃은 상태라 두부집 대신 조선면옥(2057-5526)을 택했다. 조선면옥은 성남 일대에서 유명한 함흥냉면 맛집. 비빔냉면(1만3,000원)은 참기름향이 고소하게 도는 매콤한 맛이 일품이고, 물냉면(1만3,000원)은 더위가 꽉꽉 들어찬 몸 안을 시원하게 식히는 냉각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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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도 즐겁게 *